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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불법행위 민낯①] "우리 노조원 채용하라" 멈춰 선 공사현장은 ‘골머리’

관계 기관에 민원 넣고 노조 간 몸싸움까지…정부 칼 빼들었지만 우려 여전해

2022.04.21(Thu) 17:57:19

[비즈한국] 지난달 4일 오전 경기 안양시의 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설현장에는 건설노조 조합원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현장으로 출근하려는 한국노총 소속 철근팀 근로자와 민주노총 조합원 간의 충돌이었다. 한국노총은 3월 2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형틀팀장 등 조합원 3명에 대해 특수폭행 및 공동상해 혐의로 경기 안양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한노총 산하 한국연합건설노조와 전국건설산업노조의 몸싸움이었다. 한국연합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현장에 진입하는 것을 전국건설산업노조 조합원들이 막아서면서 일부 조합원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건설 노조의 소속 노조원 채용 강요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정부는 최근 관계 기관 실무협의체를 만들고 이 같은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인력사무소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강은경 기자


#‘내 노조원’ 꽂기 행태 만연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건설사에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불법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위 사례들은 양 노조가 건설사에 경쟁적으로 소속 노조원 고용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건설사는 시공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기 위해 노조가 요구하는 노임 단가, 채용 비율 등 조건을 맞춰줄 수밖에 없다. 건설 관계자 A 씨는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밀어붙인다. 현장 입구를 기계나 차로 막아서고 물리적 충돌도 잦다. 공사가 지연되는 만큼 비용 손실이 매우 크고 인건비와 자재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기본 노임보다 높은 금액을 적용해야 해 손실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노조의 이러한 행태가 부당한 이익 추구에 가깝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50대 B 씨는 “대규모 현장이든 작은 현장이든 우리 쪽 사람을 몇 명 혹은 몇 프로 비율로 채용하라는 식이다. 해당 현장에서 일을 하려는 조합원들이 직접 시위를 하기보다는 현장 집회만 담당하는 팀이 있다”며 “인력사무소 운영에도 자격이 필요한데 노조의 고용 압박이 더 만연해지고 있다.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2022년 상반기 기준 건설업 시중 노임 단가는 잡일 등을 담당하는 보통 인부의 경우 약 14만 원, 철근, 콘크리트 공, 목수 등의 경우 22~23만 원대로 형성돼 있다. 3년 전보다 4만 원가량 인상된 가격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여기에 1~2만 원 정도를 얹은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는 노조와 채용 비율 등을 조정해 합의점을 찾는 방식으로 공사를 재개해 왔다.

 

노조는 합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얻기 위해 현장의 약점을 찾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B 씨는 “건설현장에서는 공사 먼지, 소음 등 크고 작은 위반 사항이 발생한다. 줄여나가야 하는 게 맞지만 사소한 사안마저 공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용역업체 관계자 C 씨도 “노동자들에게 주민등록증 등을 제출하라고 강요하고 현장의 위반사항을 파악해 지자체, 국토부 등 관계 기관에 신고한다. 진행을 막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노조의 채용 강요, 금품 요구 등으로 인한 공사 기간 지연이나 비조합원의 채용 기회 상실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행동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사진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정부가 불법행위에 전면 대응 나섰지만 실효성은 “글쎄”


실제로 올해 국토교통부의 ‘건설현장 채용질서 신고센터’에는 노조 조합원들이 공사장 입구를 점거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신분증을 확인했다는 신고가 수차례 접수됐다. 규모가 작은 일부 노조에서는 공사 현장에서 집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건설사에 최대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노조발전기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소속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공사 진행을 방해하는 식으로 시행사를 압박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게 만드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31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채용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 행위 근절방안‘을 발표한 것. 정부는 채용 강요, 금품 요구, 공사 기간 지연 유도, 비조합원의 일할 기회를 뺏는 노조의 채용 강요를 불법 행위로 규정했다. 김부겸 총리는 “건설현장에서 고착화되면 안전과 경쟁력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다”며 “인수위와도 논의할 것이다. 정부 의지를 가볍게 보는 풍토를 반드시 고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전국 지역별 실무협의체를 상시 운영하고 부처별로 건설현장 담당자를 지정해 국토교통부 신고센터 접수 현장, 고소·고발이 진행된 현장 등을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하는 선례를 마련해 동일·유사한 법 위반 행위에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는 실효성에 대해 물음표를 띄운다. 불법 행위가 경찰서나 학교 등 공공기관 건설현장에서까지 만연하게 벌어지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B 씨는 “정부가 전면적으로 제도를 손 본다면 분명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규모가 작은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몇 년 새 업계에 풍토처럼 자리 잡은 행태인 만큼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한다”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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