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짝퉁 제품’이 기승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확대되면서 명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그만큼 가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늘었다. 온라인에서는 판매자 정보를 상세히 알기 어려운 만큼, 제품 판매를 등록해준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제품 인증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호석 씨(가명·28)는 2022년 1월 쿠팡에서 ‘애플 정품’이라고 명시된 에어팟을 주문했다. 제품 설명은 애플 홈페이지 내용과 동일했다. 제품 페이지 내 ‘브랜드’를 클릭하면 ‘Apple 홈’ 창이 뜨며 애플 브랜드샵으로 이동했다. 리뷰도 6000개가량 표시됐고, 호평도 많아 의심 없이 구매했다. 그런데 배송된 상품의 포장과 음질 상태가 이상했다.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에 가니 “진품이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쿠팡에 문의 후 환불 받았지만, 이 씨는 쿠팡의 서비스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평이 다른 제품과 합쳐 보이니 피해가 있어도 무슨 제품이 문제인지 전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국내 최대 원팀 오픈마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로켓배송센터를 2014년 27개에서 2019년 168개까지 늘렸으며 배송과 보관, 포장, 재고관리, 교환·환불 서비스 등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쿠팡 내 짝퉁 제품 판매가 잇달아 보도되며 신뢰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저렴한 판매자 제품에 후기 몰아주는 이상한 제도
2019년 6월,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은 “쿠팡이 ‘정품급’이라고 명시해 파는 유명 상표 짝퉁 시계가 550여 개 품목에 달한다”며 쿠팡 내 짝퉁 판매를 비판했다.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은 “쿠팡에 가면 5300만 원짜리 롤렉스, 1600만 원짜리 위블러, 650만 원짜리 까르띠에 시계 짝퉁 등을 단돈 17만 원대에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쿠팡은 “위조상품 판매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며 “판매 중인 상품이 위조상품으로 확인되면 즉각 상품 판매중지 조치를 취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쿠팡 내 짝퉁 판매는 여전했다. ‘정품’이라고 명시된 A 제품 후기에는 “짝퉁이다”는 글이 줄을 지어 있다. 70만 원짜리 명품을 10만 원대로 파는 등 터무니없게 낮은 가격으로 파는 곳도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쿠팡의 ‘아이템 위너’와 ‘브랜드샵’ 서비스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쿠팡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 진품을 구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템 위너는 같은 제품을 파는 판매자 중 가장 저렴하게 파는 판매자의 제품이 검색어 상위에 노출되는 제도다. 아이템 위너로 선정되면 동일한 상품으로 등록된 다른 판매자의 후기글이 합쳐진다. 이 때문에 B 판매자 제품의 구매자가 “이 제품은 짝퉁”이라고 후기를 남겨도 B 판매자의 제품이 ‘아이템 위너’로 선정되면 다른 판매자 제품의 호평들과 합쳐진다. 결국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이나 진품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브랜드샵 모아보기도 문제다. 통상 브랜드숍은 한 회사에서 제공하는 제품만을 판매하는 상점을 말하지만, 쿠팡의 ‘브랜드샵’은 다르다. C 브랜드라고 등록만 하면 각기 다른 판매자의 제품이 C 브랜드샵으로 모인다. 이때 C 브랜드로 등록된 제품은 페이지에 브랜드 로고가 표기되고, 이를 누르면 브랜드샵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C 브랜드에서 직접 판매하는 제품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쿠팡에서 명품 지갑을 사려 했다는 김가연 씨(가명·25)는 “브랜드 로고도 있고 해당 브랜드 페이지로 이동해서 당연히 (짝퉁임을) 의심 안 했다”라고 말했다.
아예 해당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경우도 있다. 쿠팡 구찌 브랜드샵에 등록된 한 지갑 디자인을 구찌에 문의해보니 “구찌 매장에서 보유 중인 상품이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샤넬은 “인터넷상에는 샤넬 가죽 제품, 패션 아이템, 워치의 공식 인증 판매처가 없다”며 “쿠팡이 판매 제품의 진품 확인 요청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기존 오픈마켓은 광고비 등 판촉비를 지급한 판매자의 상품이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구조”라며 “아이템 위너 제도는 이러한 광고비 경쟁 중심의 판매구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아이템 위너가 모든 후기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상품’ 자체에 대한 평만 공유하며,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는 상품의 판매자가 선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치 따라 약관 일부 시정했지만…
202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약관을 일부 시정했다. 시정 내용에는 ‘아이템 위너’ 제도 운영 등이 포함됐다. 아이템 위너가 다른 판매자의 사진 등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제품에 대한 쿠팡의 책임을 강화했다.
그러나 쿠팡은 여전히 소비자가 남긴 후기 등을 ‘아이템 위너’에 몰아주는 실정이다. 아이템 위너 제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는 시정 이후 단계로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판매자를 확인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쿠팡이 타 플랫폼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받는 만큼, 쿠팡에서 해당 물건에 대해 책임지고 확인해야 한다”며 “아이템 위너 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적절한 가격의 좋은 물건이다. 최저 가격보다 제품의 품질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짝퉁이나 불량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업자가 쿠팡에서 판매하다 보니 불량 업자도 포함되고, 그러면서 짝퉁이 생긴다. 이런 경우 쿠팡에서 다시 판매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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