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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개 물림 사고, 안락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락사 근거 불분명, 사고 예방책은 전무…전문가 "견주·환경 따라 개 성향 달라져, 입양절차·교육 강화해야"

2022.09.19(Mon) 09:26:13

[비즈한국] 최근 연달아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견 ‘안락사’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추석 연휴 기간 경기도 안양에서 4, 7세 아이가 이웃집 개에게 머리와 목을 물리고,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8살 초등학생이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뒤 벌어진 일이다. 

 

최근 연일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견에 대해 ‘안락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8월 “최근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되고 있다”며 ‘반려동물 관리방안’ 등에 대한 국민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설문에 3135명이 참여했는데, “사람을 공격한 동물을 안락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찬성’이 75.72%(2374명​)로 과반을 차지했다. ‘반대’는 11.19%(​351명), ‘모르겠다’는 13.07%(410명)에 불과했다. 농식품부는 해당 조사 결과를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사고견 안락사’ 규정 있나 봤더니

 

사고견에 대한 안락사는 지금도 시행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경찰은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 ‘위험 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을 폐기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사고견을 폐기처분, 즉 안락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사고견에 대한 처벌 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보호조치 중인 동물에게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동물에 대해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여기서 인도적인 방법이란 안락사를 말한다. 그러나 이는 구조된 동물에 대한 내용으로, 역시 사고견에 대한 규정은 아니다. 

 

개정되는 법안 역시 ‘사고견 안락사’를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았다. 2024년 4월 27일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시도지사는 기질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처 맹견에 대하여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 

 

사고견에 대한 안락사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인도적인 방식으로 안락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한주현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 변호사는 “수의사가 반드시 참여하고 수면제를 투여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안락사를 해야 하는 등 안락사를 시행하는 일정한 기준과 절차가 있지만, 실제로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안락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라도 처벌 조항이 없어 제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개 물림 사고 매년 발생하지만…처벌만 하고 예방은 없다?

 

개 물림 사고는 매년 발생한다. 2021년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는 약 1만 1000건 발생했다. 일평균 약 6건 수준이다. 반려동물 가구도 증가했다. KB금융지주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04만 가구, 1448만 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한다.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한다. 

 

‘2021 서울펫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애완동물와 함께 박람회를 둘러보고 있다. 2021년 기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는 전체 인구의 29.7%를 차지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가구는 계속 증가하지만, 관련 정책은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고견을 ‘안락사’해야 한다는 논란만 일 뿐, 사고 방지 등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개 물림 사고가 났다고 해서 그 개를 안락사하는 것은 예방에 효과가 없다. 또 안락사를 시행할 때는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교정이 절대 불가한 공격성 등이 있을 때 등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이조차도 부재하다. 문제는 사고 예방인데, 동물이 환경적 요인으로 공격성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개를 그렇게 만든 견주가 또 다른 동물을 아무런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개 물림 사고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계획이 마땅히 나온 것은 없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기간 공약으로 ‘개 물림’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며 △개 물림방지 이전 조치 의무 위반 견주에 대한 제재 강화 △반려동물 행동교정 등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 마련 등을 약속했지만, 이런 내용은 국정과제에서 대폭 삭제·축소됐다(관련 기사 [대선 공약 점검⑦] 표준수가제, 강아지공장 근절, 전담기관 설립…그 많던 공약이 달랑 한 줄로)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맹견을 관리하는 ‘기질평가제’가 2024년부터 도입될 예정지만, 이 또한 ‘예방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조경 광주여대 반려동물보건학과 겸임교수는 “기질평가제는 예방의 효과가 아니다. 사고 후 진행되는 것으로, 사고 전 모든 개를 다 평가하는 제도가 아니다. 결국 예방에 대한 정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고견을 안락사하느냐 마느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개들은 키워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성향이 바뀐다. 외국에서는 개 물림 사고가 일어나면 왜 물었는지를 분석한다. 이런 데이터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개 물림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예방의 핵심은 견주에 대한 교육인데, 우리나라는 이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할 근본적인 대책은 부재한 상황이다. 김도희 동변 변호사는 “안락사는 문제 해결 방식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개 물림 사고는 평소 개가 어떤 환경에서 지냈는지, 기질이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동물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 스위스 등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강아지 공장이나 펫숍 같이 아무나 동물을 생산·판매할 수 있고, 자유롭게 사고 버릴 수 있다. 생명이 없는 장난감과 똑같이 취급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입양 절차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학과 교수 역시 “외국도 안락사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화 프로그램 등이 있다. 훈련사, 수의사, 동물행동학자 등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안락사를 결정한다. 진짜 문제는 안락사 같은 제도를 만들기 전에 예방할 방법과 매뉴얼 등을 먼저 정립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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