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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목성과 토성,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태양계 행성은?

목성이 1위였다가 토성으로, 다시 목성으로…새로운 기록의 탄생과 뒷이야기

2023.02.20(Mon) 11:35:26

[비즈한국]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 달을 거느린 행성은 무엇일까? 중력이 가장 강한 목성? 2019년까지는 목성이 1등이었다. 나름 우주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한다면 토성이 1위 자리를 뺏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행성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목성과 토성의 경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목성에서 12개의 위성이 한꺼번에 발견되면서 토성에게 잠시 뺏겼던 1위 자리를 다시 찾아왔다. 끝나지 않은 태양계 두 덩치 행성의 자존심 싸움을 소개한다. 

 

‘최다 위성을 거느린 행성’이란 타이틀을 두고 벌어지는 목성과 토성의 자존심 싸움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

 

2019년까지만 해도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행성은 목성이었다. 목성 곁엔 80개의 위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력이 가장 강한 행성인 만큼 당연한 결과처럼 보였다. 그런데 돌연 토성이 반란을 일으켰다. 천문학자들은 토성에서 멀리 외곽을 돌고 있는 새로운 위성 20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뒤이어 하나의 위성이 또 확인되었다. 원래 토성엔 62개의 위성만 존재가 알려졌는데, 무려 83개가 확인된 것이다. 

 

목성의 기록 80개를 넘으면서 새로운 기록이 세워진 순간이었다. 이 중엔 아직도 공식적인 이름이 붙지 않은 위성도 20개나 있다. (이 위성들의 이름을 직접 지어 제안해볼 수도 있다.) 이 발견으로 인해 잠시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행성은 목성이 아닌 토성이 되었다. 

 

한동안 토성은 새로운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목성은 영원히 토성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기는 듯했다. 하지만 목성과 토성의 자존심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목성 곁에서 새로운 위성 12개를 한꺼번에 확인했다. 이로 인해 목성 주변의 위성 목록은 총 92개로 늘어났다. 약 4년간 토성에게 빼앗겼던 1위 자리를 목성이 다시 탈환한 것. 토성의 4년 천하는 이렇게 끝나버렸다. 

 

토성 주변 고리들 사이에 넓은 간극이 있다. 이 간극 안팎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위성들이 궤도를 돌고 있다. 사진=NASA

 

그런데 이번 발견은 유독 흥미로운 점이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소행성을 찾으려 관측하다가 우연히 큰 행성 주변의 위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소행성을 발견하는 방법은 완전 맨땅, 아니 맨 하늘에 헤딩하기다. 어디에 숨어 있을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같은 방향의 하늘을 계속 수시로 찍으면서 무언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없는지 하나하나 비교해야 한다. 이렇게 분석하다보면 우연히 커다란 행성 곁에 붙잡혀 그 행성 주변을 돌고 있는 새로운 위성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발견은 조금 다르다. 새로운 소행성이 아니라 천왕성과 해왕성, 명왕성 너머 더 바깥의 새로운 행성을 찾아 관측하던 중에 발견한 것이다. 한때 행성으로 불리던 명왕성이 강등되면서 태양계에는 현재 수금지화목토천해 여덟 개의 큰 행성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천문학자들은 해왕성 너머, 태양계 최외곽에 새로운 아홉 번째 행성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특히 태양계 외곽에서 아주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는 왜소행성들의 궤도가 전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흥미로운 발견은 아홉 번째 행성의 존재를 암시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거론된다. 이번 발견은 이 끝나지 않은 태양계 최대 떡밥, 아홉 번째 행성 ‘플래닛 X’를 찾다가 나온 결과다. 

 

태양계 외곽에서 발견된 준해왕성 천체(TNO, Trans-Neptunian Objects)들의 궤도를 보라색으로 표시했다. 한쪽으로 쏠린 TNO 궤도 반대편에 가상의 아홉 번째 행성 궤도가 분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NASA/JPL-Caltech/Robert Hurt


이번에 공식 발표된 목성 주변의 새로운 위성 12개는 사실 훨씬 이전에 포착되었다. 플래닛 X를 찾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칠레와 하와이에 있는 망원경으로 태양계 곳곳을 관측했다. 만약 플래닛 X가 실제 존재한다면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궤도 평면(황도면 주변) 위에서 공전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황도면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은 하늘을 쭉 훑어봤다. 자연스럽게 황도면 주변에서 비슷하게 궤도를 도는 다른 큰 행성들도 시야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리고 우연히 목성 주변 하늘도 함께 보다가 이전까지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무언가가 느리게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그런데 새로운 행성이나 소행성에 비해 다른 행성 곁을 도는 위성인지를 검증하는 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행성과 소행성의 궤도는 주로 태양의 중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래서 복잡하지 않다. 몇 개월 정도만 쭉 관측하면 그 사이 그 천체가 그리는 궤도의 일부를 그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체 궤도도 파악할 수 있다. 굳이 궤도를 모두 공전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행성 주변의 위성은 차원이 다르다. 태양의 중력뿐 아니라 중심에 있는 모행성의 중력에도 함께 붙잡혀 돌기 때문이다. 단 몇 개월만 관측하면 그 천체가 태양의 중력에 붙잡힌 태양계 멤버라는 건 확인할 수 있지만, 곁에 있는 다른 큰 행성에 함께 붙잡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결국 더 오랫동안 관측하면서 곁에 있는 덩치 큰 행성 주변을 맴돌고 있는지, 아니면 행성과 상관없이 태양만을 중심으로 크게 별도의 궤도를 그릴 뿐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번에 발견된 12개의 새로운 위성은 모두 목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목성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데 최소 340일 이상이 걸린다. 행성의 공전 주기가 아니라 행성 곁을 도는 위성의 공전 주기가 지구의 1년에 버금간다는 뜻이다. 결국 이 천체들이 정말 목성 주변에 붙잡혀 함께 움직이는 위성인지를 확인하려면 최소 1년 넘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1~2년 전에 발견하고도 이제야 위성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목성 주변을 도는 다양한 위성들의 궤도를 한꺼번에 그린 그림. 이미지=Wikimedia commons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목성의 가장 큰 네 위성(갈릴레오 4대 위성) 이오, 칼리스토, 유로파, 가니메데는 모두 목성 자체의 자전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한다. 하지만 목성에서 멀리 벗어나 가장 바깥으로 나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목성의 위성 중 최외곽을 도는 71개의 작은 위성은 대부분 목성의 자전과 반대로 공전한다. 즉 중심의 모행성에 대해 역주행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 추가로 발견된 12개 위성들 중 9개가 목성에서 멀리 떨어진 역주행 위성에 해당한다. 목성의 자전과 정반대로 돌고 있다는 것은 이 작은 위성들이 목성이 빚어질 때부터 함께 곁을 돈 게 아니라는 의미다. 목성이 다 만들어지고 나서 한참 후에 주변을 지나가던 소행성이 포획되면서 영원히 목성 곁에 붙잡히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에 추가로 발견된 9개의 역주행 위성 중 4개는 크기가 8km도 되지 않는다. 천문학자들은 서로 궤도가 겹치고 역주행하는 위성끼리 부딪히면서 쪼개진 파편으로 추정한다. 

 

목성 주변을 도는 위성을 궤도 반경에 따라 분류한 그림. 가장 안쪽의 갈릴레오 위성들은 보라색, 그 바깥의 순행하는 위성들은 파란색, 가장 외곽의 역행하는 위성들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역행하는 위성들 사이 홀로 순행하는 발레투도 위성은 녹색으로 표시했다. 이미지=Roberto Molar-Candanosa, 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앞서 2016년엔 이 역주행 구간에서 아주 흥미로운 위성이 하나 발견됐다. 모두 목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도는 사이에서 혼자서만 목성의 자전과 같은 방향으로 맴도는 위성이었다. 발레투도(Valetudo)라고 이름 지어진 이 위성은 크기가 1km밖에 안 된다. 천문학자들은 발레투도다 원래는 훨씬 더 덩치가 컸지만 역주행하는 수많은 위성들과 오랫동안 충돌한 결과 지금의 작은 조각만 살아남았을 것이라 추정한다. 

 

목성에 가장 바짝 붙어 있는 갈릴레오 위성들 바깥, 그리고 목성에서 가장 멀리 있는 역주행 구간 사이에는 목성의 자전과 같은 방향으로 맴도는 위성들이 있다. 이 위성들은 목성과의 거리에 따라 크게 두 그룹으로 구분한다. 목성으로부터 약 1100만~1200만 km 떨어진 안쪽의 히말리아(Himalia) 그룹, 목성으로부터 약 1700만 km 떨어져 조금 더 바깥에 있는 카포(Carpo) 그룹이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12개의 위성 가운데 (최외곽 역주행 구간에 있는 9개를 제외하고) 두 개는 히말리아 그룹, 하나는 카포 그룹에 속한다. 

 

흥미롭게도 목성을 중심으로 맴도는 위성들도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들처럼 띄엄띄엄 궤도가 벌어져 있다. 가장 안쪽부터 가장 바깥 궤도까지 다양하게 있는 게 아니라 특정한 거리에 위성들의 궤도가 몰려 있다. 가장 안쪽의 갈릴레오 위성들과 그 바깥의 히말리아 위성 그룹 사이는 텅 비어 있다. 지금까지 딱 하나, 테미스토(Themisto)라는 9km 크기 남짓의 작은 위성 하나만 발견되었다. 

 

테미스토는 1975년 9월에 처음 포착되었지만 당시에는 관측 기간이 너무 짧아 전체 궤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리고 추적에 실패해 한동안 실종 상태였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2000년이 되어 실종되었던 이 위성을 운 좋게 다시 포착했고 그 존재를 검증했다. 

 

희미하게 포착된 테미스토 위성. 아주 작고 불규칙하게 찌그러진 형태를 희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NASA


우리는 이제 우주 끝자락까지 우주의 지도를 그려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훨씬 작은 태양계 정도는 지도를 모두 채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코앞의 태양계에서조차 아직도 새로운 천체를 계속 발견해 나가고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행성은 무엇일까?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는 이 질문의 답조차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이 질문의 답은 목성이었고, 잠시 토성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또 다시 목성이 되었다. 하지만 일부 천문학자들은 훨씬 더 많은 작은 위성들이 토성 주변에 숨어 있을 것이=며 결국 최종 승자는 토성이 될 것이라 추정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과시하는 두 덩어리 행성 목성과 토성의 자존심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발견과 관련해 하나 더 재밌는 포인트가 있다. 앞서 토성 주변에서 새로운 위성 20개를 추가 발견하면서 잠시 토성에게 1위 자리를 안겨준 천문학자도, 이번에 목성 곁에서 12개의 위성을 추가 발견해 1위를 목성에게 돌려준 천문학자도, 심지어 1975년 이후 실종된 테미스토를 2000년에 다시 찾아내고, 목성 멀리에서 한꺼번에 역주행하는 사이에서 혼자 정방향으로 돌고 있는 이상한 발레투도 위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도 모두 동일인이다. 그 주인공은 카네기과학연구소에서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 스콧 셰퍼드(Scott S. Sheppard)다. 정말 집요함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토성 주변에서 새로운 위성 20개를 찾고, 목성 곁에서 12개 위성을 추가 발견하고, 실종된 테미스토를 2000년에 다시 찾아내고, 목성의 발레투도 위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스콧 셰퍼드. 이 모두 그가 한 일이다. 사진=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그는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 플래닛 X를 찾기 위한 관측과 연구를 고독하게 이어오고 있다. 2018년에는 역사상 태양계 가장 바깥, 가장 먼 곳에서 새로운 왜소행성을 찾아냈다. 당시 이 천체가 발견된 거리는 무려 132AU. 명왕성까지의 거리보다 무려 3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아쉽게도 크기는 400~500km 정도밖에 안돼서 셰퍼드가 그토록 찾던 아홉 번째 행성이 되긴 어렵다. 셰퍼드는 이 천체에게 ‘겁나 멀다’는 뜻에서 ‘파파아웃(Farfarout)’이라는 재밌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역사상 최근까지 가장 먼 곳에서 발견된 태양계 최외곽 천체 ‘파파아웃’. 2018년 1월 15~16일 사이에 위치가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사진=Scott S. Sheppard/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1930년 끈질긴 탐색 끝에 명왕성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 명왕성 너머 새로운 행성을 찾으려다 도리어 너무 많은 왜소행성을 발견해 명왕성이 강등되게 만들어버린 ‘플루토 킬러’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 셰퍼드는 이들의 뒤를 이어 끈질기게 플래닛 X를 찾아 헤매고 있는 태양계 최후의 사냥꾼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톰보와 브라운, 셰퍼드로 이어지는 태양계 사냥꾼들은 암흑 속에 숨은 더 많은 왜소행성, 위성을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진짜 목표인 아홉 번째 행성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플래닛 X, 그 정체를 반드시 확인하겠다는 천문학자들. 목성과 토성만큼 자존심 강한 두 존재, 플래닛 X와 천문학자들의 추격전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어쩌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가정한 천문학자들의 섀도복싱은 아닐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탐색의 과정이 아예 의미 없는 헛주먹질은 아닐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태양계 구석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존재들을 계속 발굴하게 될 테니. 

 

참고

https://ssd.jpl.nasa.gov/sats/discovery.htmlhttps://www.minorplanetcenter.net/mpec/K22/K22TD1.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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