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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키코 피해자들이 '검수완박' 놓고 입장 갈리는 이유

"대형 금융 범죄 수사는 검찰이 해야" vs "전문성 부족하고 선택적 수사 문제"

2022.04.26(Tue) 16:36:14

[비즈한국] 검찰에게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권을 분리하는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다.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 수사권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산·대형 참사)로 제한됐지만, 여당은 남은 수사권까지 분리하는데 나섰다. 팽팽히 맞서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부패·경제범죄 수사권만 한시적으로 남기는 중재안에 합의했으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며 25일 합의가 파기됐다.

 

정치권만 검수완박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게 아니다. 여당이 검수완박을 위한 법 개정을 밀어붙이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피해자 단체에서 집회를 열고 “검수완박은 2차 가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4월 21일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심지영 기자

 

#“검찰만이 지능범죄 대응 가능” vs “금융 수사 전문성 떨어져”

 

지난 21일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대책위)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검수완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회견이 끝난 후엔 국회 민원실을 방문해 국회의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책위는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로 3년이 지났지만, 대신증권에서 당한 라임사기 사건의 실체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은 대형 펀드사기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자 미흡하게 진행하던 수사를 사실상 중단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검찰이 수사권을 잃으면 수사와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사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전관 변호사와 대형 로펌을 고용해 궤변을 늘어놓는다. 수사 담당 검사만이 이에 대응할 수 있다”며 “검찰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 집행으로 금융 사기범을 수사하는 게 피해자들이 바라는 검찰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정구집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 공동대표는 “일부 피해자가 2020년 서초경찰서에 사기로 고소했지만, 경찰에서 수사할 수 없다고 해 취하한 적이 있다. 검찰에서는 미흡하지만 수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피해자들은 허탈함과 분노를 느낀다”며 “검수완박이 검찰의 권한을 어떻게 축소할지에만 초점을 맞춘다. 검찰이 지능적 대형 사기범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고려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논의”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금융 범죄 수사에서 검찰의 역할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 출범했다. 기존에 금융 범죄를 수사하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된 지 약 2년 만이었다. 수사단 폐지 이후 비판이 이어지자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여 부활한 것. 이번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에서도 검찰의 경제범죄 수사권은 일부 보장됐다. 

 

그러나 금융 범죄 피해자가 모두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사건에 따라 오히려 검찰의 수사 능력에 불신을 가진 곳도 있다. 키코(KIKO·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을 보는 파생상품) 공동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는 “검찰이 정말 금융 수사에 전문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키코 사태에서) 심층 수사를 했다면 불신이 없었을 거다. 은행 압수수색으로 불완전 판매나 사기 판매 등을 밝힐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며 “이를 겪으면서 기소권과 수사권이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아예 별도의 조직이 금융 범죄 수사를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대표는 “권한을 가진 것과 실력이 있는 건 다르다. 금융감독원 등 전문 기관과 연계한 수사처가 생기는 게 낫다.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변호사도 제외해야 한다”며 “대형 금융 범죄는 한 회사가 무너질 만큼 피해가 크고,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개혁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것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검수완박 사태에 연일 회의하며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4월 20일 노정환 대전지검 검사장이 대전시 서구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진행한 검수완박 반대 기자간담회. 사진=연합뉴스

 

#“국민 위해 수사권 분리하는 것 맞나”

 

금융사기 범죄 관련 전문가들은 검수완박에 다양한 입장을 보인다. 무엇보다 검수완박 논의는 국민을 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기간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을 추적해온 백왕기 변호사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금융 범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국내에서 코스닥을 중심으로 신종 금융 범죄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검찰도 전담부서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역량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검수완박을 두고 여야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권익을 내세우는데, 사실 일반 피해자는 정치 논리에서 배제됐다. 정말 범죄 해결이 목적이라면 검경의 수사력이 아니라 금융 범죄 수사 시스템의 효율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협조도 허용해야 한다. 제도와 지원, 인력이 뒷받침하면 수사는 누가 하든 잘 진행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상호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금융 범죄에서 객관적이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거다. 금융 시민단체 관계자는 “검찰이 금융 범죄 수사를 잘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할 때 선택적인 정의를 펼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건에 따라 쫓다가 말기도 하고, 늑장 수사를 할 때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금융 수사를 많이 했고 특정 사건만 보면 수사력이 좋지만, 보이스피싱 등은 주로 경찰이 해결한다. 사건마다 다르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한쪽에만 힘을 실어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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