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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은하 하나 크기가 1600만 광년? 실체 알고보니…

우리 은하 150배 크기인 가장 거대한 전파 은하 '알키오네우스' 발견

2022.03.21(Mon) 00:10:34

[비즈한국] 우리는 지름 10만 광년 크기의 우리 은하에 살고 있다. 우리 은하는 태양과 같은 별 약 3000억~4000억 개가 모여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 안드로메다은하는 오랫동안 우리 은하와 같은 크기라고 생각했지만, 가장 최근 관측 결과에 따르면 두 배 가까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은하가 안드로메다 은하와 똑같은 친구 은하라고 하기엔 약간 민망한 크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거대한 은하는 어떤 곳일까? 가장 유명한 곳으로 처녀자리 방향, Abell 2029 은하단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거대 타원 은하 IC 1101이 있다. 지구에서 약 10억 광년 거리 떨어져 있는 이 은하는 그 크기만 대략 200마~400만 광년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 은하보다 무려 20~40배 더 큰 크기다. 심지어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 사이의 거리 250만 광년을 훌쩍 넘는다. IC 1101 은하 하나 안에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가 모두 통째로 들어가는 셈이다.

 

알키오네우스 은하 관측 사진. 노란 영역이 LOFAR 관측으로 확인한 은하 주변으로 분출된 전파 로브의 모습이다. 사진=Martijn Oei et al.


그런데 요 며칠 흥미로운 뉴스가 쏟아졌다. 이 거대 타원 은하 IC 1101 마저 우습게 만들 정도로 훨씬 더 거대한 역대 최고 크기의 새로운 은하가 발견되었다. 이름하여 ‘알키오네우스(Alcyoneus)’ 은하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거인족 기간테스 중 한 명인 알키오네우스의 이름을 붙였다. 그 크기만 무려 1600만 광년에 달한다고 한다. 은하들이 여러 개 모인 은하단도 아니고 단일 은하 하나의 크기가 이 정도라니. 이는 우리 은하 크기의 무려 150배를 훨씬 뛰어넘는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살고 있는 국부 은하군을 통째로 삼킬 만한 엄청난 크기다. 

 

그렇다면 이제 인류가 발견한 가장 최대 크기의 은하의 타이틀은 IC 1101가 아닌 알키오네우스 은하에게 돌아가는 걸까? 사실 그렇게 호들갑을 떨기에는 아직 이르다. 사실 알키오네우스 은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은하가 아니라 전파 은하(Radio Galaxy)이기 때문이다. 알키오네우스 은하의 거대한 크기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알키오네우스 은하의 1600만 광년이라는 거대한 크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은하들은 사실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다채롭게 빛나고 있다. 가시광선이 아닌 자외선, 감마선, 엑스선, 전파 등 다양한 파장으로 똑같은 은하를 관측하면 가시광선으로만 봤을 때와는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전파 관측을 통해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바로 은하 중심의 거대한 괴물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남긴 흔적이다.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을 품고 있는 은하의 중심 영역을 활동성 은하핵(AGN, Active Galactic Nuclei)라고 한다. 이런 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 주변에는 많은 가스 물질이 아주 빠른 속도로 맴돌고 있다. 블랙홀 곁을 빠르게 맴도는 주변 물질들 사이의 마찰열에 의해 블랙홀 주변을 뜨겁게 달궈진다. 게다가 블랙홀 주변 물질들은 중심의 블랙홀에 의한 아주 강력한 중력, 조석력을 느끼며 산산히 부서지며 빨려 들어간다. 

 

중심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은 회전축을 따라 강한 자기장 다발이 형성된다. 블랙홀 곁에서 빠르게 맴돌던 물질들은 블랙홀 속으로 끌려들어갈 뿐 아니라 블랙홀의 자기장을 따라 빠르게 가속되기도 한다.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되며 아주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보통 수천 광년 정도의 스케일로 분출되지만, 아예 모은하를 벗어나 텅 빈 우주 공간 바깥까지 빠르게 분출되어 나가기도 한다. 은하 중심 거대한 블랙홀이 내뿜는 강력한 용트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광속에 가깝게 빠른 속도로, 블랙홀의 회전축을 따라 양쪽 방향으로 분출되는 물질의 흐름을 상대론적 블랙홀 제트라고 부른다. 블랙홀 주변에서 플라즈마 형태로 떠돌던 입자들이 광속에 가깝게 가속되면 거의 모든 파장 대역의 빛에서 강한 에너지를 토해낸다. 이렇게 전하를 띠고 있는 입자가 광속으로 맴돌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을 싱크로트론 복사(Synchrotron radiation)이라고 한다. 

 

전파와 엑스선으로 관측한 헤라클레스 A 은하. 모은하 바깥까지 멀리 뿜어져나오는 중심의 블랙홀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NASA/CXC/SAO

 

싱크로트론 복사의 흔적은 가시광, 자외선, 엑스선, 전파 등 거의 모든 파장대역의 관측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은하 바깥까지 양쪽 방향으로 둥글게 뿜어져 나오는 전파 로브(Radio Lobe)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파 관측으로 이런 형태를 볼 수 있는 은하를 전파 은하라고 부른다. 

 

전파 은하의 형태는 크게 이렇게 구성된다. 중심의 모은하 속 활동성 은하핵이 자리한다. 그리고 중심의 블랙홀에서 양쪽으로 뻗어나오는 상대론적 제트와 은하 바깥 멀리까지 거대하게 퍼져 분출되는 전파 로브가 있다. 바로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알키오네우스 은하의 1600만 광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크기는 사실 은하 자체의 크기가 아니라, 바로 이 은하 바깥까지 뻗어 있는 거대한 전파 로브의 크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거대한 전파 거품을 내뿜고 있는 전파 은하는, 굴뚝 바깥으로 연기를 내뿜는 건물로 생각할 수 있다. 아무리 연기가 하늘 높이까지 뻗어나가고 있어도 연기의 높이는 건물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전파 거품까지 모두 포함해 은하의 크기로 생각하는 건 약간의 어폐가 있다. 

 

알키오네우스 은하와 같은 거대한 전파 은하가 우주에서 그리 드문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전파 흔적을 보이는 전파 은하들은 대략 1000개 정도 발견되었다. 이들 대부분의 전파 구조 스케일은 대략 200만~400만 광년 정도다. 이들 중 톱 10에 해당하는 거대 전파 은하들은 그 스케일이 천만 광년 정도 된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1600만 광년 스케일의 알키오네우스 전파 은하는 이 기록을 조금 뛰어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알키오네우스 은하는 살쾡이자리 방향으로 약 30억 광년 떨어져 있다. 만약 우리가 맨눈으로 희미한 전파까지 볼 수 있었다면, 그 거리를 감안했을 때 지구의 밤하늘에서 알키오네우스 은하의 거대한 전파 구조는 보름달 하나에 버금가는 큰 크기로 보였을 것이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알키오네우스라는 별명은 정작 이 은하를 발견한 천문학자들이 원래 제안한 이름이 아니란 사실이다. 이 은하를 처음 소개한 논문에서 저자들은 거대한 은하의 규모에 걸맞게 신화 속 거인족의 이름, 팔라스를 제안했다. 하지만 팔라스는 이미 소행성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어, 헤라클레스와 겨룬 또 다른 거인족 알키오네우스의 이름이 붙었다. 

 

그렇다면 거대한 전파 구조를 뺀 알키오네우스 모은하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이번 관측에서 천문학자들은 모은하 자체의 밝기를 분석해서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별들이 모여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아주 거대한 전파 구조의 규모에 비해 전체 별빛의 밝기가 다소 어둡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키오네우스 모은하 자체의 질량은 대략 태양 질량의 2400억 배다. 그 중심에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약 4억 배 질량을 갖고 있다. 태양 질량 400만 배 정도의 질량을 가진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에 비교하면 100배 정도 더 무겁다. 그리고 태양 질량의 약 1억 배 질량을 가진 안드로메다은하 블랙홀에 비교하면 4배 정도 더 무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거대한 타원 은하 IC 1101의 중심에 살고 있는 블랙홀은 이보다 훨씬 더 무겁다. 그 질량만 대략 태양 질량의 400억 배 수준이다. 이번에 발견된 알키오네우스 은하 중심의 블랙홀보다도 무려 100배나 더 무겁다. 알키오네우스 은하 자체의 크기는 대략 20만~30만 광년이다. 이는 우리 은하의 겨우 두세 배 수준이다. 1600만 광년이라는 엄청난 전파 로브의 규모에 비해선 아주 초라한 크기다. 

 

이처럼 전파 구조를 뺀 은하 자체의 규모만 보자면 알키오네우스 은하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은하 자체 크기만 놓고 보면 여전히 IC 1101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에 발견된 알키오네우스 은하는 우주에서 발견된 ‘가장 거대한 은하’가 아니라 ‘가장 거대한 전파 은하’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역대급으로 거대한 건 전파 구조의 크기일 뿐, 아쉽게도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 자체만 보자면 지극히 평범한 크기니 말이다. 

 

높은 밀도의 은하단 중심에서는 은하들의 거듭된 병합으로 인해 거대한 타원 은하가 반죽된다. 사진=NASA, ESA, CRAL, LAM, STScI

 

과연 은하는 최대 얼마의 크기를 가질 수 있을까? 은하의 크기는 무한정 커질 수 있을까? 우주 속 은하들은 작은 은하들이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합체하고 병합하는 과정을 통해 크기를 키운다. 오늘날의 우리 은하, 안드로메다은하 모두 오래전 초기 우주에 탄생한 작은 은하들이 수십억 년의 긴 세월 동안 합체하고 반죽되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그리고 또 다시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도 서로 합체하며 결국 하나의 커다란 타원은하가 된다. 

 

이러한 은하들의 충돌과 병합은 특히 은하들이 더 높은 밀도로 바글바글 모여 있는 은하단 중심부로 갈수록 더 빈번해진다. 실제 많은 은하단 속 어떤 은하들이 분포하고 있는지를 비교해보면 대부분 거대한 크기의 타원 은하들은 은하단 중심부에 자리한다. 모두 오랜 세월 은하단 속을 떠돌던 작은 은하들이 한데 모여 반죽된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하가 계속 무한정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 거대 구조 속 한 은하단 안에 모여 있을 수 있는 은하의 개수도 한계가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별을 만들 수 있는 신선한 가스 재료가 소진된다. 게다가 계속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한 은하단이나 초은하단 안에서는 은하들끼리의 중력이 더 강해서 서로 뭉치고 반죽될 수 있지만, 그 너머 훨씬 먼 거리의 또 다른 은하들까지 전부 끌려와서 반죽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단일 천체로서 한 은하가 가질 수 있는 최대 크기는 대략 400만~500만 광년 정도로 추정된다. IC 1101은 그 한계에 가까운, 우주가 허락한 거의 최대 크기의 은하라 볼 수 있다.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해 IC 1101의 자리를 빼앗았다면 물론 더 재밌었겠지만, 아쉽게도 알키오네우스 은하의 거대한 크기는 거대한 전파 외투의 눈속임이었다. 여전히 IC 1101의 1등 자리는 건재해 보인다. 

 

참고

https://www.nasa.gov/press-release/nasa-s-webb-reaches-alignment-milestone-optics-working-successfully

https://www.aanda.org/component/article?access=doi&doi=10.1051/0004-6361/202038344

https://arxiv.org/abs/2202.05427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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