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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초신성 폭발은 새로운 별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태양계를 둘러싼 거대한 가스 거품, 1400만 년 전 폭발한 초신성의 흔적

2022.02.07(Mon) 12:21:56

[비즈한국] 무거운 별이 짧은 전성기를 보낸 뒤 맞이하는 장엄한 죽음의 현장, 초신성 폭발. 우리는 보통 초신성 폭발이 단순히 별이 죽는 순간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초신성 폭발은 또 다른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는 가장 효과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똑같은 초신성 폭발이 한 별에게는 죽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다른 별들에게는 새로운 탄생의 순간이 되는 셈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현재 우리 태양계가 바로 이 별들의 죽음과 탄생이 공존하는 현장 한가운데 위치한다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밝혀진 우리 태양계 주변 별들의 찬란한 흔적을 소개한다. 

 

초신성은 별 하나의 죽음일 뿐 아니라 또 다른 별의 탄생이기도 하다.

 

별은 내부의 뜨거운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빛난다. 별 자체의 육중한 중력은 별을 수축시키려고 하지만 내부의 핵융합 불씨의 뜨거운 온도는 반대로 별을 팽창시키려 하는 압력을 만들어낸다. 별을 수축시키려고 하는 자체 중력과 내부의 뜨거운 온도로 인한 팽창 압력 두 힘이 균형을 유지하면서 별은 오랫동안 빛을 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별 내부의 핵융합 연료도 고갈된다.  

 

핵융합 엔진이 멈추면 별은 더 이상 중력을 버틸 수 없게 된다. 결국 가장 외곽부터 중심까지 한꺼번에 별 정중앙을 향해 와르르 무너진다. 별의 가장 바깥 외곽 층에 있던 물질들이 거의 자유낙하 수준으로 별 중심의 핵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아주 빠른 속도로 별 중심 핵 위에 추락한 물질들은 엄청난 반동으로 인해 빠르게 바깥으로 튕겨 날아간다. 별 중심의 핵을 한 번 때리고 다시 사방으로 물질이 튕겨 날아가는 순간이 우리가 목격하는 초신성 폭발의 순간이다. 

 

초신성 폭발 직후 중심의 별이 바깥으로 분출한 외곽 물질이 둥글게 퍼져나가는 모습. 사진=NASA/ESA/G. Bacon(STScI)

 

많은 사람들은 초신성 폭발을 수류탄 터지듯이 갑자기 별 내부의 강한 압력이 바깥으로 터져나오면서 폭발하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는 대표적인 오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초신성 폭발은 단순히 내부의 압력으로 별을 터트리는 것이 아니라, 자체 중력으로 인해 한꺼번에 별 중심부를 향해 와르르 무너졌던 외곽의 물질들이 중심의 핵을 한 번 때리고 다시 반동으로 튕겨 날아가는 광경을 보는 것이다.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으로 비유하자면, 건물이 폭삭 내려앉으면서 땅 위에 빠르게 떨어진 파편들이 그 반동으로 인해 다시 땅을 찍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 

 

초신성의 폭발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가장 에너지가 강한 현상 중 하나다. 이 엄청난 폭발은 사방으로 강한 충격파를 일으킨다. 그 여파로 주변을 채우고 있던 성간 가스 물질들을 빠르게 밀어낸다. 그래서 폭발이 벌어진 지역 주변은 깨끗하게 모두 쓸려나간다. 반면 충격파로 인해 밀려나간 가스 물질들이 아직 밀려나지 않은 더 바깥의 가스 물질과 만나며 높은 밀도로 압축되는 일이 벌어진다. 마치 책상 위에 쌓여 있는 먼지를 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면 바람을 바로 맞은 부분은 먼지가 모두 깨끗하게 쓸려 나가지만 그 먼지들이 사방에 둥글게 쌓이면서 둥근 먼지 벽이 쌓이는 것과 같다. 이렇게 높은 밀도로 압축된 성간 가스 먼지 반죽 속에서 다시 새로운 별들이 탄생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계속 이어진다. 한 별의 죽음이 다시 새로운 별들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또 그 별들이 다시 죽게 되면 또 다시 새로운 별들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놀랍게도 우리 태양계 역시 이렇게 소멸과 탄생이 공존하는 현장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현재 태양계는 사방에 가스 물질이 둥글게 쓸려 나가서 아주 낮은 밀도로 텅 비어 있는 거대한 가스 거품 속에 놓여 있다. 보통 우리 은하는 각설탕만 한 부피 안에 수소 원자 0.3개 정도의 밀도로 입자들이 분포한다. 하지만 태양계를 둘러싼 거대한 가스 거품 속은 평균에 비해 10배 더 밀도가 낮다. 마치 태양계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가스 물질이 둥글게 불려나간 듯한 이 거대한 공동(cavity)를 로컬 버블(Local bubble)이라고 부른다. 그 크기만 1000광년에 이른다. 이 거대한 가스 거품은 지금도 꾸준히 팽창하며 넓어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완성한 태양계 주변 로컬 버블과 어린 성단, 성협의 공간 분포 지도.

 

더욱 재밌는 사실은 태양계를 둘러싼 로컬 버블의 둥근 가장자리 벽을 따라서 비교적 최근에 태어난 어린 별들이 많이 분포한다는 점이다. 이 어린 별들은 계속 넓어지고 있는 로컬 버블의 움직임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퍼져나가며 움직이고 있다. 이는 이 별들이 로컬 버블과 무관하게 따로 태어난 게 아니라, 오래전 지금의 로컬 버블을 만든 거대한 폭발의 여파로 가스 물질이 사방으로 밀려나가면서 압축된 결과 태어난 별임을 의미한다. 

 

천문학자들은 이 어린 별들의 움직임에 주목해 지금의 로컬 버블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태양계 주변 1300광년 반경 범위 안에서 2000만 년보다 어린 별들이 살고 있는 어린 성단과 성협 34개에 집중했다. 이 성단들의 움직임을 거꾸로 추적한다면 현재의 로컬 버블이 어디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지 그 팽창의 중심을 알 수 있다. 바로 그곳이 최초로 로컬 버블을 만들어낸 첫 번째 초신성 폭발이 벌어진 장소가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확히 언제 그 폭발이 벌어진 것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세밀한 별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최근 새롭게 완성된 가이아 위성의 세 번째 관측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분석을 통해 로컬 버블이 실제 어떻게 분포하는지 입체적인 지도를 완성했다. 게다가 1600만 년 전부터 로컬 버블이 어떻게 성장했고, 주변의 어린 별들이 언제 태어났는지 시간에 따른 변화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600만 년 전 현재 로컬 버블의 중심 부근에서 처음으로 어린 별들이 태어났다. 당시 태어난 별들은 센타우루스자리-이리자리 성협과 센타우루스자리-남십자자리 성협을 이룬다. 이후 200만 년이 지난 뒤 이 두 성협 안에서 먼저 빠르게 진화를 마친 별들이 첫 번째 초신성이 되어 폭발했다. 바로 이것이 지금의 거대한 로컬 버블을 만들어낸 최초의 초신성 폭발이었다. 

 

이번 연구로 완성한 로컬 버블의 성장 타임라인.

 

첫 번째 폭발로 인해 주변 가스 물질이 밀려났고 둥글게 텅 비어 있는 영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첫 폭발 후 400만 년이 지난 지금으로부터 1000만 년 전, 충격파로 밀려나가며 높은 밀도로 반죽된 가스 구름 일부에서 새로운 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태어난 어린 별들은 현재 전갈자리와 뱀주인자리 방향에 있는 성협을 이루었다. 계속해서 퍼져나가는 충격파와 함께 이때 태어난 어린 별들도 사방으로 밀려나갔다. 연이어 초신성 폭발의 충격파가 퍼져나가면서, 지금으로부터 600만 년 전 황소자리 방향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별들이 반죽되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0만 년 전 황소자리와 뱀주인자리 방향에서 또 다른 더 어린 별들로 이루어진 성협이 태어났다. 이 시기에는 남반구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카멜레온자리와 이리자리 방향에서도 한 무리의 어린 성협이 탄생했다. 

 

다음 링크를 통해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구현한 태양계 주변 로컬 버블의 입체 지도를 확인해볼 수 있다(https://faun.rc.fas.harvard.edu/czucker/Paper_Figures/Interactive_Figure1.html). 다양한 각도와 방향으로 입체 지도를 돌려보면서, 먼 과거 퍼져나간 초신성 폭발의 충격파들이 우리 주변에 어떻게 퍼져 있는지, 또 그 여파로 태어난 어린 별들이 현재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보자. 

 

이렇게 지금까지 1600만 년 사이에 약 14번의 초신성 폭발이 있었다. 그리고 이 폭발의 여파로 사방에 둥글게 물질이 밀려나간 로컬 버블이 만들어졌고, 그 외곽 가장자리에는 밀려난 가스 물질이 반죽되어서 어린 별들이 빛나게 되었다. 로컬 버블은 지금도 대략 초속 6km(시속 약 2만 3000km)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한 시간 사이에 지구 두 개 너비를 휩쓸고 지나갈 수 있는 아주 빠른 팽창 속도다. 

 

한편 이번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 태양계가 로컬 버블의 한가운데 위치하게 된 것은 우연으로 보인다. 우리 태양계는 로컬 버블을 만든 1600만 년 전 초신성 폭발과는 상관 없이 그보다 훨씬 전인 50억 년 전에 태어난 나이 많은 항성계다. 로컬 버블과 별개로 우리 은하 주변 궤도를 돌던 태양계는 약 500만 년 전에 팽창하던 로컬 버블 속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자신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태양계가 마침 딱 로컬 버블의 중심 부근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현재 태양계는 마침 딱 로컬 버블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는 단순히 태양계가 궤도를 돌던 중 우연히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태양이 로컬 버블에 진입하고 나서 쭉 움직이던 중, 약 260만 년 전 마침 태양계 주변에서 초신성 하나가 폭발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마침 이 시기는 지구에 살던 거대 동물종 36퍼센트가 사라지면서 신생대의 네 번째 분기, 플라이스토세로 넘어간 때다. 이 대멸종 사건을 플라이오세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에 쌓인 퇴적층을 파보면 초신성이 폭발할 때 잘 만들어지는 철의 동위원소 양이 갑자기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때 지구 근처에서 폭발한 초신성이 대멸종의 직접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을 제시한다. 다행히 이때 폭발한 초신성이 지구에 바짝 붙어 있지 않아 지구가 산산조각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초신성이 터지면서 사방으로 튀어나온 우주 방사선들이 지구 대기권으로 쏟아지면서 지구 기후에 갑작스러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수십 광년 먼 거리에서 갑자기 폭발하는 초신성이 지구 생명체의 멸종을 야기할 수 있다니, 정말 ‘마른 밤하늘에 날벼락’이 아닐까? 

 

이번 연구 결과는 “초신성의 폭발이 주변에 새로운 별을 탄생시킬 수 있다”라는 이론적인 모델을 관측을 통해 입증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기존의 많은 시뮬레이션에서는 초신성 폭발에 의한 피드백을 과소평가했다. 시뮬레이션 속에서 진화를 마친 별이 초신성이 되어 폭발하면 단순히 그 폭발 지점 주변의 가스 물질이 모두 불려나가고 별을 만드는 재료가 모두 사라진다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가정했다. 그래서 기존 시뮬레이션에서는 한 번 초신성이 터지고 나면 그 주변에선 새로운 별이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초신성 폭발은 단순히 한 별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장엄한 죽음이 남긴 충격파는 별이 사라진 이후에도 계속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주변에 또 다른 어린 별들을 만들어낸다. 초신성 폭발의 현장은 한 별에겐 최후를 맞이한 무덤이 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별들에겐 새롭게 탄생하는 요람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발견한 초신성의 피드백 효과를 더 제대로 반영해야만 시뮬레이션에서도 실제 우주의 별 탄생을 더 잘 재현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의 인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별의 경우에는 그 요람과 무덤이 같은 장소다. 어쩌면 별들의 삶은 요람에서 무덤이 아니라 무덤에서 요람까지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소멸과 탄생이 반복되고 있는 그 장엄한 현장 한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4286-5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1f95

https://www.cosmos.esa.int/web/gaia/iow_20220112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7196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742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17-0223-6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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