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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규제당국과 업계가 '후원 방문판매'를 주목하는 이유

개정 방판법 다단계 범위 확대하며 도입…규제 완화 빈틈 노린 변칙 운영 가능성

2022.08.17(Wed) 10:51:24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서울시는 5~6월 특수판매업체를 조사했다. 사진은 지난 2월 민생사법경찰단에서 수사관이 불법 다단계 코인 판매 조직 검거 브리핑에 앞서 수사자료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 5~6월 특수판매업체 조사에 나섰다. 1260개 특수판매업체 중 민원이 접수됐거나 신규 등록한 34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고, 그중 6개 후원 방문판매 업체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다.

 

서울시가 밝힌 수사 의뢰 사유는 다음과 같다. ‘후원 방문판매 업체가 판매원에게 대리점 개설을 미끼로 매출을 유도하거나, 다른 판매원을 데리고 오면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조직을 운영해 무등록 다단계 영업을 했다’는 것.

 

그렇다면 후원 방문판매란 무엇이고, 후원 방문판매가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영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원 방문판매 제도의 배경과 이와 관련된 업계 동향을 살펴보자. 

 

다단계판매는 법령과 규제당국에 의해 엄중한 제재와 감시를 받는다. 다단계판매에서는 회원이 소비자를 자신의 판매원으로 등록하고, 그 판매원이 또다시 자신의 밑에 다른 판매원을 등록하는 영업이 반복한다. 업체는 등록 실적에 기초해 후원수당을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사행성, 과장광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법령을 통한 제재가 이뤄진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에 대해 등록제, 소비자 피해보상보험 가입 강제, 후원수당 총액 제한 등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그런데 구(舊)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를 ①판매원을 3단계 이상으로 구성·조직하고 ②판매원의 판매 및 조직관리 활동에 대해 후원수당을 지급하며 ③판매원이 판매업체로부터 물건을 구입, 재판매하면서 차익이 발생하고(소매이익 요건) ④재화 등을 구입한 소비자가 판매원으로 가입할 것(소비자 요건)을 영업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영업장소 외의 장소에 방문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방문판매’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았다. 

 

이처럼 영업 유형별로 규제에 정도의 차이가 심하다 보니, 방문판매업체로 신고하고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하는 이른바 ‘신(新) 방문판매’, 신방판의 사례가 나타났다. 

 

신방판이란 판매원 3단계 이상, 후원수당 제공 등 실질적으로는 다단계판매와 유사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다단계판매와 달리 ①판매원으로 먼저 가입시킨 후에 제품을 사도록 구매 시점을 조정해 소비자 요건을 회피하고 ②업체 공급가로 판매한 후 소매차익 부분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소비자 요건을 회피해 ‘방문판매’로 신고·영업을 하는 것이다. 

 

신방판 형식으로 판매하면 다단계판매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당국 입장에선 이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형식적으로 방문판매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는 업체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 조항을 확장 해석해 규제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고, 신방판 방식이 대중화한 상황에서 사후 규제에 나설 경우 신방판 업체와 판매원의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전북에서 산삼패키지를 사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에게 1100억 원을 끌어모은 다단계 사기 사건이 적발됐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2012년 개정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의 성립요건 중 ‘소비자 요건’과 ‘소매이익 요건’을 삭제해 다단계판매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도, 성립요건과 규제 정도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중간에 위치하는 ‘후원 방문판매’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다단계판매 성립요건에서 소비자·소매이익 요건을 삭제하면서 신방판이라 불리던 영업방식은 모두 다단계판매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그 결과 방문판매법의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됐다. 대신 개정 방문판매법은 후원 방문판매 제도를 통해 신방판 조직 중에서 후원 방문판매에 해당하는 곳에는 다소 약한 규제를 받도록 여지를 남겼다.

 

후원 방문판매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 요소를 갖추되, 1단계의 후원수당 지급방식을 가진 판매 방식을 말한다. 후원수당 1단계 지급방식이란 판매원 본인과 직하위 판매원(이른바 ‘직대’)의 실적에 대해서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만약 판매원과 직하위 판매원 외 사람의 실적에 연동해 수당을 지급하는 구조라면 후원 방문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법인 전체 매출의 *%’, ‘관할 대리점의 *.%’로 지급하는 후원수당은 판매원과 직하위 판매원 외에 다른 실적이 포함돼 후원 방문판매로 취급할 수 없다. 

 

후원수당의 산정 범위를 제한해 다단계판매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행성, 사재기, 과장광고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방하려는 것이다. 방문판매법은 판매원이 아닌 최종소비자에게 월 매출의 70% 이상이 발생하면 다단계판매에 적용되는 규제 중 후원수당 총액제한, 취급제품 가격상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의무화 등을 면제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옴니트리션 기준 충족에 의한 3대 면제’라고 부른다. 이론적으로는 판매원 재고가 적어서 사재기 피해 우려가 적다는 점을 감안해 혜택을 주는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신방판을 규제 대상에 포함해서 업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측면도 있다. 

 

개정 방문판매법은 신방판을 규제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동시에 후원 방문판매 제도를 새로 도입해 타협의 여지를 남겨 놓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쟁점이 해결되진 않았다. 다음 편에서는 후원 방문판매를 둘러싼 최근 업계의 논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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