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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둔촌 주공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조합 3700만 원, 주택보증공사 2700만 원 제시해 분양가 결렬…2019년 분양했다면 아무 일 없었을 것

2022.04.25(Mon) 14:15:00

[비즈한국] 전대미문의 둔촌 주공 사태가 터졌다. 결국 시공사는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소형 건축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치권 현수막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단지의 건설 현장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둔촌 주공 사태에 대한 누구의 잘못이냐는 시시비비가 많다. 시공사 인상을 인정 못하는 조합 측의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고, 시공비 증액만을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한 시공사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다. 둘 다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조합집행부와 시공단이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15일 0시부로 전면 중단됐다.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 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의 현재까지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사진=임준선 기자


누구의 잘못이냐에 대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안타까울 뿐이다. 이 사태의 피해자는 대한민국 전체다. 조합원들도 엄청난 손해를 지게 되었고, 시공사도 마찬가지고,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 신규 아파트를 기다리는 잠재수요자들에게도 피해다. 부동산 정책으로 5년 내내 욕만 먹던 정부 역시 마무리까지 더 심한 욕을 먹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러한 문제가 왜 발생하게 되었을까. 여러 요인들이 겹쳤기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겠지만 결정적인 이유 하나만 꼽으라면, 결국 일반분양을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왜 일반분양을 못 했을까? 정부와 조합 간의 일반분양 가격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분양가를 좌우하는 기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조합 간의 몇 차례 사전 분양가 협의는 결렬됐다. 두 조직의 간격이 너무 컸다. 조합에서는 평당 3700만 원 분양를 제시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평당 2700만 원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선을 그었다. 이것이 2019년 12월의 충돌이었다. 

 

둔촌주공아파트는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하고 있다. 행정구역이 강동구이지 송파구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형 공원인 올림픽공원을 앞마당처럼 활용할 수 있고, 지하철 9호선과 5호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학교도 주변에 많다. 잠실 상권도 가깝고, 대형 아파트 입지로서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입지다. 

 

여기에 1만 2000여 세대라는 단일 단지로서는 압도적인 넘버원 대단지가 될 예정이었다. 현 시점 가장 큰 단지는 송파구 가락동 소재 헬리오시티인데 고작 9510세대 밖에 되지 않는다. 둔촌주공과는 무려 2500여 세대가 작다. 둔촌주공은 상품적으로도 대한민국 최대 최고 단지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입지적인 면이나 상품적인 면에서 탁월한 아파트였기 때문에 세상의 주목을 받았고, 이로 인한 주변 시세 상승을 우려한 정부에서는 분양가 자체에 대한 통제를 하려 했던 듯하다. 그래서 최초에 2500만 원 정도를 제시했다. 조합의 반발이 있었고, 언론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말도 안 되는 분양가 수준이라고 비판을 하자 2700만 원으로 소폭 상승해 제시했던 것이다. 

 

2700만 원이라는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둔촌 주공 조합은 차라리 선분양이 아니라 후분양으로 가자고 조합 내부에서 논의를 하고 있었고, 이렇게 시간이 질질 끌려가는 가운데 시공비를 연체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돼 인건비, 건축자재비 등이 크게 상승했고, 시공비 상승이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조합장이 교체되었으며, 결국 현재의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둔촌주공이 2019년까지 일반분양을 할 수 있었으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9년에 일반분양을 했으면 시공비 문제 자체가 발생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3년 전의 선택이 지금의 문제를 가져온 것이다. 

 

왜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평당 2700만 원이라는 분양가를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필자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에서 20년째 아파트 수요 조사를 해 오고 있다. 아파트 수요 조사의 핵심은, 예정 분양가대로 분양을 했을 경우 초기 분양률이 얼마나 될 것이냐이다. 지방은 여전히 수요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최근 분양 수요 조사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1학년도 서울 아파트는 미분양이 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에서 수십 대 1로 떨어졌다며 설레발을 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야 서울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논지의 기사일 것이다. 수십 대 1이 낮은 청약률일까? 5년 동안 비정상적인 청약 경쟁률만 보다보니 수십 대 1의 경쟁률이 낮아보이게 되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울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였다. 2010년대 전후는 미분양이 많았다. 그래서 청약에 대한 과열이 지난 5년처럼 심하지 않았다. 지난 5년 동안 왜 청약 경쟁률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높아졌을까? 소비자들이 판단해도 시세 대비 너무 싸다는 판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평소였으면 청약에는 관심이 없던 일반 소비자마저도 청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20~2021년 청약 경쟁률이 수천 대 1이 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이 직접 판단을 해 보시라.

 

2019년 12월 기준 강동구 고덕동 그라시움의 34평형 아파트 평균 시세가 14억 원대였다. 평당 4200만원 전후다. 입지나 상품성에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월한 둔촌 주공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는 어느 정도 되야 적정했을까? 적어도 평단 4000만 원은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2021년 대한민국 일반 아파트 청약 역사상 최대 분양가가 나왔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다. 평당 5600만 원을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제안한 가격은 4000만 원여서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아닌 지자체의 분양가 상한제 방식을 선택했고, 평당 1000만 원 이상 상승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평당 5600만 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반포주공1단지가 재건축하기 전까지는 반포동에서는 가장 시세가 높을 것이다. 현재 1위인 아크로리버 파크보다 시세가 높을 것이다. 아크로리버 파크의 현재 시세는 평당 1억 3000만 원 전후다. 평당 5600만 원이 왠지 헐값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래미안 원베일리 청약 당첨자는 당첨된 로또복권을 선물 받은 셈이다. 시세차익만 이미 20억 원이 넘을 것이다. 이는 결국 청약 당첨자들에게만 혜택이 간 것이다. 나머지는 다 피해자다. 더 걷을 수 있는 세금도 포기한 것이니까.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분양가 책정 수준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 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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