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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회사 리디는 어떻게 '유니콘'이 되었나

질 좋은 IP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 발판…정확한 타기팅 바탕으로 확실한 팬층 보유

2022.02.09(Wed) 11:40:07

[비즈한국] 전자책 시장에 대한 기대는 10여 년 전부터 줄곧 있었다. 하지만 굳건히 버티고 있던 종이책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만년 기대주로만 여겨지던 전자책 시장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과 K-콘텐츠의 부상으로 다시 한번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자책으로 시작해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의​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 웹소설과 웹툰을 서비스하는 리디북스 ‘리디’ 이야기다. 최근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분의 10% 이상을 확보하는 상장 전 투자를 하기로 결정하며 유니콘 기업이 됐다. 

 

2008년 삼성 출신의 배기식 대표가 설립한 전자책 플랫폼 업체가 웹소설, 웹툰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전자책 사업으로 시작한 리디는 웹소설, 웹툰 등 다각도의 IP 사업을 통해 최근 유니콘 기업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유니콘 기업은 15곳으로 직방, 컬리, 두나무, 당근마켓, 버킷플레이스 등이다. 사진=리디 홈페이지

 

#전자책에서 시작해 다각도 IP사업으로 유니콘 등극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리디’는 최근 진행 중인 30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프리IPO) 유치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리디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2011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투자를 이어온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가 들썩이는 등 시장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 유치로 인해 리디의 기업가치가 2020년 3월 산업은행 등의 투자를 받을 당시보다 약 3배 증가했다고 본다. 

 

전자책 플랫폼으로 시작한 리디는 꾸준한 성장세에도 시장의 외연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전자책 분야가 대중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디는 ‘리디셀렉트’라는 구독 모델을 출시해 시장 확대를 통한 성장을 꾀했으나 기존 출판업계의 반발을 불러왔을 뿐 폭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온 리디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491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리디 측은 웹툰 및 웹소설,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사업 확장을 성장 비결로 분석했다. 사진=리디 홈페이지

 

탈출구는 콘텐츠 지식재산권(IP)에서 찾았다. 리디는 2019년 즈음 연재형 웹툰·웹소설 유통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국내외에서 웹툰·​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각광받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때를 기점으로 웹툰, 웹소설의 영화·​드라마화가 급격히 늘었다. 이 시류를 타고 리디는 원작 소설을 이용한 2차 창작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또 하나의 축은 지난해 출시한 글로벌 웹툰 플랫폼 ‘만타’다. 구글·​디즈니플러스·​틴더 출신의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서가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영입했으며 미국인에게 익숙한 유료 구독 방식을 도입한다는 게 리디의 차별화 전략이다. 웹툰 구독 서비스로는 미국 시장에서 최초다.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구독자 300만 명을 모으는 등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다. 

 

리디 측은 “지난 10여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도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만큼 리디가 보유한 풍부한 IP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판타지·​추리·​BL…준비된 IP가 가진 힘

 

리디의 최대 경쟁력은 ‘정확한 타기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방대한 저작물 양으로 대중성을 노린다면 리디는 마니아층 중심의 장르 소설과 이에 기반한 확실한 팬층을 갖고 있다. ‘일반·​로맨스·​판타지·​만화·​BL’로 구분된 리디북스 홈페이지 메인화면의 카테고리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여성향 로맨스와 BL 분야는 리디가 타 플랫폼과 비교해 가장 강점을 갖는 부분이다. 

 

‘만타’는 다양한 장르의 웹툰을 월정액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11월 출시해 미국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만화 앱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사진=리디 홈페이지


리디가 이 자원을 다각도의 IP사업으로 펼쳐낸 건 최근 일이다. 지난해 11월에는 CJ ENM과 웹소설 영상화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위지윅스튜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업계에선 팬데믹 시기에 글로벌 OTT와 게임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 IP 수요가 늘어난 것에 리디가 빠르게 반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기 BL 소설인 ‘시맨틱 에러’는 대표적인 IP 성공 사례다. 지난해 3월 리디의 자회사이자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인 ‘라프텔’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데 이어 이달 16일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공개 예정이다.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상수리나무 아래’는 웹툰화되어 만타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가수 차은우, 에일리가 OST를 부르기도 했다. 소비자의 반응을 따라가며 다양한 2차 창작물을 내놓고, 팬층을 묶어두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로맨스 웹소설을 웹툰화한 ‘티파니에서 모닝 키스를’의 OST에는 가수 소유와 진영이 참여해 팬들의 호평을 받았고,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을 웹툰화한 ‘참아주세요, 대공’은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에서 한 달 만에 조회 수 190만 건을 돌파했다. 추리소설을 웹툰화한 ‘사소한 거짓말’은 지난해 5월 원작 소설이 리디북스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역주행하기도 했다. 

 

스트리밍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리디의 매출에 BL 장르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건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이너 영역에 있던 장르물을 양지로 끌어올려 다양한 콘텐츠로 재창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의미 있는 실적으로도 보이는 단계다. 유니콘 기업 선정에는 이런 타기팅에 반응한 소비자의 힘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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