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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감정노동, 팬은 불만…'연예인과 1대1 소통' 부작용

버블·프메 안 오면 공개 비난 "돈 낸 만큼 서비스 하라" 변질되는 '덕질'

2022.05.25(Wed) 09:12:15

[비즈한국] 연예인과의 1 대 1 메시지 소통이 K팝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가운데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난성 메시지를 사전 필터링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아이돌의 사생활 공유가 당연시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팬들이 체감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팬 문화의 변화다. 아이돌과의 대화에 돈을 지불한 만큼 소통에 대한 불만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것. 이에 메시지 대화 서비스가 연예인에게는 ‘감정노동’을 요구하고, 팬덤 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와의 1 대 1 메시지 서비스가 K팝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았지만 아이돌에게 과도한 감정노동을 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의 버블 서비스 예시. 사진=디어유 제공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등장한 아티스트와의 1 대 1 채팅 서비스는 이제 K팝 문화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버블’은 1분기 말 기준 월 구독 수 130만 명을 기록했고, 프라이빗 메시지를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스’ 플랫폼의 MAU(Monthly Active Users·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330만 명에 달했다. 공식적인 대면 만남이 축소되자 비대면 소통의 필요성이 커졌는데, 소소하게 나누는 메신저 대화가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

동시에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소통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발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의무적인 숙제가 됐다. 기자가 만난 아이돌 팬들은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와 메시지를 나누는 게 즐겁다”면서도 덕질 문화 전체로 보면 단점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서비스 구매자가 된 팬, 소통이 의무가 된 스타

10대 때부터 아이돌 팬이었다는 20대 김 아무개 씨는 최근 자신의 최애를 비판하는 ‘알계(트위터 익명 계정)’의 존재를 알게 됐다. 계정 생성의 이유는 다름 아닌 ‘​소통이 뜸하다’는 것이었다. 게시글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이유를 추측하거나 다른 멤버들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당시는 멤버가 메시지 소통을 안 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김 씨는 “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멤버는 팬들에게 ‘효자’ 소리를 듣는다. 한 달에 한 번도 오지 않는 아이돌의 팬들은 트위터 비공계 계정이나 커뮤니티에서 매일 ‘언제 오냐’며 한탄하는 게 일상이다.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올라와도 ‘인스타 할 시간은 있고 버블 올 시간은 없냐’는 말이 나온다. 버블이나 프라이빗메시지를 찾아오는 빈도수가 표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건강한 덕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버블과 프라이빗메시지 두 서비스에 모두 존재했다. 팬들의 불만이 나오는 시기는 일정치 않아서 자주 메시지를 보내던 멤버의 경우 짧게는 2주 만에도 트위터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비난 여론이 생겨났다. 
 
팬들은 SM의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유니버스의 프라이빗메시지(프메​)를 통해 자신이 구독한 스타와 대화를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스타와 다수 팬 간의 소통이지만, 스타가 메시지를 보내면 이용자가 미리 설정한 닉네임으로 호칭이 변경되고 다른 팬이 보낸 메시지는 노출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채팅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년 차 아이돌 팬이라고 밝힌 배 아무개 씨는 “아이돌 문화 자체가 산업이라는 걸 모르는 팬은 없다. 하지만 소통이 스타의 ‘셀링 포인트’를 넘어 몇천 원으로 구매하는 상품이 된 게 이런 문화의 시작인 것 같다. 메시지 내용이 성의 없다고 서운해하는 팬부터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팬까지 공통적으로 ‘돈을 냈으니 (아이돌이) 서비스할 의무가 있다’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팬덤 문화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팬들 사이에 관련 논쟁이 나온 확대되고 있는 동안 관련 서비스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업계 내부서도 우려, 친밀감은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스타와 팬의 1 대 1 ‘사적 대화’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점도 분명하다. 스타는 SNS 댓글, 다이렉트 메시지 등 공개적인 통로를 통해 쏟아지던 악플 속에서 팬의 ‘선플’을 골라 읽지 않아도 된다. 플랫폼 운영사와 기획사 등에 정산을 거쳐 수익도 챙긴다. 팬들은 한 달에 5000원 정도를 지불하면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개되지 않은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도 ‘사적 대화’를 표방하는 유료서비스라는 특성이 이러한 문화를 탄생시킨 배경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각종 라이브 방송, 자체 소통 등 비대면 콘텐츠가 늘어나 공유하는 일상의 폭이 넓어진 아이돌에게 감정 노동의 빈도수마저 평가 요소가 됐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디어유와 엔씨소프트 측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통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팬들만 모여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소통하기에는 더 좋은 조건”이라면서도 “K팝의 매력이었던 자발적인 소통이 상품화되면서 팬들의 불만이 나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팬들이 스타에게 요구하는 사항도 제각각이고, 다른 활동을 병행하는 연예인들에게 소통을 계속 강요할 수도 없어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소통 서비스를 두고 ‘아이돌의 감정노동이냐, 소비자의 권리냐’ 하는 팬덤 내 논쟁이 확대되는 동안 소통 서비스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디어유는 버블 서비스를 론칭한 2020년에 전년(약 16억 원) 대비 7배 가까운 약 13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21년에는 약 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모회사 SM과 2대 주주인 JYP의 아티스트를 활용한 덕에 재무제표상 광고선전비나 판매촉진비 없이 출시 2년 만에 약 132억 원 영업이익을 확보했다.

앞서의 김 씨는 “덕질을 할 때 개인의 성향보다 팬덤의 성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비공계 계정에서 소통 문제로 아이돌을 비난하던 팬이 중학생인 것을 알고 놀랐다​. 소통의 빈도수라는 불필요한 요소까지 과도하게 비난의 대상이 된 문화가 걱정된다”며 우려했다. 

 

이에 소통 서비스가 본래 취지에 맞게 이용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의 K팝 문화는 가수와 팬덤이 같이 성장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팬덤 소비가 강하다 보니 라이브 커머셜 등과 연관돼서 이런 서비스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소통의 상품화가 이 같은 팬덤 문화의 변화를 자초한 경향이 있다. 돈을 냈기 때문에 그 값만큼 요구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라며 “현재의 서비스가 실질적인 소통 효과가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소통 창구로 기능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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