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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증시에 일단 철수" 올해 대어급 IPO 어떻게 되나

SK쉴더스, 올해 네 번째 공모 철회 사례…원스토어‧CJ올리브영‧SSG닷컴 향방에 주목

2022.05.10(Tue) 16:44:25

[비즈한국] 조 단위 기업가치가 예상되며 IPO(기업공개) 시장 ‘대어’로 꼽히던 보안업체 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등에 이어 올해 들어 네 번째 공모 철회다. SK쉴더스는 지난 6일 상장철회 신고서 제출 관련 공식 입장을 통해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4~5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200 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IPO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 따른 글로벌 시장 침체 영향으로 얼어붙었다. IR컨설팅 전문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상장한 기업 23개사(스팩 제외) 가운데 8개사가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 이하로 확정했다. IPO 열풍이 몰아치던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업 94개사 가운데 77개사(82%)가 공모가를 밴드 상단 이상에서 확정한 것과 대비되는 분위기다. 

 

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한 상황에서 같은 SK스퀘어 자회사인 원스토어가 IPO를 추진 중이다. 사진=원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상황에서 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하자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인 원스토어와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들 기업의 상장이 각 그룹에서 가지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스토어의 경우, 앞서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 대신 줄줄이 상장을 앞둔 SK스퀘어 자회사 가운데 첫 타자가 된다. CJ올리브영의 상장은 CJ그룹 3세의 승계자금 확보에, SSG닷컴 상장은 이마트·신세계의 기업가치와 신사업 투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먼저 오는 12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앞두고 있는 원스토어는 이번 IPO 흥행에 막대한 부담감을 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스토어의 IPO 흥행 여부가 향후 다른 SK스퀘어 자회사들의 상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당초 SK쉴더스를 비롯해 원스토어, 11번가, 콘텐츠웨이브 등 자회사들을 상장해 기업가치를 기존 26조 원 수준에서 오는 20205년 75조 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원스토어는 SK쉴더스의 상장철회와 관계없이 상장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가 상장 철회한 점은 유감스럽고 안타깝지만, 원스토어는 전혀 다른 업이고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스토어는 당초 증권신고서에 기업가치 선정 시 비교기업으로 구글과 애플, 카카오 등을 제시했으나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자 비교기업을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으로 변경한 바 있다.​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 CJ올리브영의 경우 ‘오너3세 승계 열쇠’라는 시장의 시각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CJ올리브영 E-브로슈어

 

CJ올리브영의 경우 오너 3세 이경후‧이선호 남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승계의 ‘열쇠’로 언급돼 왔다. 오너 3세가 CJ올리브영 상장 이후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현금으로 지주사 CJ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말 기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는 올리브영 지분을 ​각각 11.04%, 4.21% 보유 중이다. 두 사람은 2020년 말 CJ올리브영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과정에서도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하며 각각 1018억 원, 391억 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올리브영은 연내 IPO를 앞두고 몸집을 키우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창근 올리브영 대표는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2년을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며 지난해 성과와 올해 주요 전략을 밝혔다. 또 이미 H&B(헬스&뷰티)스토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올리브영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전체 뷰티 시장으로 보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올리브영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올해 상장을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올리브영 영업이익은 1378억 원으로 전년 1001억 원 대비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 11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 

 

다만 CJ올리브영이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너 3세 승계 열쇠’라는 시장의 시각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은 상장 시 총수 일가에 구주 매출(기존 주주가 보유 중이던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이 집중돼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 및 상속 재원을 일반 주주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CJ올리브영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은 좋은 실적을 꾸준히 잘 유지해나가고 있다”며 “(오너 승계보다는) 회사 성장의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목표 기업가치 10조 원 수준의 대어 SSG닷컴은 지난해 8월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부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SSG닷컴은 지난해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했다. SSG닷컴과 함께 마켓컬리와 11번가, 오아시스마켓 등이 연내 상장을 추진하면서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그러나 SSG닷컴의 경우 지난해 말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전환 결정으로 재점화된 ‘쪼개기 상장’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쪼개기 상장’ 논란은 상장사들이 핵심 사업 부문을 분할해 상장할 경우 사업가치 중복으로 기존 상장사(분할 후 모회사)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물적분할 이중상장 문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지속되면서 정부 또한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을 밝혔다. 

 

SSG닷컴은 이마트가 지분 50.08%를 보유한 이마트 자회사로, 지난 2018년 10월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이에 SSG닷컴이 상장할 경우 SSG닷컴의 모회사 이마트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이마트는 SSG닷컴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물류‧IT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지난 3월 이마트 정기 주주총회에서 “SSG닷컴 상장은 ‘쪼개기 상장’과 결을 달리한다”며 “SSG닷컴의 온라인 사업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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