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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경력채용① 팀장급 전문가를 뽑을 때 유독 신중해야 하는 까닭

직무와 조직 적합도를 복합적으로 고민해야…확신 없다면 보류하는 것도 대안

2023.01.04(Wed) 16:56:27

[비즈한국] 중요한 프로젝트를 이끌 팀장으로 10년 이상 실무경력을 보유한 경력직을 채용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비슷한 규모의 프로젝트 인허가와 현장감독을 수행한 경험, 해당 직무분야의 기술사 자격 소지자를 필수 자격요건을 걸었다. 회사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고 연봉과 직급을 고려해서 공고를 진행했고 지원자들이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진행한 실무면접에는 권위 있는 전문가를 외부위원으로 모셨다. 임원면접 또한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심층적으로 진행했다. 4개월 동안 두 차례 공개채용을 진행했으나, 결국은 적합자 없이 마무리되었다.

 

단순히 업무적합성이나 전문성 만을 따져 경력직을 뽑게되면 득보다 실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

 

첫 공고 때는 총 6명의 지원자에 대해 면접을 진행했는데, 자격요건은 모두 충족했으나 실무면접에서 합격선을 넘은 지원자가 없었다. 지원자들과 유사한 수준의 경력과 역량을 갖춘 인재는 사내에도 충분히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걸고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현재 재직 중인 내부직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여러 보상기회(승진이든 급여인상이든)를 나누거나 박탈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근로자의 숫자 자체를 무한정 늘려 계속해서 외부인을 영입해올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고정된 TO와 예산 내에서 운영을 해야하기에 누군가의 파이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내 파이가 작아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때문에 재직자와 비슷한 수준의 경력직을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영입하게 되면 내부 직원의 사기를 저하하는 역효과가 생기기 쉽다. 아니나 다를까 팀장급 채용공고가 올라가자마자 노조로부터 항의 전화가 여러 번 들어오기도 했다. 적임자를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외부에 공고하는 경영진에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때문에 실무 PT면접은 유례없이 깐깐하게 진행되었고, 모두가 훌륭한 인재들이었으나 아무도 1차 면접의 허들을 넘지 못했다.

 

두 번째 공고는 헤드헌팅과 리퍼럴 채용(referral, 소개, 추천으로 지원하나 선발 과정은 동일)을 통해 3명의 후보자 면접을 진행했다. 내부직원 추천으로 지원한 A는 다양한 현장경력을 20년 이상 갖고 있는 베테랑이었으나 그만큼 나이가 많았고, 그 때문에 연봉은 다소 낮아지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정년까지 근무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헤드헌팅을 통해 지원한 B는 자격요건에 부합하는 딱 10년 경력에 대기업 출신으로, 대기업 환경 특성상 팀장급 리더경험이나 직접적인 현장경력이 많지는 않았으나, 추진 예정인 프로젝트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최근 3년 간 수행한 경험이 있었다. 외주업체 추천으로 지원한 C는 10년간 현장감독보다는 인허가 등의 행정업무를 주로 담당했고 고객사 출신이다 보니 회사의 시스템이나 내부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러 논의 끝에 임원면접에서 최종 선택한 후보자는 B 였다. 내심으로는 A 후보자를 정규직이 아닌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었기에 은근히 어필도 해보았으나, ‘장기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인재가 필요하다’​, ‘​훌륭해 보이기는 하나 큰 조직 경험이 없어 인허가 등의 행정 처리나 의사소통 능력은 다소 부족할 것 같다’​는 피드백으로 묻히고 말았다. 합격자 B는 인사팀에 여러 차례 연봉과 급여체계, 근로계약조건과 직무내용, 직원 복지와 조직문화 등에 대해 문의했고 결국 2주간의 고심 끝에 합격자 등록을 포기했다. 본인은 보다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된 곳으로 이직하고 싶지만 배우자가 반대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예비합격자였던 A 후보자에게도 연락을 취해 의사를 타진해보았으나 사흘 뒤 고민 끝에 입사 제의를 고사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것도 걱정되고, 무엇보다 내부 직원들을 아우를 만한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이유였다.

 

신입보다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신입채용에서는 일정 수준의 직무적합도만 중점적으로 보면 되지만 경력직 채용은 직무적합도, 조직적합도를 복합적으로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갖고 있는 지식과 전문성, 기술 등 가시적인 결과물이 실제 우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성과들이 지원자 개인이 갖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지원자가 속한 환경(해당 기업의 시스템과 프로세스, 팀원이나 데이터, 재정 등의 자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들여다 보고 판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의사소통 능력, 공감력, 적극성 등 본질적인 성향과 태도 같은 내적역량까지 고려해서 지금의 조직에 옮겨두었을 때 적합한 인물인지,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 얼마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시뮬레이션 해봐야 한다.

 

신입채용의 경우 경력이 있건 없건 간에 회사의 기대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경력이야 호봉사정 시 어느 정도 인정 받았을 테지만, 그래도 이 회사는 처음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 하는 유연한 생각과 관대한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력직을, 그것도 높은 연봉을 주고 높은 직급으로 채용했을 시 우리는 그만큼 선입견을 갖고 높은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게 된다. 게다가 그 사람으로 인해 내 기회가 박탈되었다고 느낀다면, 누가 그 리더의 지시를 따르고 팔로십을 보이겠는가. 이런 이유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을지, 이동할 경우 생길 각종 기회비용들을 계산하다 보면 ‘내가 굳이 이 조건으로 새로운 전선에 뛰어드는 것이 맞는 것인가’​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후보자 A 혹은 B, 그리고 회사의 경영진 각자가 어느 정도의 미래시점까지 계산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인사팀은 해당 채용 과정에 혼신을 다 했고 손에 쥐는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으나 배운 점은 많이 있었다. 결국 그 자리는 한동안 공석으로 남아있었고, 이로 인해 자극을 받은 누군가는 관행적으로 해오던 느슨한 업무 태도를 개선하고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고, 절약된 인건비로 괜찮은 신입직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정년에 도달한 기존 전문기술직을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연장 계약하는 새로운 방법도 찾았다. 혹자에게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결국 성과 없이 끝낸 채용이니 실패한 전략이고,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의사결정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적합하지 않은 후보자를 리더(팀장)급으로 배치했을 경우 그 이직자가 겪을 부적응이나 이로 인한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 눈에 보이지 않은 손실비용을 오히려 절감했다고 생각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어느 투자은행 임원은 “경력있는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은 장기이식과 비슷하다.(The Risky Business of hiring Stars, 2004)”​고 답한 바 있다. 다른 신체(조직)에서는 잘 작동했던 장기가 새로운 신체에 이식되었을 때, 수혜자의 면역체계는 이를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라고 인식하고 공격하는 ‘거부반응’​을 보인다. 심할 경우 이식된 장기를 괴사시켜 다시 절제할 수도 있고,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허혈, 고혈압 등 만성적인 거부반응을 보여 이식된 장기와 몸 전체가 서서히 망가지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식 전에는 다양한 적합성 검사를 실시하고, 이식 후에는 오랜 기간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에 새로운 누군가를 영입하는 것 또한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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