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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도주, 김봉현 일주일째 행방 묘연…라임 사태 어디로

5개월 도피 전력에도 구속영장 기각한 법원 책임론…도피 자금줄·조력자 수사 중단한 경찰도 뭇매

2022.11.18(Fri) 10:49:08

[비즈한국] 1조 6000억 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이 발생한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주 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3년째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이인광 에스모 회장에 이어 또 다시 핵심 인물을 놓치면서 라임 사태의 전모를 밝힐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재 수감된 라임 사태 관련자 가운데 ‘몸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정수 전 리드 회장 정도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사진)이 지난 11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도주해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5월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온 김봉현 전 회장이 지난 11일 결심공판 직전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밀항 준비 정황을 포착,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법원은 지난 9월 14일과 10월 7일 두 차례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6일 보석 취소를 신청했으나 법원은 김 전 회장이 자취를 감춘 지난 11일 뒤늦게 보석 취소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세 차례의 신병확보 기회를 놓친 데에 대한 법원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김 전 회장은 이미 2019년 1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5개월간의 도피 전력이 있는 데다, 횡령 공범이던 수원여객 전 임원의 해외도피를 위해 전세기까지 지원해준 바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에게 도주를 권유하고 자금을 지원했던 것 또한 김 전 회장이다. 이 전 부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김 전 회장의 권유로 ​도주했으며, 김 전 회장이 운전기사와 차량 및 휴대폰 등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번 김 전 회장의 도피에서 주목할 점은 도주를 도운 인물이 김 전 회장의 조카라는 점이다. 김 전 회장은 도주 직전까지 함께 있던 조카 A 씨와 휴대전화 유심을 바꿔 끼우고 도주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A 씨가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정황을 포착했으나,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한 형법 규정에 따라 A 씨를 체포하지는 않았다. 

 

과거 도피 당시 김 전 회장은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도피 중이던 김 전 회장의 호텔 예약, 치과 치료 등을 위해 명의를 빌려주거나 도움을 준 측근 홍 아무개 씨는 과거 이인광 전 에스모 회장과 함께 코스닥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라임 사태 혹은 그 이전부터 주가조작 및 기업사냥 등으로 관계를 맺고 있던 ‘선수’들이 서로의 도피를 지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임 사태에 정통한 법조계 인사는 “라임 사태의 다른 주요 인물들이 해외 도피 중인 데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자 김 전 회장도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해 해외 도주를 결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다단계판매(피라미드) 출신으로 도피할 경우 이를 지원할 조력자가 많다”면서도 “과거에 도피를 도운 이들이 재판에 넘겨졌던 만큼, 이번에는 범인도피죄를 적용하지 못하는 친족(조카)의 도움을 받은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김봉현 전 회장이 사라지면서 라임 수사는 더욱 미궁에 빠졌다. 라임 자금이 미국 사모펀드(IIG·​International Investment Group LLC)로 흘러가게 된 경위와 법조계·​정재계 로비 의혹 등이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김 전 회장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체포도 필수다.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과 14개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라임으로부터 국내 부동산 개발 등의 명목으로 약 35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김 회장은 2019년 10월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그가 과거 라움 부회장 직함으로 사용하던 명함. 사진=비즈한국DB


김영홍 회장의 도피 자금줄은 필리핀 막탄섬에 위치한 이슬라리조트로 추정된다. 이슬라리조트에는 라임 자금 300억 원이 투입됐다. 김 회장은 사촌 형 김 아무개 씨를 비롯한 측근들을 통해 이슬라리조트와 카지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아 도피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사촌 형 김 아무개 씨는 지난 6월 필리핀에서 귀국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정 아무개 총괄대표는 지난 1월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 국내 송환돼 재판에 넘겨졌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11일 1심에서 온라인 도박장 개설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강원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정 대표 등 4명을 도박공간 개설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같은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도피 교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김 회장의 소재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10월 17일 범인도피교사·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김영홍 회장과 그의 도피를 도운 사촌 형 김 아무개 씨,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총괄 대표이던 정 아무개 씨 등 9명에 대한 수사를 중지했다. 김 회장의 소재를 발견하기 전까지 관련 수사를 중지한다는 것. 앞서 경찰은 김 회장과 김 씨,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근무자들 간의 통화 내용을 확보한 바 있다.

 

김 회장 측근들의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도박장 불법 영업과 도피자금 지원을 고발한 고발인은 “김 씨와 직원들을 수사해 김 회장의 소재를 파악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김 회장의 소재 파악 전까지 수사를 중지한다는 것은 봐주기식 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김 회장은 현재에도 온라인 카지노를 재정비, 국내에 송출하며 도피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은닉재산 추적 전문 변호사인 백왕기 변호사는 “김봉현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조카 A 씨와 김영홍 회장의 사촌 형 김 씨의 사례는 다르다”며 “김 씨는 제3자와 김 회장을 연결해 이슬라리조트 근무자들을 통해 김 회장의 도피를 지원, 범인도피를 교사했다. 또 지시를 받은 이슬라리조트 근무자들에 대해서는 범인도피죄가 성립된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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