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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이 담은 남반구 고리 성운의 '두 얼굴'

사진에 찍힌 두 개의 별 외에 사라진 세 별의 비밀

2022.12.19(Mon) 10:29:36

[비즈한국]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벌써 꽤 많은 사진과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일명 남반구의 고리 성운 또는 팔렬 성운으로 불리는 행성상 성운 NGC 3132의 모습을 고르겠다. 얼핏 보면 가스 구름 중앙에 밝은 하얀 별만 빛나고 있는 것 같지만, 제임스 웹은 먼지 구름을 꿰뚫고 그 속을 들여다보는 적외선으로 하얀 별 옆에 숨어 있던 미지근한 또 다른 별을 확인했다. 희미하게 빛나는 이 주황색 점이 아름다운 가스 구름을 만든 진짜 주인공이다. 

 

제임스 웹이 담은 남반구 고리 성운의 아름다운 모습. 특히 중적외선으로 관측한 사진을 보면 먼지 구름에 가려진 별이 주황색으로 드러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주황색 별이 성운을 만든 주인공이다. 사진=NASA, ESA, CSA, and STScI


현재 이 별은 태양의 절반밖에 안 되는 작은 질량만 가진 채 서서히 식으며 어두워져가고 있다. 원래 이 별은 태양 질량의 3배쯤 됐는데,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불안정한 시기를 겪고 바깥 대기를 사방의 우주 공간으로 토해냈다.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남쪽 고리 성운의 모습도 오래전 이 주황색 별이 풀어헤친 외곽 대기 물질의 흔적이다. 

 

성운 중심의 이 별은 혼자 빛나지 않는다. 그 옆에 하얗게 보이는 별과 함께 짝을 이뤄 돈다. 별 하나가 혼자서 가만히 서서 가스 물질을 불어낸 것이 아니라, 다른 별과 함께 궤도를 돌면서 가스 물질을 불어냈다. 그래서 사방으로 나선을 그리며 복잡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최근 네이처에 발표된 제임스 웹의 관측 분석 결과는 예상치 못한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곳이 두 개의 별이 아니라 무려 다섯 개의 별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두 개의 별뿐 아니라 추가로 세 개의 별이 함께 이 복잡하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 세 개의 별은 오래전 자취를 감췄다. 과연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제임스 웹은 어떻게 사라진 별들의 흔적을 찾았을까? 

 

제임스 웹이 밝혀낸 남쪽 고리 성운의 놀라운 두 얼굴과 그 속에 담긴 비밀을 소개한다.

 

원래 이곳에는 태양의 세 배 질량을 가진 별이 있었다. 태어난 지 5억 년이 지나면서 별은 수명이 다해갔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이 별은 본격적으로 외곽 대기를 사방의 우주 공간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원래 갖고 있던 질량의 절반 이상을 모두 우주 공간에 토해낸 결과 지금은 태양 질량의 절반밖에 안 되는 일부만 백색왜성으로 남았다. 이 백색왜성은 서서히 식으며 빛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백색왜성 찌꺼기는 우리 지구 크기 정도다. 별이 사방으로 벗어던진 가스 먼지 구름은 별 주변에 납작한 먼지 원반을 이루면서 별을 에워쌌다. 자신이 벗어던진 두꺼운 먼지 구름으로 에워싸였기 때문에 이 별은 실제보다 더 어둡고 더 붉게 보인다. 

 

제임스 웹은 다양한 파장의 적외선으로 관측한 덕분에 다양한 종류의 이온화된 원자와 분자의 분포를 따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별빛을 받아 이온화된 원자들의 분포는 성운 중심부 좁은 영역에 모여 있다.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나가며 이온화가 되기 위해선 별 가까이서 강력한 별빛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온화된 원자로 채워진 영역은 그 경계가 비교적 부드럽다. 그런데 수소 분자의 분포를 보면 확연히 다르다. 성운 외곽까지 훨씬 멀리 분포하는 데다 이온화된 원자와 달리 모양이 훨씬 복잡하다. 성운 외곽까지 가스 필라멘트 가닥들이 아주 길게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오래전 가운데 죽어가는 별이 사방으로 물질을 토해내며 남긴 흔적이다.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남반구 고리 성운 속의 이온화된 원자들의 분포. 성운 중앙에 더 가까이 좁게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왼쪽). 수소 분자는 성운 외곽 훨씬 먼 곳까지 복잡하게 퍼져 있다(오른쪽). 사진=NASA, ESA, CSA, and O. De Marco(Macquarie University)/Image processing: J. DePasquale(STScI)

 

그런데 여기서 천문학자들은 뜻밖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필라멘트가 사방으로 고르게 뻗어나가지 않았다. 사진에서 오른쪽 윗부분은 필라멘트들이 아주 곧게 잘 뻗어나간다. 반면 왼쪽 부분은 필라멘트들이 훨씬 복잡하게 휘어 있다. 이것은 별 하나에서 물질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별들이 한데 모여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남반구 고리 성운은 방향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른쪽 위 ② 영역은 필라멘트가 곧게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반면 왼쪽 ① 영역은 훨씬 복잡하게 엉켜 있다. 사진=NASA, ESA, CSA, and O. De Marco(Macquarie University)/Image processing: J. DePasquale(STScI)


더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이 독특한 성운의 3D 입체 모델을 만들었다. 실제 성운은 납작한 원반 모양이 아니라 둥근 공 모양에 가깝다. 다만 우리는 하늘에서 둥근 공 모양의 단면만 볼 뿐이다. 제임스 웹은 세밀한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이 둥근 성운의 입체적인 형태를 유추할 수 있게 해주었다. 성운의 각 부분에서 빛나는 원자, 분자의 빛의 파장이 얼마나 길고 짧은 쪽으로 치우쳐 보이는지를 비교하면 성운의 각 부분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즉 지구의 하늘에선 모두 납작하게 투영되어 그저 둥근 원 모양으로만 보이지만,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우리 지구 쪽으로 다가오는 구름의 앞부분과 지구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도망가는 구름의 뒷부분을 따로 구분해서 볼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실제 이 성운은 지구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훨씬 더 길게 찌그러진 럭비공 모양에 가깝고 지구의 시선 방향에 약 30도로 기울어진 채 관측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현한 남반구 고리 성운의 입체 모델.


최근까지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성운 가운데에서 관측되는 별 두 개가 서로 궤도를 돌며 가스 구름을 만들었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모습은 만들어질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대체 성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천문학자들은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실제 관측되는 성운의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경우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답은 아주 놀랍다. 

 

실제 관측되는 남반구 고리 성운의 모습을 가장 잘 재현하는 상황을 순서대로 묘사한 그림. 사진=NASA, ESA, CSA, E. Wheatley(STScI)


현재 성운의 중심에선 하얗게 빛나는 별 ②, 그리고 자신이 뱉어낸 먼지 원반으로 둘러싸인 주황빛의 별 ① 두 개만 보인다. 하지만 이 주황빛 별 곁에는 원래 세 개의 별이 더 존재했다. 특히 그 중 두 개의 작은 별 ③, ④가 아주 바짝 붙어있었다. 별 ①이 진화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외곽 대기층은 서서히 부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곁에 바짝 붙어있던 두 별 ③, ④로 외곽 대기층 물질이 흘러간다. 이로 인해 별 ③, ④는 각자의 자전축 방향을 따라 제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제트로 인해 사방으로 복잡한 형태로 물질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진화를 거의 마친 별 ①은 자신이 토해낸 물질로 이루어진 두꺼운 먼지 원반에 둘러싸인다. 그리고 곁에 바짝 붙어있던 두 별은 결국 크게 부푼 주황빛 별 속에 잡아먹히거나 그대로 사라졌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사방으로 분출된 제트와 항성풍으로 인해 그 주변 영역은 둥글게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 

 

한편 그 곁에서 비교적 멀찍이 떨어진 채 맴돌고 있던 또 다른 별 ⑤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주황빛 별이 만든 두꺼운 먼지 원반과 그 주변 먼지 거품 속을 휘젓고 다니면서 사방으로 복잡하게 얽힌 고리 모양으로 성운을 퍼트린다. 이렇게 성운 속을 휘젓고 다니며 아름다운 우주 라테 아트를 완성한 별 ⑤도 결국 서서히 식고 어두워지면서 자취를 감췄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건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정작 주황색 별 옆에서 관측되는 하얀 별 ②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원래 천문학자들은 사진에서 바로 보이는 하얀 별과 주황색 별 두 개가 성운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하얀 별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 아름다운 성운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주황색 별, 그리고 그 곁에 바짝 붙어 제트를 토해내고 주변 공간을 휘젓고 다녔던 또 다른 세 개의 별이었다. 

 

그동안 성운을 만든 주인공인척 우리를 속이고 있던 하얀 별은 사실 모든 과정이 벌어지는 동안 멀찍이 떨어져 있던 구경꾼에 불과했다. 오히려 아름다운 성운을 만들어낸 진짜 주인공인 이름 모를 세 개의 별은 그저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뒤 티내지 않고 조용히 어둠 속으로 물러났던 것이다. 놀랍게도 제임스 웹은 당장 관측되는 별들뿐 아니라 이미 제 역할을 하고 사라진 과거의 별들의 존재까지 추억하는 셈이다.

 

행성상 성운의 형태는 단순하지 않다. 둥글거나 각지거나 양쪽 방향으로 대칭적인 형태 등 다양한 모습을 갖는다. 사진=NASA

 

사실 태양 정도 또는 태양보다 살짝 더 무거운 별들이 죽고 남기는 행성상 성운은 아주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를 가진다. 그 형태만큼 별명도 재밌다. 가장 간단한 형태 중 하나로 커다란 고리 모양을 하고 있는 고리 성운, 둥근 가스 거품 속에 빛나고 있는 별 두 개의 모습이 마치 뚱뚱한 올빼미 같다고 해서 지어진 올빼미 성운, 외곽에 둥글게 퍼져나가는 가스 필라멘트 가닥의 모습이 털옷을 입고 있는 에스키모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에스키모 성운, 둥근 가스 구름 한가운데 크루아상처럼 복잡하게 꼬여있는 성운의 모습이 마치 고양이 눈 같다고 해서 고양이 눈 성운이다. 

 

올빼미 성운. 사진=ESO

 

에스키모 성운. 사진=NASA/Andrew Fruchter(STScI)

 

고양이 눈 성운. 사진=NASA, ESA, HEIC, and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

 

행성상 성운은 꼭 둥글게만 퍼져나가지도 않는다. 각진 모양으로 퍼져나가서 붉은 직사각형 성운. 양쪽 대칭적으로 두 개의 가스 거품이 따로 퍼져나가는 모양의 모래시계 성운, 개미 성운도 있다. 단순히 별 혼자서 사방으로 외곽 대기를 불어낸다면 이런 다양한 모습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모든 행성상 성운을 일괄적으로 똑같이 설명해선 안 된다. 중심에서 죽어가는 별의 자전이 얼마나 빠른지, 그 곁에 몇 개의 동반성이 함께 맴돌고 있는지, 또 주변 성간 물질의 밀도와 별이 움직이는 속도, 별 주변 행성들의 존재까지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행성상 성운의 다채로운 모습을 이해하려면 각각의 사연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한다. 

 

붉은 직사각형 성운. 사진=Hubble, NASA, ESA/Processing & License: Judy Schmidt

 

모래시계 성운. 사진=Raghvendra Sahai and John Trauger(JPL), the WFPC2 science team, and NASA/ESA

 

개미 성운 . 사진=NASA/ESA

 

현재 50억 살을 지나고 있는 우리 태양도 앞으로 50억 년이 더 지나면 결국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점점 부풀어올라 지구-화성 궤도만큼 크게 팽창한 후 외곽의 대기를 사방으로 벗겨내며 한때 자신이 우주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태양이 죽고 난 뒤 먼 미래, 누군가 멀리서 우리 태양계 쪽을 바라본다면 그들의 하늘에는 새로운 행성상 성운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 태양은 어떤 모습의 행성상 성운을 만들게 될까? 태양은 주변에 동반성이 없으니까 단순하게 둥근 고리 성운을 남길까? 아니면 주변 행성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나선형으로 꼬인 고양이 눈 성운과 같은 모습을 남길까? 그것도 아니라면 또 다른 전혀 새로운 종류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남기고 사라질까? 태양은 어떤 화풍의 아티스트일지 궁금해진다. 

 

우주에서 빛나는 모든 별은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 별 혼자 작은 점으로 빛나고 있을 때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별이 죽고 나서 사방에 남긴 지저분하고 아름다운 흔적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별이 빛났던 그 긴 세월이 별이 평생 단 한 번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의 예술 작품을 위해 존재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주는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음을 맞이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2-01845-2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news-releases/2022/news-2022-059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22/nasa-s-webb-indicates-several-stars-stirred-up-southern-ring-nebula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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