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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주권' 이제 시작인데…코로나 백신·치료제 줄줄이 개발 중단

엔데믹 도래로 후발업체는 시장성 떨어져…"지금부터 기초 체력 쌓아야"

2022.05.16(Mon) 09:27:44

[비즈한국] 코로나19 유행이 엔데믹(풍토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국산 백신·치료제 개발사들이 잇달아 백기를 들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접종을 완료하거나 코로나19 감염으로 면역을 확보해 백신 수요가 급감하는 등 환경이 크게 변화하자, 업계가 개발 포기를 결정하는 것.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도 고민이 크다. 임상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개발사들은 앞으로 여건이 악화할 것을 우려한다. 

 

국산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돼도 실효성이 없을 거란 우려가 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팬데믹 당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에 의존해야 했던 만큼 백신 주권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던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4월 25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 1호 백신 개발 현장(SK바이오사이언스)을 방문한 모습. 사진=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국내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코로나19 국산 1호 백신 탄생이 임박했지만 개발 중인 국산 백신은 극소수만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4월 29일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합성항원 방식의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SKYCovione) 멀티주(GBP510)’​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스카이코비원은 올여름께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산 1호 백신이다. 지난 3월에는 하반기 상용화를 전제로 정부와 1000만 회분 선구매 계약(계약금액 약 2000억 원)도 체결했다. 질병관리청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질병청 접종 계획이 따라 해당 물량을 순차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개발 포기 소식도 속속 들려온다. 현재까지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 10곳 중 3곳이 개발 중단을 공식화했다. HK이노엔은 ​지난 9일 ​코로나19 백신 ‘IN-B009’의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중단했다. IN-B009는 스카이코비원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이다. 상용화를 목전에 앞둔 제품이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로 나서는 게 부담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제넥신은 인도네시아에서 임상 2·​3상 예정이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N’의 개발을 포기했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코로나 백신 ‘DWJ1248’과 코로나 치료제 ‘DWRX2003’의 개발을 중단했다.

 

코로나 치료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풍제약은 국내 상용화가 기대되는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 임상 3상 환자 모집 단계이고,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 치료제 ‘S-217622’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GC녹십자, 대웅제약, 부광약품 등 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돌연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임상 난관에 시장성 악화로 ‘백기’

 

백신 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시장성이다. 현재 국민 상당수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백신 추가 접종으로 면역력을 확보한 상태다. 대규모 유행 발생 가능성이 낮아져 거리두기마저 해제된 상황에서 백신 개발에 더 이상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체들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자금과 인력 부담이 굉장하다. 임상 대상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탓에 개발사 다수가 해외 임상으로 발을 돌려 진행했는데 이 경우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국민 90% 가까이 접종 완료(2차)한 상황이라 임상 진행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이다. 복지부 등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먼저 개발을 포기한 제넥신은 선진국들이 3차 접종까지 완료한 당시 상황에서 글로벌 2·3상에 돌입한다 해도 시장을 장악한 화이자와 모더나에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넥신은 개발 과정에서 93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는데, 글로벌 2·3상에 들어가면 수백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HK이노엔도 “코로나19와 더불어 사는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후기 임상 진입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전문가 의견과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도래하면서 백신과 치료제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업계는 글로벌 의존도를 낮추고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3월 31일 서울 시내 병원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백신·치료제 수요 끝?…“백신 주권은 긴 싸움”

 

앞으로 백신 개발을 포기하는 국내 기업이 더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일부 기업이 사실상 개발을 포기했으며 공개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되면 오히려 매년 백신과 치료제 수요가 생기고, 이후에 또 다른 전염병이 유행할 경우 백신 주권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산 기술로 만든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백신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이만큼 진전이 있는 것도 성과라고 본다”면서도 “기술, 임상 조건 등 개발 환경에 복합적인 한계가 확인됐다. 다른 선진국처럼 단기간에 백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기초 체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는 백신 개발 역량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마 교수는 “국내 기업 중 백신 개발 역량을 갖춘 곳이 많지 않고 특히 팬데믹 시기, 주가 상승을 노리고 터무니없는 계획을 내놓아 임상 1상, 2상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았다. 역량을 갖춘 기업을 객관적으로 선발해서 정부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이 맞다. 기초부터 시작해야 백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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