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존재의 증명]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상표 등록에 성공한 '특별한 사정'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식별력이 부족한 음식재료는 원칙적 등록 불가…오랜 사용으로 식별력 인정돼

2022.08.17(Wed) 10:25:23

[비즈한국] 1964년 창업해 60년 가까이 영업 중이며 대표 메뉴로 생갈비구이와 양념갈비구이 그리고 감자사리면을 제공하는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 가수 이효리 남편인 이상순의 외삼촌이 운영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 전경. 사진=해운대암소갈비집 홈페이지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표법상 상표 등록이 불가하다. 해운대는 행정구역상 부산 자치구에 해당함과 동시에 부산의 대표 관광 명소를 일컫는 말로 상표법상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고, 암소갈비가 음식 재료를 나타내는 것으로 상표법상 상품을 직접 설명하거나 기술하는 것에 해당해 식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9년 3월 원조와 무관한 제3자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원조를 모방해 해운대 암소갈비집을 운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조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상표 등록 안 돼 있는 것을 틈타 원조와 동일한 이름에 비슷한 메뉴를 사용한 것이다. 

 

이에 원조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자신을 모방한 제3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원조의 상호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따라 국내에서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에 해당하고 제3자의 모방행위가 부정경쟁행위라는 이유에서이다. 만약 해운대 암소갈비집에 상표권이 존재하였다면 상표 등록증을 첨부해 내용증명을 보냄으로써 매우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상표권이 존재하지 않으니 부경법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송의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국내에 널리 인식되지 않아 제3자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조는 패소했다. 그런데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 진다. 원조가 55년 이상 영업했으며, 연매출 100억 원 이상으로 전국 관광객들이 원조의 식당을 방문한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에 대한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 경쟁관계가 존재해야하기 때문에 음식점 간의 거리가 매우 중요하다. 즉 같은 지역에 위치하거나 서로 근거리에 위치하여 방문자가 겹칠 가능성이 높은 경우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서울의 식당과 부산의 식당은 400km 넘게 떨어져 위치하고 있었지만, 지역에서 성공한 음식점이 서울에 진출하는 경우가 흔하고, 원조 식당의 방문 손님 중 서울 경기 지역 방문자가 40%에 이르는 점 등이 고려되어 서로 경쟁관계로 판단됐다.

 

해운대 암소갈비집에서 판매하는 갈비구이와 감자사리면. 사진=해운대 암소갈비집 홈페이지

 

그리고 드디어 2022년 4월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상표 등록에 성공한다.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특허청의 심사단계에서 식별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등록이 거절되었지만, 이에 불복한 특허심판원의 심판단계에서는 원래는 식별력이 없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지만, 오랜 기간 사용에 의해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는 것에 이르러 결국 식별력을 취득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해 상표 등록을 허락하도록 바뀌었다. 

 

상표법에서는 식별력이 부족한 상표라도 사용에 의해 일반 수요자 사이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예외적으로 상표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LG, SK 등은 간단한 표장에 해당하여 원래 등록이 불가하고, 서울대학교 등은 서울이라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 및 대학교라는 보통명칭의 결합에 의해 식별력이 부족하지만, 오랜 기간 사용으로 지금은 출처가 어디인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식별력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 돼 상표권이 발생하게 되면 그 효력이 대한민국 전역에 미치기 때문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전국적 인지도를 요구했다. 그래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이 용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 요건이 완화됐다. 낮은 수준의 인지도라고 할지라도 꽤 알려져 있다면 상표 등록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 위치한 ‘초콜릿박물관’​도 박물관에 대하여 초콜릿 관련 박물관으로 식별력이 부족하였고, 재능교육의 ‘스스로’​도 교육업 등에 대하여 스스로 하는 학습법이라는 의미로 식별력을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두 케이스 모두 오랜 기간 사용에 의하여 수요자에게 출처가 어디인지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상표 등록에 성공하게 됐다.

 

실무적으로는 식별력이 부족한 문자 상표의 경우, 로고 등과 결합하여 우선 상표 등록 받은 다음 오랜 기간 등록상표를 사용하면서 문자 상표의 식별력을 취득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결국 이제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조건이 완화된 만큼 식별력이 부족하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을 통하여 상표를 독점할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존재의 증명] 둔촌주공아파트가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될 수 없는 이유
· [존재의 증명] 변리사가 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실용신안의 현실
· [존재의 증명] 삼성제약은 되고 삼성출판사는 안되는 까닭
· [존재의 증명] 우리나라가 '지적재산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
· [존재의 증명] 손흥민 브랜드 'NOS7'에 대한 기대와 우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