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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회사생활] '쇼 미 더 머니'와 코카콜라에서 배우는 실험정신

조직이 선택하는 리더는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해 새로운 것을 고민하는 사람

2022.09.08(Thu) 10:10:47

[비즈한국] 조직이 개인에게 원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그 사람의 위치와 부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상품을 만드는 부서라면 소비자의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 제품, 마진이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영업 부서라면 좋은 고객을 확보해서 더 많이 파는 능력을 요구할 것이다. 인사부라면 조직 전반에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역할, 직원들이 성장하도록 교육을 잘하는 능력을 높게 살 것이다. 팀장이나 간부라면 적시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팀원들을 조화롭게 이끌어 가능성을 키워줄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직은 조직원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조직이 미래의 리더로 선택하는 직원 역시 그저 현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한 직원일까? 회사에 청춘을 바쳐 일했다는 선배들이 모두 회사의 선택을 받던가. 한 회사에 들어가면 20~30년은 그냥 다니던 예전이든,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지금이든, 회사가 미래의 리더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은 비슷하다. 그 사람이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고민하는 실험정신을 가졌느냐다. 과거에는 도전정신이라고 불렸는데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준다. 도전정신이든 실험정신이든 이것을 기본값으로 가진 직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조직에서 사랑을 받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 

 

‘쇼 미 더 머니’가 첫 시즌을 시작한 10여 년 전만 해도 힙합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주류 장르라고 할 수 없었기에 래퍼들의 경쟁 프로그램은 대중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콘텐츠였다. 사진=Mnet

 

큰 성공을 거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는 제작사인 CJ ENM으로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것이었다. 단독 협찬사였던 아디다스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렸다. ‘쇼 미 더 머니’가 첫 시즌을 시작한 10여 년 전만 해도 힙합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주류 장르라고 할 수 없었기에 래퍼들의 경쟁 프로그램은 대중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콘텐츠였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다른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하면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방송이었다. 모험적이고 충분히 실험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벌써 10주년을 맞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시즌 11이 10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나이키에 밀려 만년 2위였던 아디다스는 한국에서만은 나이키를 추월해 매출 격차를 2000억 원까지 벌렸는데, 이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쇼 미 더 머니’에 협찬한 아디다스 제품의 인기가 폭발한 것이다. 2015년에는 인기 래퍼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는데, 그가 신고 나온 제품이 국내에서만 100만 족이 넘게 팔리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그 제품을 신어 보지 않은 대학생이나 고등학생은 없을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과 높은 매출은 실험정신이 충만한 각사의 직원들이 불확실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했기에 가능했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 이를 설득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성공시킨 분들께 다시 한번 존경을 보낸다. 

 

코카콜라에서 진행한 OBCM(occasion-based channel marketing)은 실험적 도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좋은 예다. 대형 마트 계산대 옆에 소형 냉장고를 설치하고, 육류 코너에 음료수를 함께 배치한 것인데, 이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처음에는 조금 생뚱맞게 보였다. 2000년 초에 처음 시작된 이 프로모션은 이제 당연한 풍경이 되었다. 어떻게 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까?

 

소비자가 대형 마트를 방문하면 보통 1시간 이상을 보내게 된다. 그럴 때 힘든 점이 무엇일까 조사했더니, 갈증이 나서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는 곳에 자사의 음료를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손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실제 소형 냉장고를 설치하는 일은 비용이 아주 낮은 것도 아니었지만 음료 판매는 꾸준히 이루어졌고, 코카콜라는 추가 판매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펩시가 공급가를 매우 낮게 하는 공격적 영업 전략을 구사하는 와중에도 코카콜라가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에는 이런 실험정신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열정을 다해 추진했던 담당자는 대부분 조직의 임원 자리에 올랐다. 그 후에는 더 큰 기업, 더 나은 조건을 보장하는 자리로 스카우트되었다. 

 

대형 마트 계산대 옆에 소형 냉장고를 설치하는 등 코카콜라가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데에는 이런 실험정신이 한몫한다.


조직의 생존은 실험정신이 충만한 임직원에게 달려 있다. 그 중에서도 직원들의 역할이 더 크다. 세상이 천천히 변화하던 시절에는 임원의 지식과 경험으로도 충분히 회사를 호령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언제나 젊은이를 훈계하고 가르침을 주는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는 시시각각 변하며, 수많은 젊은이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출사표를 내고 있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가득한 실험정신을 조직에 선보일 준비를 부지런히 해보라. 손필기가 가능한 스마트폰이든 아이디어 노트 한 권을 준비해 다니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시각화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머릿속에만 머물다가 결국에 세상 빛을 못 보고 사라지고 말 것이다.  실험하지 않는 회사는 언제든 방향성을 잃고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당신의 실험 노트를 꺼내서 당당하게 제안하라. 

 

초심을 잃고 실험실의 문을 잠가버렸다면 신입사원들을 관찰해보라. 그들의 눈빛과 걸음걸이는 어떤가?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새로운 것에 눈이 반짝인다. 걸음걸이도 가볍다. 어설프지만 계속 아이디어도 내고 싶어하지 않는가. 앞으로는 실험정신을 장착한 구성원을 많이 확보한 조직만이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이뤄낼 것이다.

 

필자 박중근은 조직 관리 전문가로 2018년 캠프코리아를 설립해 기업 교육 및 코칭을 하고 있​다. 나이키코리아, 한국코카콜라, 아디다스코리아에서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하고 닥터마틴 한국 지사장을 역임했다. 부산외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 기획,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70년대생이 운다’ ‘오직 90년대생을 위한 이기적인 팀장 사용 설명서’가 있다.​​​​​​

박중근 캠프코리아 대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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