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상반기에만 횡령사건 9건, 농협 지역조합 '취약 구조' 개혁 절실한 이유

농식품부와 이달 말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계획, 장기집권·근속 별도법인 지역농협 체제도 개선 필요

2022.07.07(Thu) 10:36:37

[비즈한국] 농민 조합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존립 이유로 하는 농협에서 올 상반기 확인된 것만 아홉 건에 달하는 횡령사건이 드러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이달 말까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별도법인 체제인 지역농협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장기 집권이 만연하고 내부 사정에 훤한 장기근속 직원들이 많은 현행 체제에서는 내부 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구에 있는 농협중앙회. 사진=박정훈 기자

 

​상반기에 드러난 농협 직원들의 수천만 원대에서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다양한 수법의 횡령 건은 내부 통제 기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농협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을 시간 역순으로 살펴보면 특히 6월에만 수십억 원대 횡령 사건이 세 차례나 터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6월 30일 서울중앙농협 구의역지점 직원이 10여 고객 명의를 도용해 허위 대출을 받은 뒤 이 돈을 빼돌리는 수법을 동원한 횡령 사고가 터졌다. 이 직원은 경찰 수사에서 이렇게 20억 원을 빼돌렸고 그  돈을 도박에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횡령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 사건은 다른 농협 지점을 방문한 피해 고객이 경찰에 신고할 때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앙농협 시스템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경기도 파주시 한 지역농협에서 재고 관리 담당 직원의 7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드러났다. 이 직원은 5년여 간 회계장부를 작성하면서 매입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수십 배 가량 부풀려 구매 금액을 요청해 실제 매입에 쓴 돈 외 나머지 자금을 자산이나 차명 계좌로 돌려 돈을 빼돌리는 수법을 동원했다. 이 직원은 빼돌린 돈으로 가상화폐(코인) 투자와 외제차 등 사치품 구입에 쓴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 직원은 자신의 행각에 대한 고삐가 죄어 오자 극단적 선택까지 암시하며 면허 취소 수준 상태의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같은 달 15일에는 경기 광주시 한 지역농협 직원이 자금 출납 업무를 하면서 타인 명의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공금 40억 원을 빼돌린 사건이 터졌다.  

 

지난 5월에는 경남 창녕 한 지역농협 직원이 내부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고객 돈 9800만 원을, 같은 달 전남 지역 농협직원이 농자재 보조사업비 중 1억 2700만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각됐다. 4월에는 경남 진주 지역농협 직원이 공금 5800만 원을, 전남 장흥농협 직원이 공금 4억 6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들통났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 수원 하나로마트(농협 계열사 농협유통 운영 할인 매장) 직원이 8억 원을, 올 1월에는 경북 청송영양축협(축협은 2000년 농협에 통폐합 됨) 직원이 6억 2000만 원을 횡령한 사건이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별도법인인 1100여 지역농협을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특단의 구조개혁 없이는 유사한 사고가 언제든 터져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 두 지주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지역 조합원들로부터 선출된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농협중앙회 총회, 대의원회, 이사회에 참여해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다. 지역농협은 상임조합장이나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구분된다. 농협법에 따라 조합장의 연임은 3선으로 제한되지만 비상임조합장은 연임제한을 두지 않아 장기 집권체제로 운영되는 지역농협들도 많다. 

 

지역농협의 자산규모가 1500억 원 이상이면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이 가능하고, 자산규모 3000억 원 이상 조합은 의무적으로 비상임 조합장 체제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지역농협 10곳 중 4곳에 해당하는 462곳(41.3%)이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운영 중이다. 그 중 지역농협 75곳(16.2%)에서 4선 이상의 비상임조합장이 재직 중이다. 

 

이렇듯 조합장의 장기집권이 가능한 구조에서 지역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장기 근속 직원들도 상당수다 보니 내부 비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농협 내부 관계자는 “조합장과 직원들이 장기간 함께하다 보니 지역농협에서 비위사건이 터져도 수사기관에 고발되지 않거나 농협중앙회 차원의 감사 절차 없이 내부에서 쉬쉬하면서 비위 직원을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시키는 것으로 종결처리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농협중앙회는 내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윤리 교육과 캠페인을 벌이는 등 자정 노력을 강화해 왔다고 하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례로 농협금융지주의 대표 계열사인 농협은행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금융사고 액수는 은행권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등 압도적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2021년 업권별·유형별 금전사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 116억 3000만 원 중 농협은행은 67억 6000만 원(58.1%)에 달했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이달 말까지 관련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종합감사위원회, 상호금융 조직과 모임을 통해 회의도 하고 자료 교환을 하고 있다. 농협 내부시스템 문제인지 사후관리 문제인지를 따져보고 있다. 금융당국과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전국 농협을 대상으로 월별 시재금(지출을 하고 남아있는 자금)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중이어서 구체적인 사안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핫클릭]

· 5년간 금융권 횡령액 1100억 원, 그 중 올해 상반기 적발만 700억 원
· '금융당국 사각지대' 새마을금고, MG손보 사태·직원 잇따른 범죄 행각 도마 위
·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 '중앙회장'들이 사는 곳
· NH농협생명 순이익보다 많은 명칭사용료, 금감원 들여다보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