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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우중응원' 광화문광장, '안전' 신경 쓰느라 '시민의식'은 실종

경찰·민간 1176명 동원돼 현장통제 원활…비매너 흡연과 쓰레기 방치로 아쉬움 남겨

2022.11.29(Tue) 17:07:53

[비즈한국] 입동이 한참 지난 11월말이지만 기온은 15도로 선선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오후부터 비가 보슬보슬 내리더니 저녁이 되자 빗방울이 굵어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이 있는 날이다. 대표팀은 24일 열린 우루과이 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였고, 12월 2일 상대할 포르투갈은 승리를 점치기 어려워, 이날 가나전 승리가 이번 월드컵 16강행의 최대 관건이었다. 응원 열기가 매우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자는 거리응원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나섰다.

 

지난 28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 거리응원 모습. 사진=임종언 인턴기자


#경기 시작 2시간 전, 한산했던 지하철과 거리

 

이번 월드컵은 ‘코시국(코로나 시국)’ 이후로 열리는 첫 월드컵,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광화문 광장에 3만 명이 모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거세지는 빗줄기가 관건이었다. 시청역에 내려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가는 길은 한산했다.

 

두 번째 거리응원의 날. 주변 상권의 매출 증감 여부가 궁금했다. 처음 들른 편의점, 점주에게 매출 현황을 묻자, 예상과 달리 “변동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광장과 좀 떨어진 위치라 그런 듯했다. 광장과 가까운 다른 편의점에 방문했으나, 답변은 비슷했다. 점주 A 씨는 “매출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 조금 오르긴 했는데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응원하는 분들이 많이 올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경찰 분들이 더 많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데다, 응원 현장에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영향으로 보였다.

 

광화문 광장 근처 카페도 방문했다. 경기 전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대기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자리는 한산했다. 영업시간도 이전과 동일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카페 주인은 “비가 와서 오늘 매출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다. 우루과이전에는 손님이 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매출상승은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후 다른 편의점 두 곳을 더 들러봤지만 전체 매상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삼엄했던 거리응원 현장으로 가는 길, 안전 통제인원 얼마나?

 

이날 현장에는 경찰 900명과 민간 통제 인원 276명이 동원됐다. 사진=임종언 인턴기자


응원 현장으로 가는 길은 삼엄했다. 경찰 기동차량이 도로변에 즐비했고, 횡단보도마다 3명의 경찰이 통제중이었다. 현장 교통경찰은 “현재 약 5개의 기동중대가 나온 것으로 안다. 한 기동단 인원이 60명 내외니까 300명이 넘는 경찰이 나왔다. 교통통제는 약 107명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는 약 50m 간격으로 경찰이 포진했고, 광장 근처에 다다르자 20m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다. 서울시에서 마련한 임시화장실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화장실은 크게 4곳(여자용 2곳, 남자용 2곳)이 설치됐다.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5~6칸의 부스가 있었고, 내부는 제법 넓고 깨끗했다.

 

광장 인근에는 자리를 깔고 우비와 응원용 악마뿔을 판매하는 사람과 단속하는 공무원이 언쟁을 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응원장 안에는 우산을 쓰고 들어가지 못하고 우비를 착용해야 입장이 가능했는데, 우산에 찔려 사람들이 다칠 걸 우려한 듯 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은 흡연시설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인 광장 오른쪽 통로가 끝나는 지점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흡연 중이었는데, 사람들이 빈번히 다니는 길이라 간접흡연 피해가 심했다.

 

#시민들에게 물었다 “현장 안전통제 철저했나?”

 

현장분위기에 대해 시민 B 씨는 “비가 와서 우루과이전 응원 열기만 못한 거 같다. 사람이 적어서 응원 소리도 적은 거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한 반면, 시민 C 씨는 “비가 와서 사람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비가 와서 아쉽다는 반응이 좀 더 많았지만, 시민 D 씨는 “비가 오지만 시민들이 이렇게 응원하러 나와 준 것이 감동적이다. 더 뜨겁게 응원할 것”이라며 고무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 통제는 체계적이었다. 광화문 광장은 총 세 개의 세로로 이어진 관람 섹터가 있었다. 축구화면을 볼 수 있다는 건 섹터별로 동일하나 광장 기준 맨 앞 섹터에는 경기 전 가수들의 공연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해당 섹터 입구에는 민간 안전 통제인원이 배치되어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출입했던 사람 손에 확인 도장을 찍었고, 도장이 있어야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거리응원 스크린은 총 3곳에 설치됐다. 임시화장실은 2곳에 설치됐다. 사진=서울특별시 제공


또한 막아놓은 펜스에 기대거나 무대 앞으로 밀고 나오지 못하게 구두 통제가 되고 있었다. 통로주변에는 예상보다 많은 경찰인력과 일용직 인력이 빼곡히 배치되어 있었는데, 통로에서 멈춘 사람에게는 이동을 권하고, 멈춰 서서 사진 찍는 행위를 못하게 하는 등 부딪힘 사고가 없도록 통제했다.

 

관람 섹터의 뒤에는 밀집지역 안전사고에 대비한 응급센터와 소방CP(현장지휘본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소방CP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출동 소방관은 총 49명이며 구급차 4대, 구조차 5대가 대기 중인 상태였다.

 

경기를 마친 후 응원단 20여 명을 대상으로 현장 안전통제가 잘 되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 안전통제가 잘 이뤄져 안전한 관람이 됐다고 답했다. 시민 E 씨는 “통제 인원이 과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시민 F 씨는 “펜스에 기대지 않게 하는 등 구두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다. 섹터별로 수용인원을 통제했는데 그것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후 정부의 안전통제 인원 증가와 더불어 시민들의 안전의식 향상에 대한 답도 들을 수 있었는데, 시민 G 씨는 “경찰의 인원통제를 떠나서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았다. 시민들이 인원 간격을 신경 써서 너무 밀집되지도 않았고, 앞으로 갈려고 미는 사람도 없었다”고 했고, 시민 H 씨는 “사람들이 밀집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거 같았다. 서로 양보하며 간격을 최대한 띄워서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만족스런 거리응원 안전통제, 그러나 아쉬운 건?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시민 I 씨는 “안전통제 인원이 많은 건 좋은데,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의 ‘보여주기’ 식,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식으로 되는 듯해 지속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꼬집었다.

 

종로경찰서 경비계는 “12월 2일 포르투갈전도 주최 측 예상 참여 인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거리응원뿐만 아니라 일반행사나 집회 등 주최 측의 참여인원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규모를 결정하게 돼 있다. 이번 가나전 역시 매뉴얼대로 진행했을 뿐 인원이 과하게 많이 투입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기결과는 2 대 3, 한국의 아쉬운 패배. 사람들의 분노는 바닥으로 이어졌는데, 응원봉과 붉은 악마 머리띠 그리고 과자봉지와 맥주캔 등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시민들이 있었다.

 

가나전 패배로 분노한 응원단은 쓰레기를 바닥에 버려둔 채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사진=임종언 인턴기자


쓰레기 봉지는 펜스주변 5m 간격도 안 되게 배치됐고, 쓰레기통 역시 길목마다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았다. 어지러워진 현장은 일용직 파견노동자들에 의해 정리됐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의식은 높아졌으나,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는 기본적인 시민의식이 부족했던 현장은 씁쓸함이 들게 했다.​ 

임종언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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