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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구독 서비스, 고물가에 해지 봇물…'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OTT·배송·가사·식품 등 여름부터 구독자 크게 줄어…전문가 "꼭 필요한 서비스에 집중, 구독경제 성장세 계속"

2022.11.03(Thu) 14:39:26

[비즈한국] 물가가 오르며 생활비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짠테크’, ‘무지출’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 여파로 급성장하던 구독경제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 심리에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다. 생활서비스 영역은 개인이 대체할 수 있다고 느껴 상대적으로 해지율이 높게 나타난다.

 

#‘굳이 필요할까’ 구독 서비스 해지 늘어 

 

워킹맘 A 씨가 지난달까지 이용한 유료 구독 서비스는 총 6개다. 넷플릭스와 티빙, 쿠팡의 로켓와우 뿐만 아니라 가사도우미, 도서·식자재 배송 등의 서비스를 구독했다. 그는 “워킹맘이라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유료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는 편”이라며 “일주일에 한 번씩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했고, 한 달에 한 번 책방에서 추천한 도서가 배송된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달걀을 정기배송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이달 들어 이용하던 서비스 중 3개를 해지했다. 그는 “물가 인상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져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생활비를 줄이려고 보니 구독하는 서비스가 생각보다 많았고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간을 내면 집안일을 직접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해지했고, 도서를 배송 받던 것도 중단했다. OTT 구독도 한 개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인 B 씨도 최근 구독하던 유료 결제 서비스의 일부를 해지했다. 그는 “가만히 따져보니 유료 구독 비용이 꽤 나가더라. 메신저의 이모티콘 유료 구독과 샐러드 배송, 세탁 서비스를 해지했다”고 전했다. 

 

요금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경제’는 최근 주목 받는 소비 트렌드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0조 원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2016년과 비교했을 때 54.8% 성장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10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구독경제는 소비자의 편의성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을 구독 서비스를 통해 구매함으로써 시간을 아끼고 수고스러움을 덜 수 있다”며 “구독 서비스를 통해 편리함을 느끼는 동시에 누군가 나를 돌본다는 느낌을 받은 소비자의 만족도가 커지며 최근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용하던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구독경제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불황에도 구독 시장 기대되는 이유

 

하지만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구독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지난해 상승세를 타던 구독 서비스들이 올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구독경제, 소유의 종말’ 저자)는 “소비자의 구독 서비스 이용이 많아지다 보니 한 달에 내는 구독료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해지가 귀찮아서’, ‘한 번씩 이용할 때도 있으니’ 등의 이유로 유지하던 불필요한 서비스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해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독경제의 대표 서비스로 꼽히는 OTT도 이용자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릿스, 웨이브, 티빙, 디즈니플러스의 9월 이용자 숫자는 연초보다 감소했다. 연초 대비 디즈니플러스는 157만 명, 넷플릭스는 83만 명, 웨이브는 79만 명, 티빙은 3만 명 줄었다. 

 

특히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생활서비스 부문이다.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소연구소, 미소, 런드리고는 지난 여름부터 이용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가사도우미 연결 플랫폼인 청소연구소는 7월 6만 3000명 이상이던 월간 이용자 수가 9월 약 5만 1000명으로 감소했다. 미소 역시 지난 여름 9만 7000여 명이던 월간 이용자 수가 9월 8만 1000명대로 떨어졌다.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런드리고 역시 올여름 5만 명 이상이던 월간 이용자 숫자가 9월 4만 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서비스 영역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대체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해지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독경제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교수는 “사회 전반에 구독 서비스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독을 통해 지속해서 고객을 묶어둘 수 있고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물가 인상으로 당분간 구독경제의 성장세는 주춤하겠지만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인상으로 구독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전호겸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구독 서비스 인기가 높아질 수 있다. 구독 서비스는 금액이 고정돼 물가에 따라 변동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또한 불황에는 소비자들이 큰돈 쓰길 꺼려한다. 구독 서비스는 적은 금액으로 물건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소비자는 불필요한 구독을 과감히 해지할 것이고 진짜 필요한 서비스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물가가 상승한다고 중간에 구독료를 올릴 수 없으니 부담이 커질 수는 있다. 오르는 물가에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들의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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