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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신입채용④ 탈락한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최종 면접자는 모든 필수요건 충족한 잠재적 합격자…'운칠기삼' 다양한 변수가 당락 결정

2022.12.29(Thu) 10:44:16

[비즈한국] 아직도 많은 취준생들이 회사 인사팀에서 채용당락을 결정할 것이라고 오해한다. 직장생활을 조금만 해보면 금방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인사팀은 채용업무를 매일 반복하는 곳에 불과하다. 물론 동일한 업무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다 보니 그만큼 분야별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채용수요 부서나 회사에서 각 직무별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최종합격에 이르게 되는지에 대한 사례와 경험을 많이 쌓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간 채용공고, 서류전형, 면접의 각 채용단계별로 여러 이야기를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뇌리에 가장 강하게 남은 사례를 빌어 신입채용에 대한 알쓸인잡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신입 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이유에 대해 집착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인턴과 계약직으로 두어 번 입퇴사를 반복하던 A는 최종면접에서 탈락하자 자신의 상사 B와 인사팀을 대상으로 민원을 넣었다. B의 친인척을 합격시키기 위해 B와 인사팀이 사전에 공모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 근거로 B의 친인척이 과거에도 계약직으로 근무한 적이 있고 이번 채용에도 지원했으며, 유독 이번 채용과정에서 인사팀이 자신에게만 추가 경력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며 적임자인 본인이 떨어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덕분에 한 달간 특정감사를 받았고, 이어서 3달간 상급기관의 추가감사를 받았는데 난생 처음 휴대폰 통화기록을 제출하기도 했다. '혐의없음'으로 감사 처분결과가 나오자, A는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채용비리로 상사B와 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조사를 위해 경찰서를 두어 번 오가며 요청하는 여러 자료들을 제출했다. 작년 1월에 진행된 채용에서 시작된 A의 민원과 고발은 거의 1년이 걸려 12월 24일 증거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처분통보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기간제이든 정규직이든 안정적으로 계속 근무하고 싶었을 A의 열망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면접에서 당락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권한이 일개 인사팀장에게는 없다. 필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를 비롯하여 꽤 많은 회사에서 채용 공정화를 위해 면접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있으며, 부서장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해도 과거 근무했던 직원이나 현 재직중인 직원에 대해서는 직접 평가 하지 못하도록 ‘회피제도’​를 마련해 두기도 한다. 친분만으로 특정인이 최종합격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로 어려운 일이고 굉장히 많은 위험 시나리오를 수반하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A가 주장한 ‘​B의 친인척’​은 애초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팀원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채용은 운칠기삼이다. 지원자에게도, 회사에게도.”​ 필수요건을 충족하고 각 전형과정을 거쳐 최종면접까지 올라온 지원자는 모두가 잠재적 합격자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많은 준비(자격이든, 경험.경력이든)를 하고 취업에 임한다. 그런데 전혀 부족함 없는 지원자가 탈락하는가 하면, 경쟁력 없어 보이던 지원자가 최종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경우도 많다. 회사마다 최종합격자 선정기준, 면접관마다 판단기준,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의 자세, 또는 막말로 그 날의 날씨와 지원자 혹은 면접관의 컨디션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미세한 차이로도 당락이 좌우된다.

 

따라서 객관적인 증빙 하나없이 내가 떨어졌으니 채용비리이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은 지극히 자기주관적, 아니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내가 옆에 있던 다른 지원자들보다 능력이나 준비가 부족해서 또는, 스펙이 모자라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본인 정신건강에 이롭지 못하다. 그저 그 회사와 연이 닿지 않아서, 그 날의 운과 기가 못미쳐서라고 생각하는 편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도 좌절감 없이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멘탈관리 방법이다. 

 

회사 또한 마찬가지다. 베스트(Best) 혹은 라이트 퍼슨(Right person) 이라고 생각해서 힘들게 뽑은 인재가 알고 보면 업무능력이 말도 못하게 떨어지거나 조직 부적응자일 수도 있고, 근태가 불량할 수도 있다. 면접장에서는 회사에 뼈를 묻겠다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직서를 던질 수도 있다. 내로라 하는 학벌과 스펙을 갖추었지만 막상 저성과자로 모든 팀에서 기피하는 직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이 최종합격자가 우리 회사 인재상에 부합하는 최고의 핵심인재다.’​ 라는 생각 또한 공상에 불과하다. 신입채용이 마무리 될 때마다, 그리고 힘든 관문을 뚫고 들어왔던 신입직원들의 사직서를 받을 때마다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진다. 

 

얼마 전 공채 최종합격자 발표 직후, 지원자의 보호자로부터 민원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면접자들은 입도 뻥긋 못 했다던데 어떻게 우리 애가 떨어질 수 있느냐!”​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격하게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그 때 하고 싶던 말을 이 기회를 빌어 꼭 전하고 싶다. “​어머니, 면접자들이 단체로 실렌시오(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침묵​ 마법주문)에 걸린 것도 아니고, 입도 뻥긋하지 못하다니요. 그저 그 날의 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생각하고 자제분을 한번 더 보듬어 주세요.”​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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