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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표기 의무' 약사법 시행 2년 앞두고 식품업계 먼저 나선 까닭

재계 ESG 경영 일환…롯데칠성 캔·페트병 등에 일부 도입, 오뚜기 컵라면 용기 95% 적용

2022.04.19(Tue) 18:21:17

[비즈한국] “그래도 세상이 바뀌나봐요.” 시각장애인 B 씨가 말했다. 최근 화장품이나 컵라면 등에 ‘점자 표기’가 된 제품이 늘었다. 약사법 개정에 따라 2024년 7월 21일부터는 지정된 의약품·의약외품에도 점자를 표기해야 한다.​ 장애 단체들은 더디지만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시각장애 당사자인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이연주 사무총장 대행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점자 표기는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본다. 아직 의약품에 그치지만, 식품에 대한 논의도 하고 있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느냐. 앞으로 논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매장에 비치된 점자 표기 화장품. 최근 점자 표기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전다현 기자

 

#확대되는 ESG 경영…자발적 실천 늘어

 

점자 표기 관련 법안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약사법 개정을 제외하곤, 점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화장품법 개정안,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등 여러 단체의 ‘자발적 참여’가 눈에 띈다. 식약처는 작년부터 점자 표기 도입을 위해 식품 관련 업계와 장애인 단체 등과 함께 점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기업 제품에도 변화가 있다. 대부분의 캔·패트 음료 등에 표기된 점자 역시 제조사의 자발적인 조치다. 캔류 등 제품에 점자 표기를 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접근성 부분을 고려해 점자 표기를 시작하게 됐다. 최근에는 페트병에도 표기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도 점자 표기 확대에 나서는 추세다. 특히 오뚜기는 점자 표기를 컵라면 용기의 95%가량 적용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라면업계 최초로 점자 컵라면을 선보였다.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제품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2021년 9월부터 라면업계 최초로 점자 라면을 선보였다. 현재는 컵라면 용기의 95%가량에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사진=오뚜기

 

점자 표기가 확대됨에 따라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점자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맥주나 음료, 와인에도 점자가 표기됐다. 편의점에서도 점자 표기가 된 음료나 상비약을 볼 수 있었고,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에 비치된 화장품도 있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근래 점자를 표기한 제품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약사법 개정안의 발의한 시각장애 당사자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은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업에서 ESG 경영 등을 통해 여러 제품에 자발적으로 점자 표기를 하고 있다. 정말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입법도 중요하지만, 과태료가 무서워 억지로 표기하는 것보다 취지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변화하는 게 정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기자가 직접 대형 마트, 편의점, 약국 등을 방문해 점자 표기 제품을 찾아봤지만, 소수에 그쳤다. 제품에는 점자가 있지만 포장지에는 점자 표기 안 된 경우도 있었다. 점자가 있더라도 단순한 이름만 표기했을 뿐, 제조사나 성분 등은 빠져 있었다. 약국에서도 아직은 ‘점자가 표기된 약’을 찾기 어려웠다. 

 

#근본적인 환경 개선하려면…‘장애 당사자’ 참여 중요

 

개정된 법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포장지뿐 아니라 알약 자체에 점자 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장애 당사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고무적인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통과되지 않던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점자 표기에 동참하는 등 장애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김예지 의원은 “전대 의원들이 발의했다 통과가 안 됐다가 작년에 통과가 됐다. 아무래도 당사자로서 발의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장애 문제는 최근 이동권 논의처럼 논란이 크게 안 되면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저는 이게(점자 표기가) 필요하고 우선순위다. 당장 저부터 의약품을 읽지 못하고, 점자 모양에 불편함을 겪는다”고 말했다.

 

당사자의 참여가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으로 규제하더라도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사무총장 대행은 “시각장애인들의 요구가 높은 의약품부터 순서대로 점자 적용이 되고 논의되기 시작했다. 협의체에도 (당사자)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장애 당사자 의원 발의로 법이 개정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당사자가 아니면 예측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기 때문에 (정책 수립에 있어) 당사자의 참여와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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