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독일에서는 급격하게 늘어난 여행객을 감당하지 못해 연일 비행편이 취소되고 공항이 마비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긴 팬데믹으로 항공사들은 인력을 감축하고 긴축 운영을 해왔는데 올봄부터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면서 여행객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를 미처 대비하지 못해 보안 직원과 승무원 부족 등으로 업무가 지연되더니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공항 시스템이 멈춰 주인 잃은 가방들이 넘쳐 난다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급기야 독일의 연방교통부, 노동부, 내무부 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 혼란스러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발표했다. 터키에서 외국인 숙련 노동자들을 급격하게 채용할 예정이라는 소식, 이들의 빠른 비자 업무 처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 등 새로운 소식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비단 공항만의 상황이 아니다. 사람들은 코로나로 억눌렸던 여행 욕구를 마음껏 푸는 중이다. 독일 정부는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독일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9유로(약 1만 2000원) 티켓을 출시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정책이다.
그런데 9유로 티켓이 여름 휴가철과 겹치면서 버스, 지하철, 열차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스위스 바젤까지 초고속 열차로 7시간이 걸리는데, 9유로 티켓으로 완행열차와 지역열차를 이용해 15시간 17분 만에 바젤까지 여행하는 꿀팁(!)이 소개될 정도이다.
따라서 올여름 유럽에서 여행을 위한 최적의 교통수단은 비행기도 기차도, 버스도 아닐 것이다. 어느 여행지를 가도 비싸고 사람이 많을 것이 뻔하다. 또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니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을 피할 필요도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곳, 멈추고 싶은 곳에서 멈춰 자연을 즐기고 숙박할 수 있는 캠핑이 주목받는 이유다. 올여름, 캠핑을 쉽게 도와 줄 독일의 유망한 캠핑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캠핑카 대여부터 구독, 체험, 캠핑장 예약까지
폴캠퍼(PaulCamper)는 캠핑카의 에어비앤비 버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캠핑카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캠핑카를 직접 소유한 고수에게 캠핑 비법을 전수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캠핑카로 처음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폴캠퍼는 2013년 베를린에서 설립했고, 지난 2019년까지 누적 투자 금액 1180만 유로를 유치했다. 현재 독일 40여 도시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안츠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캠핑카 소유주와 대여자에게 맞춤형 보험을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큰 캠핑카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봉고 사이즈의 작은 캠핑카를 전문적으로 대여해주는 플랫폼 로드서퍼(roadsurfer)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뮌헨의 스타트업 로드서퍼는 2017년 설립됐으며 캠핑 밴을 직접 소유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빌려준다. 2021년까지 총 2850만 유로의 누적 투자를 기록했고, 독일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진출했다.
로드서퍼는 캠핑밴 대여뿐만 아니라, 농장, 와이너리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캠핑밴을 주차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제휴상품도 제공한다. 캠핑밴 구독서비스, 판매 등도 하는데, 자기가 대여한 캠핑밴이 마음에 들면 할인된 가격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리웨이캠퍼(freeway camper)는 캠핑카 대여한다는 점에서 로드서퍼와 유사하지만, 캠핑장을 함께 예약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캠핑카는 대부분 정해진 지역에서만 숙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캠핑장을 함께 예약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매우 큰 장점이다.
프리웨이 캠퍼는 2019년 뮌헨에서 설립됐으며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캠핑장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캠핑 스타트업
첼트추하우제(Zeltzuhause)는 사람 많은 캠핑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다. 개인 주택의 마당이나 농장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땅 소유자와 텐트 칠 장소를 찾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북적거리는 캠핑장, 밤새 술 마시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는 캠핑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린이 친화적인 장소, 반려견을 환영하는 장소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장소들을 분류하며,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 돈 대신 일을 해주는 사람에게 장소를 빌려주는 옵션도 있다. 이 경우 텐트 치는 장소 대여비를 받지 않고, ‘잔디 깎기 1회에 3박 무료’ 같은 옵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독일 부퍼탈의 스타트업 첼트추하우제의 창업자 니나 헤이더(Nina Heyder)는 3년간 세계 일주를 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사람들은 캠핑을 통해 놀고 먹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고 고요한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며 자신의 새로운 발견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다.
플러그밴(plugvan)은 이미 밴을 소유한 사람이 차량을 개조하지 않고도 캠핑카로 손쉽게 변신할 수 있도록 캠핑 모듈 박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차량 모델별로 싣을 수 있게 캠핑 시설을 박스 형태로 제작했으며, 차박을 위한 수면용 모듈, 욕실이나 화장실, 부엌만 따로 구성된 모듈 등 자기의 필요에 맞게 일부 모듈을 선택할 수 있다. 플러그밴은 캠핑뿐만 아니라 밴을 작업장으로 활용하거나 운송이 용이한 창고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한 모듈도 판매하고 있다. 말 그대로 밴의 빈공간에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들어가도록 맞춤형 모듈을 제작해준다.
플러그밴은 2018년 독일에서 설립되었고, 2021년 하이 라이즈 벤처(High Rise Venture)와 쉐플러그룹(Schaeffler Group)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받았다.
이 여름, 유럽에 온다면 직접 경험해봄 직한 다양한 캠핑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에어비앤비라는 고전적 아이디어를 캠핑 분야에 적용한 곳부터 캠핑카를 직접 제작하는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생동력 있는 아이디어들이 눈에 띈다. 이런 흥미로운 생각들이 이 여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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