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LH에 소유권 이전을 위한 소송 제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회투자지원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번동 1~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LH에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5구역 내 LH사회적주택(매입임대주택)의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부동산을 인도하라는 취지다. LH가 소유한 총 10호 규모 328.9㎡의 빌라가 그 대상이다.
앞서 조합이 LH에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를 구했지만 LH는 거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LH 서울지역본부 주택매입부 관계자는 “조합설립과 관련해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며 “소송에 응소해 변호사를 선임,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제2차 도시재생위원회에서 강북구 번동 429-11번지 일대(5만 5000㎡, 1240가구)를 모아타운으로 지정하기 위한 소규모주택정비 관리계획과 모아주택을 추진하는 1~5구역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계획이 각각 통과하자 조합이 이를 근거로 매도 청구 소송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일대는 모아타운 대상지 중 가장 빨리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1호 사업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핵심 주택 공급 정책으로 띄운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여러 개의 소규모 주택이나 필지를 모아 아파트 단지처럼 개발하는 정비 방식이다. 통상 약 8~10년이 걸리는 재개발 등 대규모 정비사업과 달리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원회 승인, 관리처분계획인가 절차가 생략돼 2~4년이면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 기존에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는 구역들의 호응을 이끌어내 10월 기준 대상지 38개소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총 63개소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번동의 경우 지난 5월 관리지역 지정고시 후 연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거쳐 내년 착공을 기대하고 있다.
#‘청년 주거난 해소’ 매입임대주택…모아주택 속도전에 입주자 혼란
해당 건물에 거주 중인 입주자들은 11월 9일 위탁운영 재단에서 주최한 임시 입주자 회의를 통해 처음 관련 내용을 인지했다. 사사회적주택은 입주자가 시세 절반 수준의 주거비만 부담하는 쉐어하우스형 임대주택으로 청년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도입됐다. LH가 매입한 다가구 및 다세대 주택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비영리법인 등이 위탁해 운영·관리하고 있다. 강북구 번동 사회적주택의 경우 2018년 사회투자지원재단과 지역청년그룹이 협약을 맺어 운영과 관리를 분담하고 있다. 현재 이 주택에는 20~30대의 1인 가구 총 15명이 거주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모아주택 관련 현황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이 논의됐는데 사업 추진 일정과 이주 시기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입주자 A 씨는 “올해 초 선정된 후 추진 속도도 빠른 데다 시범 사업지다 보니 선례 없이 진행되고 있다. 재계약을 할 수 있을지,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 수 있을지 확실한 게 없어 다들 불안감이 크다”며 “소득·나이 등 기준을 통과해 공공에서 보장하는 주택에 계약해 들어왔는데 개발 사업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역청년그룹 관계자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내년 3월이면 이주가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탓에 불안해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추가 정보나 대응 방안을 빠르게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재단과 청년 입주자가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임대차 기간은 기본 2년이며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2018년에 개소해 입주자들은 최소 2년부터 5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다. 입주 시기마다 다르지만 2년 단위 계약 만료를 불과 보름가량 남은 입주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속도를 내고 있는 사업과 이제 막 조합이 청구한 명도 소송이 맞물려 이주 시작 시기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적임대·민간임대 세입자 보호 모두 ‘구멍’
절차 간소화로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모아타운의 특징은 사업성을 제고하는 장점으로 꼽히지만 세입자에게는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강제 수용을 통해 소유권을 확보하는 재개발과 달리 절차적으로 소규모주택정비법 상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해당하는 모아타운은 이주대책에 대한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초 모아타운 구상에는 세입자 보상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첫번째 모아타운인 번동 사례가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사회적주택 등 공적 임대 외에 일반 민간 세입자들도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세입자에 대한 손실 보전을 위해 조례를 개정했다. 모아주택 사업시행자가 이전비용이나 이사비, 영업손실액을 보상할 경우 법적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완화하고 공공임대 비율을 축소하는 내용의 ‘서울시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9월 서울시 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이는 조합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권고사항에 그쳐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모아주택 대상지 관할의 한 구청 관계자는 “개정된 조례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해당 조례를 활용할지는 개별 조합에 결정권이 있다”면서도 “조합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는 호응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강북구청은 조합이 LH사회적주택에 대해 명도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 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조합설립과 사업시행 인가는 자치구청에서 인가권자가 내준다. 관련 내용까지는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다수 민원이 발생할 경우 구청과 함께 중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 측도 “사업계획과 관련해 아직 접수된 내용이 없어 부지를 대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자세한 사항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합은 사회적주택 부지와 관련해 아직까지 LH나 재단 측에 별도로 연락을 취하지는 않은 상태다. 조합은 올해 말에 관리처분 총회를 거쳐 내년 3~4월에 이주 계획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LH와 재단은 입주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LH 중부권주거복지지사 관계자는 “매입임대주택이 개발 사업 부지에 편입되면 의사와 상관없이 이주해야 하기 때문에 LH 소유의 다른 임대주택으로 연계를 한다”며 “입주자들이 안정적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LH와 재단 간 위탁 운영 재계약도 다음 달로 예정돼 있다. 시기가 맞물려 있어 협의 중”이라며 “사업 추진 방향이나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청년 입주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대체 주택 연계 등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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