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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외계 도시를 찍을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이웃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 주변 외계행성에서 외계문명 발견 가능성 거론

2022.08.01(Mon) 14:19:31

[비즈한국] 드디어 본격적인 과학 임무를 수행해가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문득 제임스 웹 정도라면 정말 외계인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치한 기대가 든다. 그런데 어쩌면 이게 단순히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최근 아주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됐다. 제임스 웹으로 가까운 외계행성에 존재하는 외계인들의 도시 불빛을 포착할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그 대상은 태양계 바깥 가장 가까운 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프록시마 센타우리다. 과연 제임스 웹은 프록시마 센타우리 곁을 돌고 있는 외계행성에서, 외계인들의 도시를 포착할 수 있을까?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에서 외계 도시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태양계를 벗어나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이웃 별. 4.24광년 거리에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다. 이 별은 표면온도 3000도로, 태양의 절반 정도로 미지근한 작은 별이다. 그런데 이 작은 별 곁에서 지금까지 총 세 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별에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외계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b는 아주 흥미로운 곳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b는 지구보다 크기가 20% 더 큰 암석 행성이다. 중심 별에서 겨우 750만 km(0.05AU), 지구와 태양 사이의 20분의 1에 불과한 아주 짧은 거리를 두고 11일의 짧은 주기로 빠르게 그 곁을 맴돌고 있다. 하지만 중심의 별 자체가 워낙 미지근한 덕분에 이렇게 별에 가까이 붙어 있어도 그리 뜨겁지 않다. 오히려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 골디락스 존에 들어와있다. 외계 생명체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프록시마 센타우리b 행성이 워낙 그 중심 별에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할지 모르지만 별 표면에서 분출되는 난폭한 항성풍과 플레어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 꽤 까다로운 환경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래도 별 주변 생명 거주 가능 구역, 골디락스 존에서 궤도를 돌고 있는 외계행성이 가장 가까운 이웃 별 주변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그나마 가까운 거리 덕분에 머지않은 미래에 직접 탐사선을 보내는 시도를 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천문학자들은 프록시마 센타우리에서 또 한 번의 놀라운 발견을 했다. 이 별에서 자연적인 전파로 보기 어려운, 무언가 인공적인 전파처럼 보이는 시그널이 포착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무려 1억 달러의 거금을 쏟아부어 만 시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지구 곳곳의 거대 전파 망원경으로 다양한 전파 시그널을 수집했다. 세티의 정신을 계승해서 보다 더 방대한 외계 지적 문명의 신호를 추적하는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 프로젝트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쪽에서 흥미로운 신호를 포착한 호주의 파크스 전파 천문대. 사진=CSIRO


2016년부터 호주 파크스 천문대 전파 망원경을 통해서, 16광년 거리 범위 안에 들어오는 별 60개 주변 하늘에서 전파 신호를 새롭게 수집했다. 700MHz에서 4GHz 주파수 범위에 걸쳐 다양한 전파 신호가 들어왔다. 그리고 앞서 다른 관측에서 수집한 또다른 가까운 별 1327개의 전파 신호까지 모두 모아서 세밀한 분석을 진행했다. 가장 가까운 이웃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 쪽 하늘에서도 총 417만 2702번의 전파 시그널이 날아왔다. 이 수많은 신호 중 정말 프록시마 센타우리b에서 날아온 외계인들의 신호가 있을까? 

 

중심 별 곁에서 주기적으로 궤도를 돌며 공전과 자전하고 있는 외계행성의 신호라면, 지구에서 봤을 때 그 전파원은 지구를 향해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졌다가를 반복해야 한다. 그 움직임 때문에 일정한 주기로 전파 신호의 파장이 조금 늘어났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하는 도플러 효과가 벌어질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400만 번의 전파 신호 중에서 주기적인 도플러 효과의 흔적을 보이는 100만 번의 전파 신호를 자동으로 추려냈다. 그리고 정말 프록시마 센타우리 쪽에서 날아온 신호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추가 테스트를 진행했다. 정확하게 프록시마 센타우리 쪽을 조준했을 때, 그리고 그 옆의 살짝 다른 방향으로 조준했을 때를 번갈아가며, 정확히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조준했을 때만 들어오는 전파 신호 5160개를 최종 골라냈다. 

 

여기서 다시 자연적인 전파나 노이즈, 주변 인공위성의 주파수로 의심되는 신호를 모두 걸러냈다. 이 치열한 필터링 과정 끝에 수상한 신호가 딱 하나 살아남았다. 982MHz의 아주 얇은 주파수 범위에서 강하게 들어오는 신호였다! 이 신호는 약 2.5시간의 주기로 도플러 효과를 보였고, 2019년 4월 29일에서 5월 4일 사이 약 30시간 동안에 특히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끈질긴 탐색 끝에 어렵게 발견된 브레이크스루 리슨의 첫 번째 후보 신호를 BLC-1이라고 부른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호주 라디오 전파 스펙트럼 계획에 따르면 982MHz는 항공기의 무선항법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범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BLC-1 신호를 관측한 파크스 천문대 주변 반경 1000km 이내에서는 이런 주파수를 내보내는 항공기가 지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무선항법 신호를 발신하는 기지국은 모두 지상에 서 있기 때문에, 하늘 높은 곳에서 날아온 BLC-1 신호의 정체가 단순히 비행기들이 주고받는 무선항법 신호였을거라고는 보기 어렵다. 

 

정말 드디어, 우리가 그토록 기대했던 외계문명의 신호가 포착된걸까? 그동안 외계인을 찾겠다고 훨씬 먼 수백 수천 광년 거리의 별까지 샅샅이 뒤졌건만… 정작 가장 가까운, 게다가 외계 생명체도 기대해볼 수 있는 이 놀라운 곳에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내보내고 있는 외계인이 있었단 말인가! 어쩌면 정말 코앞에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외계 문명이 있었던걸까? 

 

하지만 BLC-1 신호에 대한 첫 발표 2년 뒤인 2021년, 신호의 정체를 두고 실망스러운 논문이 발표됐다. 천문학자들은 이 흥미로운 신호를 검증하기 위해, 다시 일주일 넘는 동안 프록시마 센타우리 주변 하늘에서 포착된 수많은 전파 신호를 분석했다. 그런데 처음 발표되었던 BLC-1과 비슷한 세기와 주파수 대역, 도플러 효과의 징후 등 여러 특징을 공유하는 또 다른 비슷비슷한 신호들이 60여 개 발견됐다. 게다가 이 60여 개의 신호들은 안테나가 정확히 프록시마 센타우리 쪽을 향하지 않을 때, 다른 방향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포착됐다. 이것은 앞서 발견된 BLC-1 신호가 정확히 프록시마 센타우리에서 날아온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 쏟아져나오는 인간들의 전파 신호가 하늘 전역에서 산란되면서 포착된 것 중 하나에 불과했음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산란된 전파 신호 하나가 하필이면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보이는 하늘에서 날아왔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 인류는 자기 꼬리인 줄도 모르고 신나서 빙글빙글 쫓는 아기 고양이의 신세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처럼 이미 인류는 지구 전역에서 온갖 주파수 대역의 전파를 내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계속 더 빠르고 강력하게 멀리까지 전파를 보내기 위해 날이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4G, 5G 기지국들, 지구 전역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며 계속 지구 궤도에 올라가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들…. 이렇게 계속 지구의 하늘마저 인류의 전파로 오염되어가고 있다.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외계인들의 희미한 전파 메시지는 더 강력한 인류 스스로의 전파에 파묻힌다. 시간이 흐르고 인류가 더 발전할수록 지상 전파 망원경만 가지고는 외계 문명의 전파 신호를 탐색하는 연구가 더 어려워진다. 결국 외계 문명의 인공 전파를 추적하는 세티 연구 역시, 이제는 지상 망원경이 아닌 지구를 벗어난 우주 망원경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 

 

만약 프록시마 센타우리b 행성에 그들의 밤하늘을 밝게 비추며 살아가는 외계인들이 있다면 그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아주 조금. 사진=Stellaris


그렇다면… 혹시 이번에 우주로 올라가 벌써부터 큼직한 활약을 해주고 있는 ‘킹갓’ 제임스 웹 망원경이라면, 지구 전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외계인의 신호를 포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최근, 제임스 웹을 통한 외계인 발견 가능성을 아주 진지하게 분석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분석에 따르면, 만약 프록시마 센타우리b 외계행성에 고도로 발전된 외계인들이 만든 도시가 존재한다면, 행성 표면의 도시 불빛을 제임스 웹이 포착할 가능성이 있다! 

 

외계행성이 별 주변을 돌면서 우린 별빛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변화를 보게 된다. 행성이 별 앞을 가리지 않을 때에는 순수한 별빛, 그리고 행성 표면 위에 반사된 별빛까지 더해진다. 반면 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동안에는 행성 실루엣에 의해 별빛이 조금 가려진다. 그런데 만약 이 외계행성에 인공적인 불빛을 켜고 살아가는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면, 별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외계행성도 마냥 깜깜하게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외계행성의 밤하늘을 밝게 채우고 있는 인공 도시 불빛이 함께 보여야 한다. 즉 지구에서 관측하게 되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의 밝기 변화 폭이 달라질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이 이곳의 도시 불빛을 포착할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우선 간단한 가정을 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b의 외계인들이 LED 조명으로 밤거리를 비추고 있다고 가정했다. 만약 프록시마 센타우리b의 도시 야경 불빛 밝기가 중심 별빛을 반사하는 낮 시간 때의 전체 밝기에 비해 5%만 돼도, 제임스 웹의 NIRcam 관측 장비는 85%의 신뢰도로 그 도시 불빛을 분간해낼 수 있다! 만약 더 발전된 도시가 있어서 프록시마 센타우리b의 도시 야경이 낮 시간 때 별빛을 반사한 밝기의 10%나 된다면, 무려 95%의 신뢰도로 확실하게 외계인들의 도시 불빛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밤시간 야경의 밝기가 낮 시간 때의 밝기의 5%나 되려면 얼마나 고도로 발전된 문명이 있어야 할까? 현재 지구는 밤 시간 도시 야경의 전체 밝기가 낮에 지구 위로 반사된 태양 빛에 비해 훨씬 어둡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눈부시게 느껴지지만 다 합해봤자 낮 시간 때 지구의 밝기에 비해 겨우 0.001%밖에 안된다. 만약 프록시마 센타우리b에 우리 인류 정도의 수준까지 발전된 외계인들이 살고 있다면, 제임스 웹은 그 어두운 도시 야경을 확인할 수 없다. 적어도 인류보다 500배 이상 더 밝게 온갖 네온 사인과 조명 불빛으로 밤거리를 비추며 살아가는, 사이버 펑크 외계 문명이 있어야 발견이 가능하다. 아마 엄청난 광공해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외계인들이 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논문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임스 웹을 통해 외계 문명의 도시를 발견하려면 우리 인류의 기술력뿐 아니라 외계인들의 기술력도 충분히 발전해야 한다. 외계인들도 우리와 비슷하거나 덜 발전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 그들의 어두운 도시 야경은 포착할 수 없다. 재밌게도 아직까지 포착된 외계 문명이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엔 한참 부족한 우리 인류의 기술력뿐 아니라, 우리에게 들키기에는 문명이 아직 덜 발전된 외계인들 탓도 있는 셈이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l/article/470/1/L82/3858042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searching-for-city-lights-on-other-planets/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1arXiv210508081T/abstrac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1-01508-8

https://www.seti.org/did-proxima-centauri-just-call-say-hello-not-reall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1-01479-w

https://www.seti.org/what-was-signal-proxima-centauri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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