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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띠'의 저주? 2007년생 고교 입학 대란에 학부모·교육청 몸살

내년 고교 신입생 예년보다 10% 증가, 신도시는 학교 부족해 원거리 통학까지 할 판

2022.11.08(Tue) 10:54:20

[비즈한국] 황금돼지띠는 재물운을 타고 난다는 속설이 있다. 덕분에 황금돼지해로 불리던 2007년 국내 출산율은 급등했다. 당시 태어난 아이들이 현재 중학교 3학년. 내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지금 이들은 그저 황금돼지해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출생아 수가 일시적으로 많았던 2007년생이 내년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입학 정원을 넘긴 탓에 학교가 부족해 일부 학생은 타 지역으로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유치원부터 시작된 진학 경쟁, 고등학교까지 이어져 한숨 

 

황금돼지해로 불린 2007년의 출생아 수는 49만 7000명. 전년보다 4만 5000명이나 늘었다. 일시적으로 증가한 출생아 수는 이후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야기했다. 진학 경쟁이다. 당장 유치원 입학부터 쉽지 않았다. 2007년생이 유치원에 입학하던 2012년, 전국적으로 유치원 입학 대란이 벌어졌다. 

 

유치원마다 대기자가 줄을 이었고, 지원자가 너무 많은 탓에 공개모집 대신 추천 입학으로 원아 모집을 한 유치원도 상당수였다. 당시 학부모들은 입학에 필요한 추천서를 받기 위해 열을 올렸고, 선착순 원아 모집에 지원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14년에는 교실 부족 현상이 이어졌다. 

 

이번엔 고등학교다. 내년이면 2007년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이들을 받아줄 학교가 부족하다. 수도권의 일부 지역 학생들은 1시간 이상 거리의 타 지역으로 등하교를 해야 하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도 고등학교 입학생 수는 전년에 비해 10%가량 증가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경우 과밀 학급으로 본다. 이미 경기도 대부분의 지역이 과밀 상태인데 2007년생이 너무 많은 탓에 내년도 입학 정원을 초과하는 지역이 생겨버렸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도 화성시의 동탄신도시다. 동탄신도시는 내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기존 학교 정원보다 1000명가량 많다. 화성시는 내년도 고등학교 입학생이 예년보다 15% 늘었는데, 그 중에서도 동탄신도시는 17% 이상 증가세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관내 학교에 600~700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도록 조처한 상태다. 기존 학교가 과밀이다 보니 인원수용에 한계가 있다”며 “동탄 지역의 경우 나머지 약 300~400명의 학생들은 인근 지역의 고등학교에 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부모의 반발은 크다. 특히 동탄2신도시의 교통난이 극심하다 보니 오산이나 평택, 수원 등으로 등하교할 경우 소요시간이 상당하다는 항의가 잇따른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관내 고등학교 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이사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른 신도시 상황도 비슷하다. 앞서의 교육청 관계자는 “김포나 수원 등 신도시 중심으로 학생 수 증가폭이 크다”며 “이미 학생 수가 꽉 찬 상태에서 학생을 모두 수용할 정도로 인원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신도시는 다른 지역으로 배정되는 학생들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학 정원을 최대로 늘려 관내 배정까지는 가능해졌지만 원하는 계열의 학교 진학은 장담할 수 없는 지역도 있다. 인천시는 내년도 관내 입학 정원을 크게 확대한 상태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 희망 학생 숫자보다 인문계 정원이 적어 이들 중 일부는 특성화고(상고·공고)로 진학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일 인천시 교육청이 발표한 ‘2023학년도 고등학교 입학 선호도 조사 결과(2차)’에 따르면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숫자는 1만 9600여 명으로 현재 예정된 정원보다 80여 명 많다.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은 일반고 정원도 넉넉하고 지원자 수도 적정했는데 지금 중3 학생들은 인원이 많아 일반고에서 다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만약 학생들이 일반고에 많이 몰리게 될 경우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고, 탈락자는 특성화고 추가 모집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관내 고등학교 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이사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진=이종현 기자


#불안감 커진 학부모들, 교육청 “항의 전화 빗발쳐 업무 마비” 

 

황금돼지띠 효과로 내년 고등학교 입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학부모 사이에서는 근거 없는 소문도 일파만파 퍼지는 중이다. ‘내신 150점 이하는 관외 학교로 배정된다’, ‘커트라인 이하의 학생을 모아 전국 대상으로 추첨을 한다’ 등의 말이 기정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청, 학교마다 문의 및 항의 전화가 쇄도하는 중이다.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내년도 신입생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용인시도 이에 대비해 입학 정원을 최대로 늘렸고, 내년에는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성적 관리에 신경 쓰도록 하기 위해 학원, 학교 등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를 전달하는 것 같다. 2주 전부터 학부모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잘못된 정보를 듣고 항의하는 분들이 많아 일일이 설명하느라 행정력이 너무 많이 소진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학부모는 2007년생의 고등학교 진학 문제가 예견됐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한 교육청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한 학부모는 “황금돼지띠 출생아 숫자가 많은 건 이미 2007년부터 알고 있던 것 아니냐. 유치원, 초등학교 등 진학할 때마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며 “2007년생의 문제를 계속해서 지켜봤던 교육부, 교육청은 도대체 무슨 대책을 세웠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학급을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학교 공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공사가 쉽지 않다. 수능 문제가 있다 보니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해 사실상 공사가 어렵다”며 “최대한 노력을 하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과밀해소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나 설명하고 모듈러 교실을 설치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학생 수가 크게 늘다 보니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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