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백화점이 인사제도에 반발하는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롯데백화점지회(이하 롯데백화점 노조)는 기본급 삭감이 가능한 신연봉제 폐지와 성과주의 인사제도 파기를 촉구하며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15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장기 연차 사용을 문제 삼아 ‘업무에 지장이 발생한다’며 공문을 보냈다. 이미 승인된 연차 일정을 변경하고 2월 9일 수요일부터 업무에 복귀하라는 내용이다. 무단결근 시 사규에 따라 조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연차 사용의 시기 지정과 행사의 권한은 근로자에게 우선권이 있어 노조 활동 방해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백화점 노조는 1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앞에서 천막·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을 제외한 롯데쇼핑 대부분 사업부의 지속적 적자 및 그룹경영 실패의 책임을 백화점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백화점 사업부 대표와의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요구하는 내용은 △기본급 삭감 가능한 신연봉제 폐지 △성과주의 인사제도 파기 △동일 직급 장기체류자에 대한 과도한 불이익 철페 등 크게 세 가지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부터 인사평가 제도와 연봉을 연계하는 신연봉제를 도입했다. 인사고과 하위 등급 3회 누적 시 기본급을 3~10% 삭감하고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소위 ‘업적가금’을 모두 삭감하는 방식이다. 인사평가 상 전체 근로자의 10분의 1은 하위 등급을 받게 되는 구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창사 이후 처음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노조는 경영진이 유통시장 내 경쟁력 약화, 영업이익 감소라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4일부터 노조 측에 공문, 문자 등을 통해 연차 휴가 변경을 요청했다. 사진은 각각 청량리점, 노원점 점장 발신 공문. 사진=롯데백화점 노조 제공
#사측, 지속적으로 연차 휴가 변경 요청…노조 “이미 결재받은 휴가 임의 번복은 부당”
농성 중인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처음 연차 휴가 시기를 변경하라고 전달 받은 시기는 농성 11일 차였던 2월 4일 금요일이다. 농성에 참여하는 최영철 지회장과 이성훈 수석지부회장은 소속인 청량리점과 노원점 점장으로부터 각각 공문을 받았다. 장기간의 휴가로 업무에 지장이 발생해 연차 사용 시기를 변경하라는 내용이다. 2월 5일 토요일과 7일 월요일에는 인사담당자가 문자로 재차 알렸다.
2월 말일까지 이미 승인이 완료된 일정이 있지만 8일까지만 휴가로 인정하고 9일부터는 무단결근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을 근거로 삼았다.
해당 조항은 휴가 시기 변경권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고 그 기간에 대해서 통상임금이나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조치가 합법적인 농성을 강제로 멈추게 하려는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전산에 반영된 휴가 일정을 ‘업무 과중’이라는 이유로 번복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이성훈 수석지부회장은 “여느 때처럼 매달 말 전산시스템을 통해 연차휴가 계획을 냈고 사측이 승인했다. 노조 활동으로 보직 해제까지 당했는데 이번에는 업무가 막중하니 복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두 노조원의 소속 지점이 다른데 동시에 업무 복귀 공문이 내려온 점도 상부의 일괄적인 지시에 따른 조치라고 추측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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