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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이 외계행성의 인증샷을 '직찍'했다!

배경 별 밝기 변화 아닌 외계행성 자체를 찍어 확인하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

2022.09.19(Mon) 11:24:32

[비즈한국] 2022년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행성 개수가 5000개를 돌파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실제 그 모습을 인증샷으로 담은 건 겨우 20개 남짓. 잠깐, 그렇다면 나머지 4980여 개, 즉 대부분의 외계행성은 인증샷도 없이 발견했다고 이야기했단 말인가? 

 

놀랍게도 그렇다. 애초에 외계행성은 별에 비해서 너무 어둡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외계행성 자체의 모습을 직접 찍은 다이렉트 이미징(Direct Imaging)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하지만 이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그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다. 며칠 전 제임스 웹은 350광년 떨어진 별 곁을 돌고 있는 외계행성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밝은 별빛 속에 파묻혀 숨어 있던 희미한 외계행성이 모습이 드러났다. 그간 천문학자들은 이런 인증샷도 없이 어떻게 외계행성이 존재한다고 확신했을까? 그리고 제임스 웹은 대체 어떻게 그 까다로운 외계행성을 직접 찍었을까? 제임스 웹의 외계행성 직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자세히 파헤쳐본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직접 촬영에 성공한 외계행성의 모습과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현재 천문학자들이 외계행성을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위 사진처럼 첫 번째는 별 곁을 맴도는 외계행성이 주기적으로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면서 별이 미세하게 어두워져 보이는 트랜짓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외계행성을 찾아준 케플러 망원경과 그 뒤를 이어 올라간 TESS 망원경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별 주변에 덩치 큰 외계행성이 붙잡혀 돌고 있을 때 쓰는 방법이다. 이 경우 중심의 별도 가만히 멈춰 있지 않고, 주변을 도는 외계행성 중력에 의해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러한 별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외계행성을 측정하는 방법을 시선속도 방법이라고 한다. 트랜짓보다 훨씬 오래된 더 전통적인 방법으로, 1995년 이 방법을 통해 처음으로 태양과 같은 평범한 별 주변에서 외계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들이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을 탔다.

 

현재 사용하는 대표적인 외계행성 탐색 방법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외계행성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외계행성에 의해 중심 별빛이 변화하는 것을 본다는 점이다. 트랜짓은 외계행성이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 별빛이 어두워지는 현상으로 행성의 존재를 보여준다. 시선속도 방법은 외계행성과 함께 중심 별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현상으로 행성의 존재를 보여준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외계행성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중심 별빛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그 주변에 무언가 붙잡혀 맴돌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제시할 뿐이다. 

 

최근에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미시중력렌즈 방법도 마찬가지다. 미시중력렌즈는 먼 별 앞으로 가까운 별이 지나갈 때 벌어지는 중력 렌즈 효과를 활용한다. 앞을 지나가는 별 곁에 외계행성이 딸려 있다면 별이 지나갈 때 한 번, 외계행성이 지나갈 때 또 한 번 더 작은 중력 렌즈가 함께 벌어진다. 이를 통해 먼 배경 별 앞을 지나가는 가까운 별 주변에 외계행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이 방법도 외계행성 자체를 찍는 게 아니라, 훨씬 먼 배경 별의 밝기 변화를 통해 외계행성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한다. 

 

가장 확실하게 외계행성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건 당연히 그 모습을 사진으로 직접 찍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어렵다. 외계행성은 별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그저 중심 별빛을 반사할 뿐. 게다가 훨씬 밝은 중심 별빛에 의해 희미한 외계행성은 파묻혀버린다. 그나마 외계행성 자체 크기가 크고, 중심 별에서 멀리 벗어난 큰 궤도를 그리는 경우에만 그 모습을 담는 게 가능하다.

 

제임스 웹이 바로 그 어려운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지난 7월 17일과 30일 두 번에 걸쳐 제임스 웹은 센타우루스자리 방향으로 약 350광년 거리에 있는 별 HIP 65426을 조준했다. 이미 앞서 2017년 천문학자들은 칠레에 있는 초거대 지상 망원경 VLT를 활용해 이 별 주변에서 거대한 가스 행성 HIP 65426b의 존재를 확인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 외계행성이 목성의 10배 질량을 가진 아주 거대한 행성이라고 추정했다. 이 외계행성은 중심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채 궤도를 돌고 있다. 거의 92AU로 태양과 해왕성 거리의 세 배나 된다. 이렇게 별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궤도를 돌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번 제임스 웹의 첫 외계행성 직찍 연습 타깃으로 이곳이 선정되었다. 그나마 중심 별에서 행성이 멀리 벗어나 있어 밝은 별빛과 희미한 행성을 구분하기 쉽기 때문이다. 

 

앞서 VLT의 SPHERE 장비를 통해 확인한 외계행성 HIP 65426b의 존재. 사진=ESO


물론 아무리 중심 별에서 행성이 멀리 벗어나 있어도 외계행성을 직접 찍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 관측한 HIP 65426b의 경우, 중심 별에 비해 외계행성이 만 배나 더 어둡게 보인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이 밝은 별빛 속에 파묻혀 숨어 있는 외계행성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제임스 웹에 들어간 특별한 장비를 활용했다. 가운데 밝은 별만 싹 가리면서 밝은 별빛 주변에 숨어 있는 희미한 존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코로나그래프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망원경이 자주 사용하는 장비다. 가운데 눈부신 태양 원반 자체를 가림막으로 가리면 그 주변에 숨어 있는 희미한 태양 외곽 대기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임스 웹 안에 탑재된 적외선 이미지 관측 장비 NIRCam과 적외선 분광 장비 MIRI 모두 코로나그래프를 사용한다. 물론 이 작은 가림막 하나론 완벽하게 별빛을 지울 수 없다. 가림막으로 가린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 주변 사방으로 새어나오는 별빛의 잔상과 회절 무늬가 보인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모든 별의 밝기가 어떻게 퍼져 분포하는지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알고 있다. 가운데 가장 밝은 포인트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별의 밝기가 정규 분포를 그리며 분포한다(이를 PSF, point spread function이라고 한다). 따라서 중심 별의 한가운데 최고 밝기만 파악하면 완벽하게 별빛만의 성분을 뽑아낼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한 별빛 성분을 전체 이미지에서 빼주면 별빛 속에 파묻혀 있던 외계행성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제임스 웹이 기존 망원경보다 압도적인 분해능으로 적외선 관측을 한 덕분에 이러한 분석이 가능했다.

 

제임스 웹을 통해 적외선 파장 영역에서 관측한 외계행성 HIP 65426b. 사진=NASA/ESA/CSA, A Carter(UCSC), the ERS 1386 team, and A. Pagan(STScI)

 

이런 과정을 거쳐 천문학자들은 2~20μm의 총 7가지 파장 범위에 해당하는 적외선 필터로 외계행성의 실제 모습을 얻어냈다. 이미지 가운데 별 표시가 지워진 중심 별의 위치를 의미한다. 가운데 별 왼쪽 아래 희미한 얼룩이 바로 실제로 촬영한 외계행성 HIP 65426b의 모습이다. 흥미롭게도 일부 파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외계행성이 마치 햄버거처럼 줄무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목성 표면에 있는 구름 띠 줄무늬 같은 게 아닐까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별빛을 가리는 코로나그래프 특성상 만들어지는 잔상 무늬다. 

 

코로나그래프는 중심의 밝은 별빛과 그 잔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법 중 하나다. 사진=NASA

 

아쉽게도 제임스 웹 역시 컴퓨터 그래픽처럼 세세하게 외계행성 표면을 다 보여주진 않는다. 하지만 기존 관측에서 채울 수 없었던 적외선 영역에서 이런 정밀한 관측이 가능하다는 건 아주 중요하다. 기존 지상 망원경 관측이 커버한 훨씬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 자외선 관측 결과만 갖고는 외계행성의 정확한 스펙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추가된 제임스 웹의 적외선 영역 관측 결과까지 적용하면 모든 파장에 대해서 외계행성의 에너지가 어떻게 빛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번 관측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목성 질량의 10배나 되는 아주 육중한 행성일 줄 알았던 이곳은 그보다는 좀 더 가벼운, 목성 질량의 7배 정도라는 새로운 결과를 얻었다. 이 가스 행성의 지름은 목성의 1.4배 정도로 목성보다 살짝 더 큰 정도다. 행성이 그리는 궤도 반지름도 원래 알려져 있던 92AU보다는 살짝 더 작은 87AU로 업데이트되었다. 

 

특히 이번 관측을 통해 코로나그래프가 적용된 제임스 웹이 얼마나 어두운 외계행성까지 직찍으로 담아낼 수 있는지 그 정확한 성능을 검증했다. 아래 그래프가 이번 결과의 가장 중요한 결과다. (사실은 외계행성 사진보다 이 그래프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

 

이번 관측을 통해 제임스 웹이 중심 별 곁에서 얼마나 어두운 외계행성까지 포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앞서 다양한 모델을 통해 예측한 성능과 이번 실제 관측을 통해 확인한 성능을 비교한 그래프.


그래프의 가로축은 중심 별에서 외계행성이 얼마나 멀리 벗어나 있는지 둘의 간격을 의미한다. 왼쪽으로 갈수록 외계행성이 별에 바짝 붙어 있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멀리 벗어났다는 뜻이다. 세로축은 중심 별의 밝기 대비 외계행성의 밝기의 비율을 의미한다. 위로 갈수록 외계행성이 별에 비해 그리 어둡지 않고 아래로 갈수록 별에 비해 외계행성이 훨씬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프를 보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수록 위로 빠르게 올라가는 곡선을 그린다. 중심 별에 더 바짝 붙어 있는 외계행성을 보려면 그 별에 비해 그리 어둡지 않은 충분히 밝은 외계행성이어야 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빨간 수직선은 중심의 별빛을 가리는 코로나그래프 자체의 반경을 나타낸다. 따라서 빨간 수직선보다 더 안쪽을 보는 건 의미가 없다. 어차피 가림막에 모두 가려지는 영역이다. 

 

그래프에서 파란선은 원래 천문학자들이 예상했던 제임스 웹의 성능을 나타낸다. 반면 이번 관측을 통해 확인한 제임스 웹의 실제 성능은 검은색으로 그려져 있다. 분명 검은색 선은 파란색 선보다 밑에 있다. 다시 말해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어두운 외계행성까지 찍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당초 예상하기론 중심 별에서 1각초 떨어진 지점에서는 별에 비해 최대 5만 분의 1 정도까지 어두운 외계행성을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별에 비해 50만 분의 1 정도까지 어두운 외계행성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초 예상 성능보다 무려 10배나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외계행성 자체를 직찍으로 담으려면 그 행성 자체가 충분히 크고 밝게 보여야 유리하다. 그래서 기존의 지상 관측으로는 행성이 중심 별에서 150~2000AU 정도 아주 멀찍이 떨어진 경우에도 목성보다 수 배 더 무겁고 큰 슈퍼 가스 행성들만 직찍으로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임스 웹은 목성 질량의 0.4배 수준의 훨씬 작은 행성까지 직찍으로 찍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해왕성이나 천왕성 정도 규모의 더 작은 가스 행성도 찍을 수 있다! (물론 지구 질량에 비해선 100배가 넘는 아주 덩치 큰 행성만 보는 것이지만 기존의 지상 관측에 비하면 정말 압도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의 뒤를 이어 발사될 예정인 우주 망원경은 더 거대한 인공 별빛 가림막과 함께 운용할 계획이다. 사진=NASA


물론 아직은 아쉽게도 제임스 웹 역시 지구만 한 작은 암석 행성까지 직찍으로 담지는 못한다. 여전히 천왕성에서 목성 수준의 덩치 큰 가스 행성들까지만 직찍으로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제임스 웹의 테스트를 통해 인공 가림막으로 별빛만 가려서 주변 행성을 직접 찍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만간 제임스 웹의 뒤를 이어 우주로 올라갈 예정인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 망원경은 코로나그래프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구형 행성에 근접한 작은 행성까지 직찍으로 담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낸시 그레이스 로먼은 단순히 망원경 몸체 안에 들어간 작은 가림막으로만 별빛을 가리는 게 아니라 수 미터 크기의 거대한 인공 가림막을 우주에 같이 띄우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처음에 별을 관측할 때부터 아예 망원경 시야 앞에 가림막을 둬서 그 주변 별빛에 파묻힌 작은 행성들을 곧바로 담을 계획이다. 

 

이번 제임스 웹의 외계행성 직찍 시도가 성공한 덕분에 이제 천문학자들은 더 자신감을 갖고 다음 계획을 순조롭게 실현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우주에 올라간 지 만 1년도 안 된 제임스 웹은 새로운 발견은 물론 자신의 뒤를 이어갈 그 다음 미래도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나가고 있다.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17AAS...23030302B/abstract

https://blogs.nasa.gov/webb/2022/09/01/nasas-webb-takes-its-first-ever-direct-image-of-distant-world/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17/09/aa31152-17/aa31152-17.html

https://arxiv.org/abs/2208.14990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ae64c

https://www.quantamagazine.org/webb-space-telescope-snaps-its-first-photo-of-an-exoplanet-20220901/

https://blogs.nasa.gov/webb/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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