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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부장에 고함] 배우 문소리처럼 후배에게 '쿨내' 나게 조언하기

열정적인 청춘에게 던진 그녀의 대답 "그 조언 참 안듣길 잘했다"

2022.02.21(Mon) 15:40:42

[비즈한국]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손이 멈췄다. 눈이 시리게 색이 고운 단풍 풍광이 펼쳐지는 숲을 걷는 배우 문소리의 모습 때문이었다. 고요한 숲속에서 길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걷다 앉아 멍하니 자신 앞에 놓인 풍광을 바라본다. 이 하나의 시퀀스 자체가 그냥 보는 내내 마음의 평안을 안겨줬더랬다. 그래서 챙겨보게 된 프로그램. 디스커버리 채널의 ‘잠적’ 시리즈 중 ‘문소리’ 편이다.

 

사진=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제공

 

시리즈물 ‘잠적’은 스타들이 카메라와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복잡한 감정들을 끊어내고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자동차 한 대를 타고 잠적하는 3일간의 발자취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배우 문소리에 앞서서는 김다미, 김희애, 한지민, 조진웅 등의 배우 출연진들이 출연해 관심을 모아왔다.

 

고립을 일상으로 만든 펜데믹 시대, 평안한 고립을 선택하고 잠적한 배우 문소리의 2박 3일간의 여정은 보는 것 자체가 편안한 힐링이다. 옛 시골 장터에서 갖가지 푸성귀들을 사서 자신만을 위한 따뜻한 건강 밥상을 차려 끼니를 챙기고, 50년도 더 된 집을 개조한 작은 책방 한구석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들을 뒤적이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숲속을 홀로 걸으며 아이유의 ‘아침산책’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 문소리의 속내도 털털하게 스리슬쩍 밝혀보기도 한다.

 

사진=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제공

 

잠시 쉬어가는 2박 3일의 ‘잠적 일정’이 이토록 충만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배우이면서 감독, 제작자, 엄마, 아내로 사는 사람. 타이틀이 많은 만큼 쉬어갈 여유도 없었을 것 같은 일상에 제대로 된 휴식이 펼쳐진다. 와이파이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숲속 고요한 자연의 한 가운데, 문소리가 진짜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모습에는 꽤 큰 울림이 있다. 진짜 나와 만나,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갖고 사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문소리의 잠적은 그렇게 소리도 없이 스며들 듯, 긴 생각의 여운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문소리의 ‘잠적’이 참으로 좋아서 더 나아가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진이 그녀와 진행한 인터뷰 동영상까지 찾아보게 됐다. 나를 되돌아보는 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문소리의 매력 넘치는 답변이 인터뷰 내내 이어진다. 그중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그녀의 대답은 “열정적인 청춘을 보낸 문소리가 현재 청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사진=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제공

 

그녀 특유의 또랑카랑한 목소리로 문소리는 껄껄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언이요? 남들 조언 듣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나의 20~30대를 되돌아보면 ‘그 조언을 참 듣길 잘했다’ 보다는 ‘그 조언 참 안 듣길 잘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주로 뭘 하지 말라는 조언들이 더 많았거든요. 물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있었어요.” 말을 잠시 멈췄던 그녀는 다음과 같이 더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이 절실하게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아요.”

 

조언해달라고 하는데 조언 따위는 듣지 말라니! 참으로 발칙한 대답이었다. 수많은 경험치에서 오는 삶의 관록으로도 구력이 어마어마한 사람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신선하기도 했다. 또한 쉼을 위해 잠적한 순간에도 진짜 자신과 조우할 줄 아는 사람인 문소리다운 발언이기도 했다. 그녀의 이런 발언을 듣고 나니 문득, 내가 누군가보다 경험치가 많고 선배라는 이유로 꼰대 같은 조언을 참으로 많이도 했으며, 그 조언이 누군가에는 그 사람의 가능성을 막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아찔해지기도 했다.

 

‘인생 선배’랍시고 끊임없이 ‘라떼’를 말하며 조언이랍시고 방언 터트리시며 일장 훈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배우 문소리의 뒤통수 가격하는 이 발언은 꼭 귀담아 들어주길 바란다. 당신이 가볍게 하는 그 조언이 누군가의 가능성을 막아서는 일일 수도 있다는 걸, 한 번쯤은 생각하고 조언해 주시길. 그리고 더 나아가서 배우 문소리처럼 당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삶이 버거운 그 후배에게 “네 마음이 절실하게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쿨내 한 방울 장착해 보면 어떨까. 당신의 사려 깊은 그 말 한마디에, 그 후배의 인생에 어쩌면 새로운 멋진 가능성이 열릴지도 모른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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