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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침팬지 해외 반출 논란' 서울대공원 직접 가보니…

쥐 나오고 천장에 물 새도 '그나마 좋은 환경'…동물단체 "동물학대 있는 곳으로 반출은 안돼, 동물원 관련 법 제정돼야"

2022.06.07(Tue) 18:12:59

[비즈한국] 매주 일요일 서울대공원 앞에는 손팻말을 든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광복이와 관순이의 체험 동물원 반출을 중단하라”는 이들의 외침은 서울대공원으로 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 같은 집회가 진행되는 까닭은 서울대공원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침팬지 광복이, 관순이를 인도네시아 타만사파리로 보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타만사파리에서 동물 학대 논란이 ​여러 번 일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공원의 ​​침팬지들이 타만사파리로 방출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3월부터 논란은 지금까지 계속됐다.

 

6월 5일 서울대공원역 앞에서 진행된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의 인도네시아 방출에 반대하는 다섯 번째 집회가 열렸다. 사진=집회 주최 측 제공

 

#“더 좋은 환경” vs “돈벌이 대상으로 취급”

 

방출 대상인 광복이(수컷)는 2009년 8월 15일, 관순이(암컷)는 2012년 2월 26일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침팬지 남매다. 광복이와 관순이는 어미가 돌보지 않아 사육사 손에서 자랐다. ​태어난 후 1~2년간은 인공포육장에서, 이후에는 다른 영장류들이 있는 유인원관으로 옮겨졌다. 이때 침팬지 무리와 합사를 시도했지만 기존 무리의 경계가 심해 실패했다고 한다. 이에 관순이와 광복이는 각각 비전시 공간에서 8년여간 홀로 생활해왔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방법으로 합사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오랜 시간 혼자 지낸 광복이가 스트레스로 이상행동을 보여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무리와 합사가 불가한 만큼 30여 년 남은 생을 더 좋은 곳에서 생활하도록 방출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공원 침팬지 우리. 광복이와 관순이는 이 우리에서 합사에 실패해 다른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서울대공원 측은 타만사파리가 기후조건이 좋고 나무와 숲으로 이루어진 방사장을 갖춰 침팬지에 적합하다고 했다. ​또 ​광복이와 관순이를 동물쇼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타만사파리 측과 협의했고, 이곳에서 침팬지가 동물쇼에 활용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공원이 공개한 타만사파리와의 합의문에는 “우리 동물원의 모든 침팬지는 상업적인 쇼나 퍼포먼스에 동원되지 않습니다(All our primates are not used for commercial shows and performance)”는 조항이 명시됐다. 

 

그러나 동물단체와 집회 참여자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에 따르면, 타만사파리는 과거 사자, 호랑이에게 약물을 투여해 사진 찍기에 동원하거나 코끼리에게 학대 행위를 해 논란이 일었다. 지금도 코끼리를 동원한 쇼와 만지기, 먹이 주기, 사진 찍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고 한다.

 

반출 반대 집회를 기획한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는 “타만사파리는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합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 사파리에서 광복이, 관순이를 쇼에 동원하거나 다른 동물원으로 보낼 경우 서울대공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과거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2019년 서울동물원에서 부산 체험동물원으로 반출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햇볕도 들지 않는 실내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다. 그 중에서 3마리는 ​다시 ​제주 체험동물원으로 보내져서 관람객이 주는 똑같은 먹이만 온종일 먹고 산다. 그들을 보낼 때도 서울동물원은 더 좋은 환경으로 보낸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환경이 바뀌고 이동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광복이, 관순이가 있는) 환경이 열악한 것은 맞다. 그러나 서울대공원이 침팬지들을 보내려는 타만사파리는 단순히 동물 체험 시설이 아니라 동물학대로 인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곳이다. 자연환경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설에 있어도 돈벌이 대상으로 취급한다면 그 영향은 그대로 동물에게 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영 동물원인 서울대공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곳에 동물을 보내는 것이 적절한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형주 대표는 “공영 동물원은 시설이 그나마 나은 편이고, 서울대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시설이 제일 좋다고 할 수 있다. 동물 학대 논란이 있는 곳에 동물을 보내기보다는 지금의 동물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인증받은 서울대공원, 실제로는…동물단체 “엄격한 기준 마련돼야”

 

광복이, 관순이 반출 논란의 배경에는 국내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2019년 AZA(Association of Zoos & Aquarium, 미국 동물원수족관협회) 인증을 받았다. 동물복지를 기반으로 멸종위기종 보전, 생태교육 등 여러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인증을 받은 곳은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 동물원, 두 곳뿐이다. 그런 서울대공원의 실제 환경은 어떨까? 취재진은 6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방문했다. 

 

관순이와 광복이​는 현재 서울대공원 동물원 유인원관에서 지내고 있다. 관순이는 한때 유인원관 관람실에 머물기도 했​지만 현재는 관람이 불가능한 비방사장에 거주한다. 빈 유인원관 관람실에는 쥐가 돌아다니고 천장에서 물이 샜다. 

 

관순이가 한때 머물던 유인원관 케이지. 사진=전다현 기자


관순이가 머물던 실내 케이지 내부에는 쥐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진=전다현 기자

 

유인원관 관람실에는 오랑우탄 등 여러 동물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좁은 케이지 안에 있었다. 유리 벽을 치지 말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지만, 관람객들이 유리 벽을 치거나 소리를 질러도 제지하는 관리자가 없었다. 케이지 안의 동물들은 관람객들이 지나가도 대부분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유인원관에 있는 오랑우탄 모습. 관람객이 사진을 찍거나 유리를 두드려도 미동 없이 앉아 있었다. 사진=전다현 기자

 

야외 케이지에 있는 다른 동물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이들이 소리치거나 케이지를 두드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오후 2~3시에는 침팬지와 사자 관람관 앞에서 사육사의 설명이 진행됐는데, 케이지를 둘러싼 스피커에서는 20여 분간 70~80데시벨 소리가 지속됐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0데시벨 이상의 지속적인 소리는 청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방사장 부족​도 침팬지 방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대공원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목적으로 외국에 보낼 이유는 없다. 아이들에게 더 좋을 거라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다. 방사장 증설은 이 지역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쉽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아프리카포니. 사진=전다현 기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불개. 사진=전다현 기자


동물단체들은 관련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환경이 가장 낫다는 서울대공원마저 이렇게 열악한 상황인 만큼, 동물원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는 “동물원 등록 허가제, 사육환경 기준, 이동전시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법안 통과가 중요한 시점이다. 시민들의 동물복지 인식이 높아진 만큼, 동물원도 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체험동물원이 많은데, 법안이 제정되고 정책이 강화되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동물원의 존속은 장담할 수 없다. 이 갈림길에 광복이, 관순이가 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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