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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제주 자연사 기행② 용암에서 태어난 용암동굴과 곶자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 신비로운 자갈 위의 숲 '환상숲 곶자왈공원'

2022.04.19(Tue) 18:57:07

[비즈한국] 한라산과 오름을 만든 화산은 동굴과 숲도 만들었다. 묽은 용암이 빨리 흐르면서 동굴을 만들고, 끈적한 용암이 땅 위에 뭉쳤다가 쪼개지면서 자갈 숲인 곶자왈이 생겨났다. 이렇게 태어난 용암동굴과 곶자왈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생태자원이다. 

 

거문오름의 폭발로 생겨난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는 한라산, 성산 일출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는 유일하게 일반에 공개된 만장굴. 사진=구완회 제공

 

#화산이 준 또 하나의 선물, 용암 동굴

 

제주도의 땅 속엔 화산이 준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제주 전역에 걸쳐 160여 개나 분포하는 용암 동굴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거문오름의 폭발로 생겨난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는 한라산, 성산 일출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는 제주도의 용암 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 세계에서 이와 유사한 동굴계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는 이런 종류의 용암 동굴을 이미 본 적 있는 사람조차 빼어난 시각적 효과에 감탄한다. 동굴 천장과 바닥에는 형형색색의 탄산염 생성물이 장식되어 있으며, 탄산염 침전물은 어두운 용암 벽에 벽화를 그린 것처럼 군데군데 덮여 있어 독특한 볼거리를 연출한다.”

 

한마디로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뽑힌 것은 그 아름다운 때문.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는 만장굴과 김녕굴, 용천동굴과 벵뒤굴 등 모두 7개의 동굴로 이루어졌는데, 아쉽게도 이 중 일반에 공개된 것은 만장굴뿐이다.

 

묽은 용암이 빨리 흐르면서 만들어낸 용암동굴 만장굴.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는 만장굴을 비롯해 김녕굴, 용천동굴과 벵뒤굴 등 모두 7개의 동굴로 이루어졌다. 사진=구완회 제공

 

용암 동굴에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우선 용암이 흐르면서 벽에 남기는 아름다운 곡선 문양이 예술이다. 곳곳에 용암이 뭉치거나 덧씌워지면서 만들어지는 기암괴석은 석회암 동굴 저리 가라다. 거기다 이미 만들어진 용암 동굴에 물에 녹은 석회암이 흘러들면서 종유석과 석순이 자라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는 용암 동굴과 석회암 동굴의 절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화산과 물·바람의 종합예술, 곶자왈

 

‘곶’은 숲, ‘자왈’은 자갈을 뜻하는 제주도 말이다. 그러니 곶자왈이란 ‘자갈 위의 숲’을 뜻한다. 끈적한 용암이 빨리 흐르지 못하고 뭉쳐 있다가 쪼개지면서 크고 작은 자갈이 되었다. 따라서 곶자왈에는 흙이 없다. 있더라도 아주 조금, 푹신한 부엽토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는 황무지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웬걸, 여기서 자연의 놀라운 마법이 시작되었다. 우선 곶자왈의 자갈밭은 빗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그리고 용암이 깨지면서 곳곳에 생긴 구멍을 통해 빨아들인 물을 수증기로 뿜어냈다. 마치 땅이 숨을 쉬는 것처럼.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크고 작은 구멍들을 뭉뚱그려 ‘숨골’이라 부른다. 

 

숨골을 통해 뿜어져 나온 수증기는 자갈밭에서도 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다른 숲처럼 쭉 뻗은 나무가 줄을 맞춰 늘어서는 대신 이끼와 덩굴들이 마구 엉클어진 수풀이 되었다. 여기에 크고 작은 나무들까지 합세하면서 곶자왈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 되었다. 아니, 자갈밭에서 어떻게 큰 나무가 자랄 수 있느냐고? 여기서 또 한번 자연의 신비가 일어났다. 곶자왈의 나무들은 뿌리를 땅 속이 아니라 자갈 사이로 뻗는다. 자갈을 꼭 움켜쥐고 그 사이에서 나오는 물기를 빨아들이면서 하늘로, 하늘로 자라는 것이다. 자갈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구불구불 이어지는 뿌리는 곶자왈의 신비를 더해준다. 

 

곶자왈이란 ‘자갈 위의 숲’을 뜻한다. 끈적한 용암이 빨리 흐르지 못하고 뭉쳐 있다가 쪼개지면서 크고 작은 자갈이 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곶자왈의 나무들은 뿌리를 땅 속이 아니라 자갈 사이로 뻗는다. 자갈을 꼭 움켜쥐고 그 사이에서 나오는 물기를 빨아들이면서 하늘로, 하늘로 자란다. 사진=구완회 제공


제주 서부의 한경-안덕, 애월, 동부의 조천-함덕과 구좌-성산 지역이 ‘제주 4대 곶자왈’로 꼽힌다. 그중 한경-안덕 곶자왈 지역에 자리한 ‘환상숲 곶자왈공원’은 접근하기 쉽고 숲 체험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한라식물원에서 만나는 제주도의 식물

 

곶자왈을 품고 있는 제주도가 우리나라 식물 생태계의 보물창고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주도의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8%에 불과하지만 식물종은 우리나라 전체의 41%에 달하는 1992종이 분포한다. 이 중 96가지는 육지에선 볼 수 없는 제주도 특산종이다. 특히 제주도는 고사리를 비롯한 양치식물의 천국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양치식물은 모두 252종인데 그 중 78%인 197종이 제주도에 산다. 이 중 60종은 제주도에서만 산다. 남방한계와 북방한계 분포종이 각각 32종과 118종인 것도 독특하다. 한마디로 식물계의 남북통일을 이루었다고나 할까? 곶자왈처럼 한 발짝 떨어진 곳도 기온이 다른 지역과 한라산처럼 높이에 따라 기온이 달라지는 지역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한라산의 다양한 식물들은 제주시 한라수목원에서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한라산의 다양한 식물들은 제주시 한라수목원에서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해발 1950m 높이의 한라산은 고도에 따라 크게 초원지대와 활엽수림대, 침엽수림대 등으로 나뉜다. 해발 200~600m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한 초원지대는 예전에 목장이나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서 불을 질렀던 곳이다. 그래서 나무는 사라지고 잔디나 억새 같은 풀만 남았다. 해발 600~1400m 지역은 활엽수림대다. 이 지역은 다시 해발 900m를 기준으로 아래는 상록활엽수림대, 위는 낙엽활엽수림대로 나뉜다. 이름 그대로 전자는 늘 푸른 활엽수가, 후자는 낙엽 지는 활엽수가 자라는 곳이다. 

 

해발 1400m 이상의 침엽수림대를 대표하는 식물은 구상나무다. 한라산과 덕유산, 지리산 같은 남쪽의 높은 산에 자라는 구상나무는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대한민국 고유종 중 하나다. 선교사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간 후 크리스마스 트리로 전 세계에 퍼져나간 덕분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단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해발 1950m 높이의 한라산은 고도에 따라 크게 초원지대와 활엽수림대, 침엽수림대 등으로 나뉜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만장굴

주소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길 182

문의 064-710-7903

이용시간 09:00~18:00, 매월 첫째주 수요일 휴무

 

환상숲 곶자왈공원

주소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594-1

문의 064-772-2488

이용시간 09:00~18:00, 정시마다 숲해설 진행, 일요일 오전 휴무

 

한라수목원

주소 제주도 제주시 수목원길 72

문의 064-710-7575

이용시간 09:00~18:00,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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