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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포스코 수해를 '인재'로 몰아가는 진짜 속내

이례적인 조사 방침에 책임 소재 놓고 갈등…일각선 "경영권 교체 포석" 관측도

2022.09.16(Fri) 14:10:51

[비즈한국]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수재로 인해 고로(용광로) 가동이 멈추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포스코의 경영진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포스코 안팎에서 사전 예방 미비, 무리한 복구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사태가 장기화하면 포항제철소발 ‘스틸플레이션(스틸+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압연라인 지하설비에 물이 빠진 후 포스코 직원들이 진흙과 뻘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 6일 한반도에 상륙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설립 이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고로 3기가 동시에 가동이 중단된 것. 포스코 측은 “6일 새벽 최대 5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오전 6시경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포항제철소 전체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포스코는 복구작업을 통해 지난 10일부터 가동이 중단됐던 2·3·4고로를 순차적으로 재가동했다. 고로는 정상화됐지만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작업) 설비와 제강·연주(쇳물을 반제품으로 만드는 작업) 설비 등의 복구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압연 설비는 범람 지역 인근에 위치해 침수 피해가 가장 크고, 피해 규모도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설비 복구가 더뎌질 경우 공급망 차질에 따른 철강 가격 상승, 즉 스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산업이 자동차·조선·건설 등 주요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전방 산업인 데다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이 국내 전체 조강 생산의 3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가 재가동되고 있으나 압연 공장 복구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복구가 길어지면 당연히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 영향이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스틸플레이션 등의 우려에 대응해 포스코는 슬라브 등 반제품을 생산해 광양제철소로 보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관련 브리핑을 열고 “산업 피해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정상화에 최대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열연공장 정상화에만 최대 6개월이 걸리고, 다른 부분들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산업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한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TF’와 ‘민관 합동 철강수급조사단’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재가 ‘산업의 쌀’이라 불릴 만큼 모든 산업의 중요한 자재인 만큼, 전문성을 갖춘 조사단을 통해 피해 상황과 생산 정상화 시기 등을 정확히 예측해 수급 상황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포스코의 미흡한 사전 대비로 인해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태풍이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을 중점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고된 수해에 제대로 대비했는지를 정부가 직접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이에 포스코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전 대비가 적절했음에도 인근 냉천의 범람으로 인해 자연재해를 겪었다고 강조했다. △태풍종합상황실 운영 △배수로 정비 △물막이 작업 △안전시설물 점검 △비상 대기 등으로 태풍에 대비했다는 것. 또 정부 예상과 달리 3개월 내 압연라인 복구를 모두 완료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피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전체적인 피해추산액과 압연공장 복구 가동 계획 등을 수립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포스코의 수해 대비가 적절했는지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경영진 리더십 문제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2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정부와 포스코가 수해의 원인부터 복구 기간까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포스코가 정부 발표에 반박하는 양상이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영진의 리더십을 문제 삼기 위해 수해 원인 조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7월 임명돼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연임됐다.

 

포스코는 올해 초부터 악재와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일주일 앞둔 지난 1월 20일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물적분할 논란, 성추행 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이 연이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4일에는 또 다시 광양제철소에서 협력업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번 수해 복구와 관련해 이미 회사 안팎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새어 나왔다. 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경영진이 직원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전원차단기들도 억지로 수작업으로 닦아서 목숨을 담보로 작업 중”이라며 “대외적으로 빨리 제철소가 돌아가는 것을 보여줘야 된다는 것 같은데,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포스코 직원의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수해의 원인이 포항시의 하천정비 사업임에도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포스코 경영진 교체를 위한 포석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포스코 직원은 “포항시의 잘못된 냉천 치수 사업으로 물이 넘친 예정된 인재였다”며 “냉천이 넘쳐 아파트와 이마트, 제철소가 다 잠긴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사회에서도 치수보다는 친수공간 개발에 집중된 냉천 정비 사업이 침수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하천을 재정비해 물길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이 냉천 범람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향후 태풍, 폭우 등에 대비한 냉천 재정비를 위해 포항시와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냉천 범람 주변 지역을 설명하는 지도 사진을 첨부하면서 수해의 원인이 포항시의 냉천 정비에 있었음을 시사했다. 사진자료 설명에는 ‘​냉천을 메우며 강폭이 좁아져 물길이 막혔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의 시선은 정부와 포스코의 대립에 집중되고 있다. 앞서 정권이 교체된 지난 4월 포스코홀딩스가 직원들에게 ‘국민기업’ 정체성을 부정하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며 때 아닌 ‘정체성 논란’에 불 지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배포된 자료에는 “민영화가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됐음에도 여전히 국민기업이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다른 민간기업 대비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국민기업은 극복되어야 할 프레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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