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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굽이굽이 육십령 넘어 논개와 향교의 전설을 찾아, 전북 장수

오일장에 남아있는 대장간, 장수 출신 논개 기린 사당과 노비가 지킨 장수향교도 둘러보자

2022.08.09(Tue) 16:13:03

[비즈한국] 가끔은 그런 곳이 있다. 별 기대 없이 찾았다가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되는 곳. 전라북도 동북쪽 산악지대에 자리한 장수군이 그런 곳이다. 옛 이야기 깃든 고개에서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기고, 조선 초기에 지어진 옛 향교도 보고, 전통 시장 대장간 구경까지 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이다. 

 

장수향교는 조선 태종 7년(1407)에 선현의 제사와 지방민 교육을 위해 세운 지방교육기관이다. 정유재란 당시 노비 정경손이 홀로 왜군에 맞서 이곳을 지켰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옛 이야기 깃든 고개와 시장

 

장수군은 인근의 무주군, 진안군과 더불어 ‘무진장’으로 불린다. 이 세 군이 모여서 전라북도 동북부의 산악지대를 이룬다. 무주는 덕유산과 구천동 계곡, 진안은 마이산 등의 유명 관광지가 있지만, 장수는 딱히 알려진 곳이 없다. 하지만 백두대간이 지나는 장수에도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있다. 해발 1237m인 장안산과 919m의 봉화산이 우뚝 솟아 있고, 덕유산 남쪽 자락도 장수군에 속해 있다. 경남 함양군과 경계를 이루는 육십령 고개(734m)만 올라도 발 아래 경치가 좋고 공기가 시원하다. 육십령 고개 휴게소에는 장수 사과를 넣은 소스로 맛을 낸 돈가스도 맛볼 수 있으니 무더운 여름철 아이와 함께 가기에 좋다. 

 

‘육십령’은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이름으로 ‘육십현’, ‘육복치’라고도 불렸다. 예로부터 영남과 호남을 잇는 관문이었는데, 나그네를 노리는 도적떼가 출몰해 60명 이상이 모여야 안전하게 고개를 넘을 수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혹은 구비구비 고갯길이 60굽이를 이루어서 육십령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2001년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주요 교통로의 기능은 잃었지만,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육십령’은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이름으로 영남과 호남을 잇는 관문이었는데, 나그네를 노리는 도적떼가 출몰해 60명 이상이 모여야 안전하게 고개를 넘을 수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육십령 고개를 넘어 장수읍으로 들어오면 옛 건물과 전통시장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5일, 10일에 오일장이 서는 장수시장은 10여 분이면 다 둘러볼 정도로 자그마하다. 그래도 살 거리, 볼거리가 숨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 입구의 장수 대장간은 문을 연 지 50년이 넘었다. 다섯 평 남짓 아담한 대장간 안에는 쇠를 달구는 고로와 쇠를 놓고 치는 모루 등이 보인다. 반세기 넘게 대장간을 지켜온 장인이 지금도 옛날 방식 그대로 쇠를 달군 뒤 망치로 쳐 호미며 괭이, 낫 등을 만든다. 

 

장수 오일장(위)과 여전히 전통방식으로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 사진=구완회 제공

 

시장 한편엔 장수군 농민회에서 운영하는 지역 농산물 상점이 있다. 한여름 시장엔 탐스럽게 잘 익은 가지, 잘 익은 애플 수박, 까만 서리태 등이 보인다. 매대마다 생산한 농민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어서 더욱 믿음이 간다. 

 

#장수향교와 논개사당 따라 역사문화 산책

 

장수시장 주변에는 장수읍 역사문화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논개사당과 장수향교, 창계서원 등을 연결하는 코스다. 역사문화탐방로의 출발점인 논개사당은 임진왜란 때 순국한 논개의 초상화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논개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장수에는 19세기 중반 장수현감이 세운 논개생장향수명비가 있었는데, 한국전쟁 이후에 군민들이 성금을 모아 논개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논개사당이 자리 잡은 야트막한 언덕은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가을엔 단풍이 예쁘다. 

 

논개사당에서 도보로 10분쯤 걸리는 장수향교는 조선 태종 7년(1407)에 선현의 제사와 지방민 교육을 위해 세운 지방교육기관이다. 장수향교의 중심 건물인 대성전은 이때 지어져 숙종 12년(1686)에 이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임진왜란 때도 훼손되지 않아 전국의 향교 중 가장 오래된 곳이 되었다. 

 

논개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장수에는 19세기 중반 장수현감이 세운 논개생장향수명비가 있었는데, 한국전쟁 이후에 군민들이 성금을 모아 논개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장수향교 정문 앞에는 왜군에 맞서 이곳을 지켰다는 노비 정경손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그는 정유재란 때 홀로 남아 향교를 지켰는데, 그 모습을 본 왜군 대장이 감명을 받아 “이곳에 누구도 들어가지 마라”는 글귀를 써붙이고 떠났다고 한다. 그 덕분에 전국 대부분의 향교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장수향교는 훼손 없이 지켜졌다는 것이다. 대성전은 공자를 비롯한 여러 선현의 제사를 지내는 공간으로 사람 인(人) 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 아래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창문이 눈길을 끈다. 

 

장수향교 대성전은 보물 제272호로 조선시대 향교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장수읍 역사문화탐방로에는 이 밖에도 명재상 황희의 위패를 모신 창계서원과 황희의 호를 딴 방촌공원, 황희의 아버지가 조성했다는 노하숲 등이 있다. 

 

<여행정보>


장수시장

△위치: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시장로11

△문의: 063-351-8436

△영업시간: 업소마다 상이, 연중무휴, 5일·10일 오일장

 

논개사당

△위치: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논개사당길 41

△문의: 063-350-2348(장수군청 문화체육관광과)

△영업시간: 09:00~18:00 연중무휴

 

장수향교

△위치: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향교길 31-14

△문의: 063-350-2348(장수군청 문화체육관광과)

△영업시간: 09:00~18:00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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