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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치닫는 둔촌 주공 재건축, '극적 합의' 보일락말락

공사비 증액계약 효력 놓고 극한 대립…합의 가능성 엿보이지만 공기 지연 책임·마감재 등 '불씨'

2022.05.02(Mon) 10:24:53

[비즈한국]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파국에 치닫고 있다. 조합이 최근 소송을 통해 ​공사비 증액을 ​무력화하려 시도하자 시공사들은 절반가량 올라간 아파트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나섰다. 조합이 10일 이상 공사가 중단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또 한 번 맞서자 이번엔 서울시가 중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향후 양측이 공사비 증액에 합의하더라도 ​한동안​ 공사 지연에 따른 배상 책임 등을 두고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파국에 치닫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5600억 원 공사비 증액이 갈등의 원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조성된 아파트 5930가구를 허물고 1만 2032가구를 새로 짓는 정비사업이다.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동남쪽 62만 6232㎡(18만 9435평)에 ​지하 3층~지상 35층 규모 85개 동을 신축한다. ​공급물량이 ​소규모 신도시급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아파트(9510가구)보다도 2522가구가 많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라 불린다. 청약 대기자에게 돌아가는 일반분양 물량은 4786세대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 관심도 높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09년 12월 조합을 꾸린 뒤 이듬해 8월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엄(시공사업단)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후 2015년 8월 사업시행 인가, 2017년 5월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재건축 절차를 밟아 이듬해 1월 이주에 나섰다. 기존 둔촌주공아파트는 2019년 6월 철거됐고 시공사업단은 같은 해 12월 이곳에 새 아파트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짓기 시작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 갈등은 공사비 증액에서 시작됐다. 양측은 2020년 6월 사업 공사비를 기존 2조 6708억 원에서 3조 2294억 원으로 5600억 원가량 올리는 내용으로 변경 계약을 맺었다. 공사기간이 늘고 설계와 마감재​가 바뀐 것이 원인이 됐다. 조합은 ​계약에 앞서 ​2019년 12월 조합원 총회를 열고 공사계약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비를 10% 이상 늘리려면 조합원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합 “공사비 증액 계약 무효” 주장에 시공사업단 공사 중단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앞선 공사비 증액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계약 변경의 근거가 되는 2019년 총회 결의가 조합 집행부 기망으로 이뤄졌다는 게 주된 사유다. 조합 측은 이전 집행부가 조합의 수입격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가를 실제 추산 가능한 금액보다 3.3㎡당 950만 원가량 높게 책정하고, 조합이 사업비로 지출하던 이주비 이자는 조합원에게 부담토록 조정해 무상지분율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경 계약이 확정지분제에서 변동지분제로 바뀌어 무상지분율에 변동이 생기는 가능성은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합 측은 계약 체결에 이르는 과정도 문제 삼았다. 이전 집행부가 공사비를 올리기 전에 공사비 검증 결과를 조합원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건축 공사비를 10% 이상 증액하려면 공사비를 공적으로 검증받고 그 결과를 총회에서 보고해야 한다. 이전 집행부는 2020년 7월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열고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당시 해임 압박을 받던 조합장이 같은 달 초 사퇴하면서 총회는 무산됐다. 당시 조합장은 조합원이 해임 총회를 발의한 같은해 6월 25일 연대보증인 없이 시공사업단과 공사변경 계약을 맺었다. 지금 조합은 이 계약이 신의칙 위배이자 조합원 동의 없이 변동지분제로 계약 내용을 바꾼 무권대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총회 직전인 15일 재건축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 유치권을 행사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반면 시공사업단은 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됐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업단 측은 지난달 15일 낸 입장문에서 “2019년 12월 조합 임시총회에서 ‘공사계약 변경의 건’이 가결됨에 따라 2020년 6월 시공사업단은 공사도급변경계약을 정상적으로 체결했다”며 “공사도급변경계약을 근거로 1만 2032세대(상가포함) 공사를 하고 있으나, 조합은 공사의 근거가 되는 위 공사 도급변경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 이상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반박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은 강대강으로 맞섰다. 조합은 앞서 3월 서울동부지법에 공사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16일 총회를 열어 공사비 증액 계약 근거가 되는 2019년 12월 의결을 취소했다. 시공사업단은 총회 직전인 15일 재건축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 유치권을 행사했다. 새 아파트 공정율이 50%를 조금 웃돈 시점이었다. 조합 측은 앞서 시공사업단이 열흘 이상 공사를 중단하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서울시 중재에도 악화일로…공기 지연 책임 소재와 마감재 업체 선정도 숙제

 

우리나라 최대 규모 정비사업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다.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 관계자는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갈등을 중재했다. 이후에도 조합과 조합원이 꾸준히 중재를 요청해 최근 시 차원에서 다시 중재를 시작했다. 현재 조합과 시공사 측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공사업단 측은 최근 조합 측이 소송을 제기한 이상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서울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일단 공사비 증액에는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이 공사를 중단하기 직전인 지난 11일과 14일 시공사업단에 ‘둔촌주공 사업 정상화를 위한 연석회의 제안’​ 공문을 보냈다. 조합 측은 이 공문에서 공사비를 3조 2000억여 원으로 하되 이후 검증 절차를 진행해 산출된 금액을 기준으로 확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시공사업단은 당시에도 조합 측의 무효 소송 유지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비 증액에 합의하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양측 갈등으로 발생한 공사 지연의 책임 소재를 가르는 일이 대표적이다. 시공사업단 측은 현재 “조합이 일방적인 설계도서 제공 지연, 창호 확정 지연, 공사 중지 요청 등을 통해 9개월이 넘는 공기 지연을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조합 측은 공사 지연 기간과 책임 소재에서 시공사업단과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은 150억 원~200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양측은 마감재 업체 선정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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