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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생활임금', 2023년 지자체 확정액 비교해보니

광주광역시 2023년 인상률 9.25% '최고'…충북도·서울시 노동계 "적용 대상 축소" 비판

2022.09.21(Wed) 14:52:20

[비즈한국] 전국 광역지자체가 2023년 생활임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하는 생활임금은 지자체마다 조례를 기반으로 운영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임금 인상률이 급등한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적용 대상을 축소해 사각지대에 놓이는 노동자가 생기면서 반발이 적잖다.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가 9월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생활임금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 제공


#최저임금보다 높지만 물가 못 따라가

 

생활임금이란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빈곤 수준 이상의 삶을 살면서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임금을 뜻한다.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임금이므로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한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대구·경북을 제외한 15개 지자체에서 생활임금을 도입했다. 21일 기준 2023년 생활임금을 결정한 지자체는 9개다. 생활임금 제도는 지자체별 조례에 기초해 운영된다. 지자체마다 생활임금의 목적과 정의, 적용 대상, 위원회 구성 조건 등은 유사하지만 조례의 세부적인 내용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2015년 광역지자체 중 가장 먼저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한 서울시의 경우 맞벌이 부부 2인과 자녀 1인으로 구성한 3인 가구의 소비수준, 주거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다음 해 생활임금을 책정한다. 경기도, 부산시 등 타 지자체도 3인 가구를 기준으로 임금 수준을 검토한다. 생활임금은 조례에 따라 설치한 생활임금위원회에서 심의하며 위원회는 주로 시·도의회 의원, 예산 담당 공무원, 주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생활임금은 매년 최저임금, 지역 물가, 지역 노동자의 가계·소비 수준 등이 반영된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경제모형 등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는 2017년부터 생활임금 1만 원 목표제를 도입해 3년 동안 매년 12.5% 정률 인상해 2019년 생활임금 1만 원을 달성했다. 

 

광역지자체에서 생활임금을 정하더라도 시·군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조례를 마련해 책정되는 경우도 있다. 충청남도의 2023년 생활임금은 2022년 1만 510원 대비 3.14% 오른 1만 840원으로 결정됐지만, 충남 공주시에서는 도에서 정한 것보다 높은 1만 930원이다. 경기도 또한 31개 시·군의 생활임금이 제각각이다. 

 

이처럼 생활임금이 조례나 지역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해지다 보니, 최저임금과 달리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인상폭도 차이가 커 일부 지역은 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전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 전년 동기 대비 6.0%, 7월 6.3%, 8월 5.7%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의 2023년 생활임금은 2022년(1만 766원) 대비 3.63% 상승한 1만 1157원으로 책정됐다. 2021년 1.7%, 2022년 0.6%보다는 상승폭이 커졌지만 물가상승률에는 못 미친다. 7월부터 생활임금 10% 인상을 요구해온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는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생활임금은 0.6% 인상해 동결 수준이었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라며 “교육, 문화, 주거, 공공요금 등의 인상을 따진다면 3.6% 인상은 실질적인 소득 감소”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경제 상황과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노동자 부담이 늘어 인상률을 높였다”라며 “공공과 민간부문의 형평성과 시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인상폭을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2019년까지 가파른 인상률을 보였던 경기도는 인상 속도를 줄여 3.09%의 인상률로 1만 1485원으로 2023년 생활임금을 결정했다. 

 

부산시의 경우 2022년 대비 인상률 1.90%로 21일까지 2023년 생활임금을 결정한 지자체 중 가장 낮은 인상률을 보였다. 다만 부산시는 발표 자료에서 “최근 5년간 부산시 연평균 물가상승률 1.6%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부산시 평균 가구원 수 2.2명보다 높은 3인 가구 중위소득의 52.2%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2023년 생활임금 금액과 인상률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광주광역시다. 광주광역시는 내년 생활임금을 2022년 1만 920원에서 9.25% 인상한 1만 19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뿐만 아니라 광주시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6.6%를 훌쩍 넘긴 인상률이다. 

 

 

#조례에는 적용 대상이지만 고시에서 제외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시도 소속 노동자, 시도 출자·출연기관 노동자, 민간 위탁 기관 노동자, 민간 위탁 업체 하수급 노동자 등으로 지역마다 적용 대상이 조금씩 다르다. 민간 위탁 기관이라도 시비나 도비 100% 지원 기관인지 아닌지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광주광역시는 2022년부터 시비 100% 민간위탁기관 노동자에서 국·시비 매칭으로 지원하는 민간위탁기관의 모든 노동자로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광주광역시 노동정책관실 관계자는 “더 많은 노동자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심의해서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나서야 민간에서도 생활임금이 확산할 것으로 본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적용 대상을 줄여 노동계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지역도 있다. 충청북도는 지난해 생활임금이 1만 326원으로 15개 지자체 중 가장 낮게 책정했다. 게다가 도에서 조례상 적용 대상을 임의로 축소해 고시하면서 지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022년 충청북도 생활임금 고시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도 및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에 그친다. 하지만 충청북도 생활임금 조례에 제3조에 명시한 적용 대상은 △도 및 도 산하 출자·출연 기관 소속 노동자 △민간 위탁 기관 및 업체 소속 노동자 △민간 위탁 기관 및 업체의 하수급인이 고용한 노동자다. 조례상 적용 범위는 타 지역과 비슷하게 넓은데도 고시에서는 민간위탁기관 관련 노동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 

 

이 때문에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2023년 생활임금을 인상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노정 간 교섭을 개최하라”며 충북도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이다. 충청북도는 26일 생활임금위원회를 열고 2023년 생활임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에서도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서울지부는 “생활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 수도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에는 1만 4000명으로 발표했지만 올해는 1만 3000명에 그친다”라며 “서울의 시립·구립 요양원은 서울시 소속 기관이지만 민간 위탁에 시비 100%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라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2023년 생활임금 고시에서 적용 제외 대상으로 ‘국비 보조 사업’, ‘수익 창출형, 시비 일부 지원 민간 위탁사업’을 명시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받는 민간 위탁기관인 시립·구립 요양원의 노동자는 생활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

 

전현욱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서울지부장은 “적용 제외 대상은 조례에는 없는 내용이다. 고시를 통해 서울시에서 제한하는 것이다. 시립·구립 요양원 노동자는 민간 위탁이지만 서울시 이름하에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며 공적인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서울시 노동정책에는 ‘공공부문 생활임금 대상을 확대하고 민간 부문으로 확산을 추진한다’고 적혀있지만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갈수록 최저임금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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