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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라면 값 인상 앞두고 유통현장 사재기·공급 중단·할인 등 혼탁 속사정

원가 상승과 고환율로 24년 만에 분기 적자…다른 라면 업체들 가격 인상 여부도 관심

2022.09.08(Thu) 10:24:43

[비즈한국] 농심이 오는 15일부터 라면 가격 출고가를 10% 이상 인상하는 것과 관련해 일부 유통체인들에서 사재기와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판매 등 혼탁한 양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일부 도매 유통체인들이 농심 출고가 인상 전 소매 유통체인들에게 공급을 대폭 줄이거나 심지어 하지 않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출고가 인상 시점 이후부터 물량을 쏟아 내 이윤을 더 남긴다는 셈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마트 농심 라면 매대. 사진=박정훈 기자


일부 슈퍼마켓 운영 사업자들은 “농심의 출고가 인상 전까지 제품 공급이 어렵다며 공급을 아예 중단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횡포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이 있어도 재고 물량이 없으면 판매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서는 판매가 인상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때 아닌 할인 판매도 횡행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SSM 매장들에서는 기존 낱개로 900원대에 팔던 신라면과 너구리를 이달을 전후해 800원대로 낮춰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4~5개 들이 봉지 가격을 기존보다 30~35% 인하해 판매되는 사례들이 허다하다. 

 

SSM 관계자들은 “농심 출고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 판매가 조정에 앞서 빠른 재고 소진을 위해 할인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50% 안팎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업체다. 농심은 지난 8월 말에 9월 15일부터 라면과 과자 주요 제품의 국내 출고가를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밝혔다. 라면은 지난해 8월 평균 6.8% 인상에 이은 1년만이며 스낵도 올 3월에 이은 불과 6개월 만의 인상이다. 국내 출고가 인상에 앞서 이달 1일부터 농심은 해외로 수출하는 라면과 스낵 제품 출고가를 인상했다. 

 

농심 측은 “원료 가격 인상과 고환율 현상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국내 출고가 인상 전까지 장바구니 물가를 감안해 소비자들이 기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기존 출하량보다 다소 늘어난 양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유통 현장과 관련해 “출하 이후 유통체인별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확인이 불가능하고 유통 현장의 판매가격에 대해 개입하고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례로 월 100개를 소화해내던 유통체인에게 110에서 120개까지 공급을 늘릴 수는 있어도 200개까지 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당사의 생산 능력 상 들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심의 출고가 인상은 원가 상승과 고환율로 인한 실적 악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의 올 2분기 미국과 중국 등 해외법인을 포함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 이상 감소했다. 특히 국내 실적을 나타내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농심은 2분기 3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농심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농심은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다. 라면 제조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치하는 것은 밀가루인 소맥분과 팜유로 각각 60%와 20% 정도 차지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올 2월 러시아가 세계적인 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올 상반기 내내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팜유 가격도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심화에 따라 급등세를 보였다. 3분기 이후 점차 밀과 팜유 시세가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제분업계와 유지업계가 공급가를 낮추지 않으면 농심으로서는 뾰족한 원가 인하 요인을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고환율 현상도 농심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농심은 국내 공장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그친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농심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수출로 잡히지 않고 현지 매출로 잡힌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 공장에서 발생하는 원가와 인건비 등은 현지 통화로 지출되고 있다. 따라서 원화로 환산한 연결 재무제표는 고환율 영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농심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다른 라면 업체들의 가격 인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심과 달리 호실적을 거둔 라면업계 2위인 오뚜기와 3위인 삼양식품은 아직까지 가격 인상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4위인 팔도는 오는 10월 1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고 7일 밝혔다. 

 

오뚜기는 매출에서 라면 등 면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에 그치고 있고 그 외 제품군에서 판매 가격 인상을 통해 라면 제조 원가 상승을 상쇄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77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362억 원에 비해 30% 넘게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은 2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가까이 급증했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수출 물량 전량이 삼양식품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로 고환율 효과와 수출 증가까지 겹쳐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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