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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르는데 전기료만 그대로…한전, 사상 최대 적자와 민영화 논란 뜯어보기

정부 "민영화 아닌 경쟁 시장" 선 그었지만…전문가 "문제는 독점 아니라 너무 낮은 전기료"

2022.06.02(Thu) 10:34:39

[비즈한국] 한국전력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가운데 ‘전력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러 차례 ‘한전 민영화’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전력 시장 개방 방침이 한전의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올 1분기 7조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공사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 새 정부 출범 전후로 민영화 가능성이 언급되자 업계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분기 적자만 8조 원 가까이부동산 매각 등 자구책 마련

한국전력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 하에 의정부 변전소 부지 등과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를 매각해 6조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전기술, 한국전기차충전 등에 출자한 지분을 처분하고 인력 효율화도 병행한다. 한전이 ‘허리띠 졸라매기’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누적된 적자가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7조 7869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이자,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손실액이다.

이번 영업손실은 2021년 한 해 전체 영업손실(5조 8601억 원)보다 많다. 대규모 적자를 6조 원 자구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전 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도 한전의 적자는 정부의 주요 과제로 논의되는 사안이었다. 이번 안은 공공성은 최소한으로 지키면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근본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언급된 전력 민영화 가능성이 회의론의 불씨를 키웠다. 윤석열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논란은 인수위가 발간한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에서 시작됐다. 인수위는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한전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수요 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정부가 전력 민영화 조짐을 보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이에 지난 4월 인수위는 “한전의 민영화 여부를 논의한 적 없다. 새롭고 다양한 전력 서비스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전력 시장이 경쟁적 시장 구조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라고 밝혔고, 5월 27일 대통령실은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현재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전 민영화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원인 진단부터 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자의 주요 원인이 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 체계의 문제인 만큼 적자 구조 완화를 위해서는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전력구매비용 크게 늘어 적자 심화

전력 판매 사업이 민간 시장에 나오면 한전의 적자를 극복할 수 있을까. 현재 한전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전기료’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상 최대 영업손실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가 상승한 게 주된 요인이다. 한전은 석탄 등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비(7조 6484억 원)와 전력 구입비(10조 5827억 원)가 각각 92.8%, 111.7% 급등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억제하고 있는데 전력 구매 비용이 크게 는 것이다.

한전의 문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력 산업의 원리를 들여다봐야 한다. 전력 거래는 ‘발전-송전-배전’ 절차를 거친다. 한국의 전력 거래 시장은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뒤 독점 판매하는 구조다. 현재 전력 발전은 일부 민영화 돼 민간 발전사업자가 담당하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것은 배전이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전력 판매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경우 민간 발전사업자가 기업 등 수요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직접 공급하는 구조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적자가 극복해야 할 문제지만 민영화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기 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 등 공기업이 담당하는 산업은 필연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공공이 담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전의 경우 적자가 너무 커지면서 ‘민영화를 통한 효율화’라는 반대 논리가 나오지만, 한전의 문제는 독점이 아닌 전기료”라고 지적했다.

통신, 전기 등은 규모의 경제가 요구되는 국가 기간 산업이다. 망과 서비스 폭이 확대될수록 소비 단가가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업 초기부터 경쟁 체계가 아닌 독점 체계로 자리 잡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기업화 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전력도매가격 상한제 꺼내들었지만…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한 전력도매가격(SMP·System Marginal Price)은 지난해보다 164.7% 증가한 킬로와트시(㎾h)당 202.11원이었다. 전력 거래 금액도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보다 96.1% 오른 6조 5528억 원이었다.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는 물가 상승 등의 우려에 유명무실했다. 그동안 전기료는 동결을 거듭하며 적자가 누적됐다.

새 정부는 민영화 논란을 뒤로하고 한전 적자 감축을 위해 일단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를 꺼내든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의 신설을 담은 개정안을 오는 13일까지 행정 예고했다. 발전을 담당하는 민간 발전사의 이익을 줄여 한전의 손해를 낮추는 방안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가격 체계의 변동 없이는 6조 원의 자구안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우석진 교수는 “단기적인 현상이라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을 구조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다. 다만 현재의 요금 체계 상 산업용 전기료 부담까지 개인이 짊어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민적 합의를 얻기 위해서는 공장 설비에 깐깐한 에너지 규정을 적용하는 등 산업 측면의 효율화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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