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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로 버틴 기업들…美 빅스텝에 이자 부담 어떡하나

회사채 발행 어려워지자 은행 문 두드려…부채비율 5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

2022.09.23(Fri) 14:41:01

[비즈한국]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 미국 기준금리가 또다시 대폭 오르면서 생존 위기에 몰리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 경기 악화에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자 당장 생존을 위해 대출로 자금 마련에 나섰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경영난 속에 원리금 상환압박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불황에 대출을 늘려 버틴 기업들에게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이자 증가는 큰 부담이다. 사진은 울산 한 조선소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올 상반기에 은행의 기업 대출은 전년 대비 15조 원 늘면서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거의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세제개편 등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지만 정치권은 당내 갈등과 여야 정쟁 등에 휩싸인 상태여서 자칫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2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3.00~3.2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2.50%)보다 다시 높아지게 됐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올해 남은 10월과 11월 두 차례 통화 정책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 투자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가뜩이나 국내외 경기 둔화에 시달리는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최근 고물가로 인한 불안감에 악화일로다. 올 2분기 우리나라 전산업 매출액영업이익율은 7.13%로 전년 동기(7.37%)보다 0.2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00억 원 어치 물건을 팔았을 경우 기업이 얻은 이익이 7억 370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이익이 7억 1300만 원으로 2400만 원 감소했다는 의미다. 매출액영업이익율 하락폭은 올 1분기 0.12%포인트(6.43%→6.31%)보다 2배 커진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올 2분기 매출액영업이익율은 7.43%로 전년 동기(7.68%)에 비해 0.25%포인트 떨어졌고,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하락폭이 대기업보다 2배 이상 큰 0.66%포인트(6.43%→5.77%)로 나타났다.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은행 대출도 늘고 있다.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에 경기 침체 리스크가 겹치면서 최근 급등세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이 힘들어지자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회사채는 발행보다 상환이 많은 탓에 1000억 원 순상환이 이뤄졌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정도가 아니면 회사채 발행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반비례해 올 상반기 은행 대출액은 59조 5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출 증가액(45조 8000억 원)보다 15조 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대기업의 경우 올 상반기 대출 증가액이 15조 원이었던데 비해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액은 44조 5000억 원이나 됐다. 경기 둔화의 파고를 헤쳐 나가는데 중소기업이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출이 늘면서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증가세다. 올 2분기 우리나라 전 산업 부채비율은 91.24%로 지난 2016년 3분기(91.80%) 이래 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대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87.94%였고, 중소기업은 부채비율이 이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108.32%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등 고금리 상황에 기업 부채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이 더욱 늘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기업 2만 2388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계기업 수는 2020년 2617개에서 지난해 2823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원리금 상황 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들의 부실화 우려가 퍼지고 있다”며 “정부의 세금 감면과 자금 지원 등 각종 정책 관련 입법이 시급하지만 여야 간 갈등이 심한 상황이어서 제때 이뤄질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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