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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불모지' 국내에 쏟아지는 신작…'게임 체인저' 되지 못하는 이유

주춤하는 '모바일' 대안으로 부상…"인력 명맥 끊겨 한계, 아직 경쟁력 낮다"

2022.12.30(Fri) 12:32:56

[비즈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 둔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 신작을 통해 해외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콘솔 게임은 전용 게임기를 TV나 모니터에 연결해 즐기는 게임을 가리킨다. ​최근 크래프톤이 생존 공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TCP)’을 선보였고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 ‘쓰론앤리버티(TL)’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신작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콘솔게임이 국내 게임업계의 반등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꺾이고 있다.

 

고사양 게임인 콘솔의 경우 국내엔 부족한 전문 개발 인력이 필요하고 높은 제작비가 투입된다. 이에 게임사들은 제작 경험이 많은 해외 스튜디오를 통해 현지 개발자들을 영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구권 전통 강자들과 경쟁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업계는 ‘콘솔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고 든든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을까. 

 

​2022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필두로 국내 게임대형사들이 앞다퉈 콘솔 게임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 전광판 홍보 영상. 사진=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표 첫 콘솔 게임…무난한 그래픽·사운드, 아쉬운 ‘게임의 맛’ 

 

크래프톤은 12월 2일 서바이벌 공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콘솔과 PC버전으로 출시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첫 콘솔 게임인 이번 신작은 ‘데드 스페이스’의 제작자로 유명한 글렌 스코필드가 제작에 참여해 큰 관심을 모았다. 게임 공개 후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한 유저는 “그래픽이나 사운드는 좋게 평가한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게임성이나 스토리라인이 부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사운드는 훌륭하지만 더빙 퀄리티가 떨어진다”, “전투 자체는 무난했지만 이도저도 아닌 스토리가 게임 자체의 매력을 떨어트린다”, “그래픽 최적화는 별로고 전투도 다 똑같다. 공포 게임인데 하나도 안 무서운 게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게임 평가 사이트 메타크리팅 등에서도 예상보다 낮은 평점을 기록하며 완성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부각됐다. 비평가들은 대체로 그래픽이나 공포 분위기 등에는 높은 점수를 부여했지만 전투 시스템, 스토리 등은 아쉽다는 평을 내놨다.

 

크래프톤의 첫 콘솔 신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스토리텔링과 전투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공식 론칭 트레일러. 사진=크래프톤 유튜브 캡처


주가 반등 기회로 여겨졌던 신작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크래프톤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신작 공개 전날 20만 1500원이었던 주가는 일주일 후 17만 9500원을 기록하며 11%가량 하락했다. 증권가도 연달아 목표주가를 낮추며 “유명 개발진을 영입하고 개발사를 인수하는 크래프톤의 전략이 유효함을 증명했어야 했다(신한투자증권)”, “대중적 관점의 트리플 A급 게임으로 포지셔닝하기에는 어렵다(키움증권)”고 평가했다. 

 

#남아 있는 유일한 시장…‘불모지’ 개척나선 대형사들

 

크래프톤은 올 한해에만 주가가 60% 넘게 빠지며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다른 게임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연초 대비 30% 이상 하락했고 넥슨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는 주가가 60% 가량 고꾸라졌다. 신작 출시가 지연되거나 기존 IP가 부진한 실적을 낸 탓이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국내 업계의 주요 수입원인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와중에도 명확한 비전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공통된 원인이 있다. 이는 국내에서 일부 마니아를 위한 게임으로 취급받던 콘솔 게임에 대형사들이 앞다퉈 진출한 배경이기도 하다.

 

위메이드 사태로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과 NFT에 거는 기대도 한풀 꺾이면서 업계에서는 본업인 게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시각이 굳어지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모바일이나 PC는 포화상태다. 콘솔이 사실상 남아 있는 유일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우선 목표는 글로벌 게임 회사로 확고히 도약하는 것이다. 신작을 PC, 모바일에 이어 콘솔 플랫폼까지 확대 탑재해 더 크고 넓은 무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정헌 넥슨 대표도 “한국 게임회사가 웨스턴이나 다른 곳에서 성공하고 오래 생존하려면 콘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제작비 1200억 이상 투입했는데…전문 인력 구축은 장기 과제

 

하지만 의지와 달리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당장 개발 인력 확보가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전후로 사실상 전문 인력의 명맥이 끊겼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모바일과 PC게임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관련 인력이 성장할 발판도 미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콘솔 게임 비중은 5.8%에 불과해 북미 35%, 유럽 46%에 비해 미미한 규모다. 현재 국내에선 모바일 게임이 약 57%로 가장 많고 PC 게임은 26%를 차지하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자체 기기를 통해 플레이하는 콘솔 게임은 컴퓨터에 비해 폐쇄적인 시스템이다.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하드웨어의 특성도 잘 알아야 하고 메모리 관리나 그래픽 등에 더 특화된 인력이 필요하다”며 “시장에서 비중도 낮은 데다 투자도 적어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몸값도 높다”고 설명했다.

 

‘크로스플레이’로 콘솔과 PC 등 기종 간 연결이 가능해져 수익성도 개선되고 제작이 보다 수월해졌지만 근본적인 기술력 차이는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크래프톤은 자체 인력을 구축하기보다 검증된 해외 개발진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데드 스페이스와 ‘콜 오브 듀티’ 등 15개 타이틀을 제작한 글렌 스코필드 대표와 손을 잡고 미국 현지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제작비는 1200억 원 이상 투입됐다. 그 덕에 기술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전작들의 스토리를 섞었다’, ‘기존 작품에 비해 나아진 부분이 없다’는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PC 버전에서의 프레임 끊김 현상이 나타나는 등 최적화의 한계도 지적됐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 콘솔 게임 신작을 공개할 계획이다. 쓰론앤리버티 출시 계획을 발표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위)와 프리뷰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유튜브 캡처


2023년은 대형사를 필두로 콘솔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된다. 엔씨소프트는 상반기 쓰론앤리버티를 통해 글로벌 실적을 끌어올리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넥슨은 신작 ‘워헤이븐’과 ‘퍼스트 디센던트’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펄어비스는 하반기 중 흥행작 검은사막을 잇는 ‘붉은사막’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콘솔 게임에 진출하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노하우가 축적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정현 회장은 “콘솔 게임은 PC나 모바일에 비해 스토리텔링 등의 완성도가 높고 고성능 게임이다. 한국의 개발력을 입증한 것”​이라면서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통해 볼 수 있듯 아직 해외의 전통 강자들과 견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내년 출시되는 쓰론앤리버티에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강점보다 약점이 압도적으로 많아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김정태 교수는 “2010년대에도 콘솔 게임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지만 부진했다”며 “해외 콘솔 시장 비중을 고려하면 국내 업계의 수익 구조는 기형적이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콘솔 시장이 성장한다면 중소기업, 전문 인력 확보 등에도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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