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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자에서 선수로…이직 문화 달라지자 채용 플랫폼도 변했다

상시·경력 채용으로 바뀌자 직접 헤드헌팅…기존 '선수'들과 갈등도

2022.09.23(Fri) 10:18:58

[비즈한국] 지난해 직장을 옮긴 5년 차 대리 A 씨(29)는 최근 이직 문화가 변화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A​ 씨는 대기업 유통 계열사에서 대리직을 단 후 국내 5대 그룹 제조업 계열사로 이직했다. A 씨는 “좀 더 큰 회사에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다. 주변에 이직하는 사람이 많아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전과 직무는 같아도 업종이 다르고 실제 업무도 크게 차이가 난다”며 “이제는 ‘평생회사’라는 개념이 사라진 것 같다. 전 회사와 지금 회사 모두 사원급과 대리급의 이직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과장급 이하의 ‘n 차’ 경력 이직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A​ 씨보다 반 년 먼저 입사한 선임 B 씨​는 1년 6개월 만에 다시 직장을 옮겼다. 두 번째 이직에선 워라밸에 1순위를 뒀다. 첫 이직 후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경험하며 고연봉보다 워라밸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6년 차 대리 C 씨 역시 2020년 초에 한 번, 지난해 말 한 번 회사를 옮겼다. 현재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데, 언제든 좋은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이직에 도전할 생각이다.

 

정기·공채 중심이던 채용이 상시·경력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채용 중개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헤드헌터 매칭·평판 조회 서비스로 수익 늘려

 

직장인들이 조건이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채용 중개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인크루트, 사람인 등 구인구직 플랫폼들이 ‘HR테크’ 기업을 표방하며 관련 사업을 확대했고, 리멤버, 블라인드 등 직장인 전용 서비스들도 채용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기에 나섰다. HR테크는 인적 관리와 기술을 합친 용어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인재 채용·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개념이다.

 

최근 인크루트는 헤드헌터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새 플랫폼을 내놨다. 헤드헌터들이 별도 영업 활동을 하지 않고도 온라인에 등록된 인재 정보를 통해 인재 추천부터 면접 일정 조율, 연봉 협상, 채용 결정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사람인의 경우 현재 직원 중 사무직보다 개발자의 숫자가 더 많을 정도로 IT기술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7월에는 온라인 기반 평판 조회 서비스를 선보였다.

 

정기·공채 중심이던 채용이 상시·경력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인크루트, 사람인 등은 원래 광고비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주요 구인구직 플랫폼들이 모두 운영하는 평판 조회 서비스는 경력 채용 시 핵심적인 절차다. 과거 채용 기업이나 헤드헌터가 알음알음 정보를 수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양성화되는 추세다.

 

이런 체질 변화는 빠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인HR은 올해 2분기 매출 321억 원, 영업이익 134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22% 증가했다. 잡코리아와 인크루트 등도 수시·상시 채용 확대로 매출을 키우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와 직장인 명함 앱 리멤버는 헤드헌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각 사 제공


#리멤버, 자체 헤드헌팅팀 꾸려 시장 뛰어들어

 

헤드헌터 매칭이나 평판 조회 서비스 개시에 그치지 않고 경력직 스카우트에 직접 뛰어든 기업도 있다. 명함관리 앱으로 출발한 ‘리멤버’는 경력 채용 중개 시장에 본격 참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리멤버는 기업 인사담당자와 헤드헌팅 업체들에 채용 솔루션 계정을 판매해왔다. 앱 이용자들이 등록한 경력을 바탕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서비스다. 그런데 리멤버는 여기서 나아가 자체 헤드헌팅팀을 꾸려 직접 경력직을 스카우트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업계 간 갈등도 시작됐다. 최근 리멤버가 자사의 사업을 키우면서 정책을 갑작스럽게 바꾸자 업계 내부에서 잡음이 일었다. 비단 리멤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헤드헌팅 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DB를 축적해온 큰 규모의 헤드헌팅 기업이 아니고서야 기존의 구인구직 플랫폼을 활용해야 하는데, 점점 상품 조건을 불리하게 바꾸거나 이용 권한을 제한하는 곳이 많다”며 “리멤버의 경우 자체 헤드헌팅팀을 활용한다. 많은 인재 DB를 서비스 비용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훨씬 유리하다. 헤드헌터 사이에서는 플랫폼의 갑질이라는 반발도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헤드헌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관련 기업들이 외연을 확장하는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기업이 대규모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확대하는 데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인재 채용 및 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기업들이 인재 채용 시 내부 채용 담당자 이외에 헤드헌터의 손을 빌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외국계·B2B 기업 외에 국내 중견·대기업도 헤드헌팅 서비스를 ​적극 ​이용한다. 외국계 기업이나 B2B 기업의 경우 헤드헌팅 서비스에 익숙하고 상대적으로 회사 인지도가 낮아 헤드헌팅을 많이 활용해왔는데, 최근에는 중견급 기업들도 특수한 직무 등의 채용에 헤드헌터를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인 테크, IT, AI 분야는 대기업, 스타트업, 외국계 가릴 것 없이 늘 인재를 구한다. 이직이 많아지자 인사담당자 수요도 덩달아 확대돼 인사 분야 경력 이직도 늘었다”며 “사업 확대, 전략 변화로 새로운 자리를 충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제는 워낙 이직이 늘어 서로 인력을 뺏고 뺏기는 상황이다. 재택근무 경험 등으로 구직자들도 이직에 겁을 내지 않아 경력 이직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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