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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동기 부여의 신 '슬램덩크' 안 감독의 품격

단점 지적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 하게 만드는 것이 비결

2023.01.26(Thu) 10:51:43

[비즈한국] 9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만화 ‘슬램덩크’. 26년 만에 제작된 이 시리즈의 첫 극장판 버전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만화의 원작자이기도 한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감독까지 맡아서 더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개봉 2주 차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워버렸다. 이 시리즈물을 애정했던 3040 중장년층은 ‘슬램덩크’ 극장판을 N차 관람하는 이들까지 있단다. 게다가 설 연휴 기간에는 이 만화를 추억하는 세대와 그들의 자녀가 함께 보는 작품으로 떠오르며 현재까지 총 159만 4210명의 관객(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1월 24일 기준)을 동원하는 성적을 내기도 했다.

 

사진=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 장면

 

극장가 박스 오피스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것도 흥미롭지만 이러한 인기몰이의 동력으로 기존의 만화책 판매량이 5배까지 증가했고, 이와 관련된 굿즈까지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서 이 정도면 컬쳐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1990년대 대한민국 농구 열풍에 한몫했던 만화 ‘슬램덩크’는 전국 고교 농구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스포츠 성장드라마다. 이번 극장판 버전은 시리즈 원작 만화의 에피소드 중 가장 빛나는 경기의 순간이었던 북산고와 산왕공고와의 경기 과정을 그려서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얻었다.

 

이제 다시 들으면 조금 오글거릴 수 있지만, “감독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그래 내 이름은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와 같은 명대사들을 다시 듣는 재미도 쏠쏠했던 극장판 ‘슬램덩크’. 추억이 방울방울 돋는 대사들을 만끽하며, 코트를 종횡무진 누리는 5명의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흥미진진했지만, 나이가 들어 그런가 ‘슬램덩크’를 극장판으로 다시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눈에 들어오는 이가 새롭게 생겼다. 다름 아닌 코트 내 청춘들을 진두지휘하는 안 감독이었다.

 

사진=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 장면

 

10분의 시간을 남겨두고 24점 뒤처진 상태에서 북산고 안 감독이 생각해 낸 역전의 히든 전략은 ‘오펜스 리바운드’. 공격 자격이 있을 때, 노골 된 공을 리바운드로 잡아 다시 공격으로 연결하는 ‘오펜스 리바운드’가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핵심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안 감독은 리바운드에 재능이 보이는 강백호에게 경기를 직접 지켜보게 만든 후 리바운드의 중요성을 자각할 수 있게 코칭을 한다. 백호는 농구를 시작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풋내기지만, 안 감독의 동기부여 코칭에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리바운드에 혼신의 힘을 다하게 되고, 그 결과 경기 승패의 흐름은 북산고의 것이 된다.

 

청춘들의 성장을 다루는  여타 만화들을 보면 어른들은 자신의 시각을 주입하거나 인위적인 교훈을 주는 것이 상례인데, 북산고의 안 감독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는 우선 선수들 각각의  재능을 간파하고, 그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있으며 그것이 경기에 어떤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자각하게 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강백호와 같은, 아직 능력이 다 발하지 않은 선수들에겐 오직 백호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적절한 타임에 동기부여를 제대로 해주는 사람이다.

 

사진=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 장면

 

못하는 것을 지적하기 보다 잘하는 것을 먼저 간파하고, 그 잘하는 것을 더 잘 해낼 수 있게 동기부여 시켜주는 어른. 진짜 어른의 품격이란 안 감독과 같은 성장의 기회를 주는 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도전을 매 경기마다 해내는 북산고 선수들을 성장하게 만드는 안 감독을 보면서 이런 상사 혹은 선배가 있다면, 밑에 후배 혹은 부하 직원들은 진짜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다. ‘꼰대’ 소리 듣지 않는, 직장 내 후배들의 마음을 얻는 멋진 선배 혹은 상사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슬램덩크’의 안 감독이 선수들을 대했던 방법들을 복기해 보면 어떨까.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먼저 챙기고 독려해야 하기에 조금은 속 타는 기다림이 필요하니, 말처럼 마냥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새해엔 한 번, ‘슬램덩크’ 안 감독처럼 도전해 보자. ‘슬램덩크’에 푹 빠졌던 청년기에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직접 뛰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이젠 그 미덕을 후배들이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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