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LG엔솔·포스코·한화솔루션…물적분할은 개미들에 '재앙'?

분할 추진에 주가 급락…"정보 늦는 개미 투자자 피해, 지금 구조를 손봐야" 목소리

2021.12.20(Mon) 12:18:33

[비즈한국] 몸값이 최대 70조 원으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상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근속년수 등에 따라 최대 3억 원 안팎의 우리사주조합 청약이 가능하다. 이미 직원들 사이에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자’는 분위기가 상당하다고 한다. 내년 1월 코스피 상장 후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할 경우 직원 1인당 평균 3억~4억 이상의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분할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물적분할이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시켰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LG엔솔과 포스코, CJ ENM에 이어 한화솔루션까지. 핵심 알짜 미래산업군을 물적분할 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됐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악재’라는 평가 속에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핵심 알짜 미래산업군을 물적분할 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됐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악재’라는 평가 속에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박정훈 기자

 

#미래 산업군 물적분할이 트렌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100만 원을 넘겼던 LG화학 주식은 지난해 9월 배터리 사업부의 물적분할 발표와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215% 급등했던 LG화학의 주가는 지난해 고가 대비 3분의 2 수준이다. 20일 오전 11시 기준, 67만 4000원(전거래일 대비 -3.3%)에 거래되고 있다. LG화학 주가 상승의 동력이던 배터리 사업부가 분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증시 상장일인 내년 1월이 다가오면서 더욱 약세를 띠고 있다. 

 

한화솔루션도 주가 흐름이 비슷하다. 탄소섬유를 활용한 첨단소재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발표한 뒤 급락했다. 지난해 5월 1만 5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첨단소재 사업부문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급등했다. 올해 1월 11일 6만 600원의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 매출 비중이 올해 3분기 기준 8.77%로 크지 않지만, 탄소섬유를 활용한 수소저장 탱크 사업 등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끌어올린 결과였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이 물적분할을 검토한다고 밝히자 주가는 급락했다. 11월 29일 3만 2500원까지 떨어지는 등 거의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20일 11시 기준 3만 6000원으로 회복세가 더디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 한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직원들은 기대감이 높지만, 기존 LG화학 주주 가운데에는 분할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페이스북

 

CJ ENM도 유사하다. 지난달 19일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 주요 콘텐츠 제작사업을 물적분할하겠다고 공시했다. 성장 동력인 이들 사업부가 분사하고 나면 CJ ENM에는 커머스와 미디어 부문(tvN)만 남는데 상대적으로 성장 기대감이 적은 산업군이라 주가가 급락했다. 10월 말 19만 1600원을 기록한 주가는 공시 이후 급락해 20일 오전 11시 기준 13만 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포스코도 유사하다. 지난 10일 포스코는 이사회를 통해 회사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로 물적분할 하는 안건을 의결했는데, 당일 주가가 4% 급락했다. 포스코가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한 가운데 결정된 물적분할에 일부 주주들은 청와대 게시판에 ‘물적분할을 막아야 한다’는 청원글을 올렸다. 

 

#기업엔 유리하지만 개미들엔… 

 

물적분할이 트렌드가 된 것은 기업들에게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 상장하면서 대규모 새로운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받더라도 대주주의 지배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보 접근이 늦은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 입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에서는 물적분할을 할 경우 기존 회사 주주들에게 신설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기업을 상대로 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1월 6일 토론회를 열어 이중 상장에 관한 거래소 규정을 바꾸는 안 등을 공론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IPO 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이 한국에서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다 보니 무조건 ‘악재’로 반영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기업들이나 정부가 정보 격차로 발생하는 주주 가치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법적 다툼까지 가는 경우도 나오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카카오페이 주요 경영진, 기습적인 주식 대량 매도 후폭풍 앞뒤
· [단독] 185억 공동주택 최고가 트라움하우스 '고급주택 중과세' 피한 내막
· "2년 내 배터리 생산량 2배로" SK온 분사한 SK이노베이션의 승부수
· LG화학 물적분할 임시주총, 큰손들의 선택은?
· '소액주주 반발' LG화학 물적분할 무산 가능성 짚어보니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