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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다양성이 혁신의 원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선정 스타트업 9

백인 남성 쏠림 벗어나 유색인종·여성·LGBTQ·장애인·난민 출신 지원하는 '이머지 액셀러레이터' 눈길

2021.12.14(Tue) 11:00:57

[비즈한국] ‘혁신’은 스타트업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아직은 세상에 없지만 필요한 것을 혁신적인 생각과 기술로 만들어내는 일이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무엇이’ 혁신인가, 혁신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중요하다. 이는 투자자들에게도 핵심 화두 중 하나다. ‘지금은 중요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중요해질’ 혹은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생기면 대박 날’ 아이템에 투자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새로운 영역에 눈을 돌리는 노력이 다른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게 진행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유럽 스타트업신에서 진행되는 ‘이머지 액셀러레이터(Emerge Accelerator)’가 흥미를 끈다. 이머지 액셀러레이터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oftBank Vision Fund)가 이끄는 차세대 혁신 창업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내일의 기업은 오늘의 세계를 대표해야 한다(The companies of tomorrow should represent the world today)’는 모토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소수자 출신 유럽의 스타트업 창업가를 지원한다. 회사 설립자 중 적어도 한 명이 유색인종이거나 여성, LGBTQ, 장애인, 난민 출신이면 지원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소수자 배경을 가진 창업자들은 벤처캐피털(VC)에게 투자받을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21년 유럽 기술 현황보고서(The State of European Tech report 2021)에 따르면 2021년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의 1.1%만 여성 창업가에게, 1.3%만이 백인이 아닌 소수 인종 출신의 창업팀에 지원되었다. 혁신을 부르짖는 스타트업계에서도 백인과 남성 중심주의의 사고방식과 네트워크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뜻이다. 시장이 백인과 남성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유럽 스타트업 창업자는 백인,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진=2020.stateofeuropeantech.com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만들고 위워크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

 

이머지 액셀러레이터프로그램은 2019년 소수자인 창업가들에게 자금과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다양한 툴과 네트워크를 지원하려고 만들어졌다. 소프트뱅크뿐만 아니라 스피드인베스트(Speedinvest), 브리가(Breega), 카인드레드(Kindred), 체리벤처스(Cherry Ventures), 퍼스트미닛 캐피털(firstminute Capital), 링크레이터스(Linklaters), 위워크 랩스(WeWork Labs)가 투자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다. 

 

백인 남성 중심의 창업 환경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창업가들이 전 세계를 혁신적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 프로그램의 전제다. 이머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유색인종,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난민 출신의 스타트업 창업가를 지원하는 이머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진=emergeaccelerator.com

 

소수자 출신의 창업가는 인터뷰와 시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받은 후 8주간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프로그램 참여와 동시에 자금도 지원받는다. 이머지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투자(Seed) 단계의 회사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이며 비즈니스 플랜, 제품 출시 전략, 재무 컨설팅, 투자 등 초기 회사에게 필요한 모든 과정을 심층 워크숍을 통해 지원한다. 모든 프로그램이 영어로 진행되고, 위워크와 함께하기 때문에 자신이 창업하는 도시에 있는 위워크 공유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그 밖에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 세일즈포스(Salesforce), 허브스팟(Hubspot), 젠데스크(Zendesk) 등의 툴을 사용하거나 할인받는 기회도 있다. 약 55만 달러 상당의 지원이다. 

 

2021년 이머지 액셀러레이터는 올 7월에 지원을 받아서 9월에 최종 참가자를 확정하였고, 10월~11월 두 달간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지난 12월 9일에 워크샵을 통해 발전된 내용을 유럽의 VC들 앞에서 소개할 수 있는 쇼케이스 이벤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를 통해 총 9개의 스타트업이 약 87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투자를 이끌어 냈다. 

 

#보험, 은행, 아프리카 모바일 신용조합 등 금융 분야에 관심

 

2021년 이머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멘토링을 받고 최종적으로 투자까지 유치한 스타트업은 총 9곳이다.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선정되었지만, 무엇보다도 금융과 보험 영역에서 총 4곳의 스타트업이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를 엿볼 수 있다. 

 

생명보험(Life Insurace)을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보험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스페인의 인슈어테크스타트업 비탄스(vitaance)가 보험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이머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영국의 핀테크 스타트업 피아트 리퍼블릭(Fiat Republic)은 ‘서비스로서의 은행(Banking as a Service, BaaS)’ 플랫폼을 제공한다. 은행 코드를 해독해서 암호화폐가 주류 은행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돕는다. 

 

런던과 나이로비를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한 크레드레일(Credrails)은 아프리카 핀테크 2.0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트업이다. 핀테크 2.0은 사물인터넷, 분산형 원장 기술, 스마트 데이터 활용 기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2세대 핀테크 산업을 일컫는다. 아프리카는 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오히려 핀테크 스타트업에는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금융 서비스는커녕 은행 계좌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한 모바일 환경 덕분에 은행을 거치지 않은 모바일 기반 금융 거래가 활발해졌다.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독특한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아프리카의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모바일 신용조합을 만든 콰라(Kwara)도 이번에 이머지 액셀러레이터에 선정됐다. 콰라는 케냐 나이로비와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핵심 금융 수단 중 하나인 신용조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 모델을 발전시켰다. 아프리카에서는 금융기관의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대체로 친구, 동료, 이웃 등이 함께 공동 기금을 모아서 사용하는 신용조합 모델을 흔하게 사용한다. 한국의 계모임과 비슷한 원리다. 

 

아프리카식 계모임인 신용조합을 디지털로 옮긴 베를린의 스타트업 콰라(Kwara). 사진=kwara.com

 

금융기관이 인정하는 신용이나 은행계좌가 없어도 누구나 납입이 가능하고, 목돈이 필요할 때 조합의 돈을 사용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애용한다. 콰라는 이러한 모델을 디지털에 그대로 옮겼다. 모바일 앱을 통해서 돈을 납입하고, 자신이 납입한 돈과 신용조합의 운영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는 아프리카 시장에 제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이 유럽 또는 세계 금융시장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 밖에 사용자가 휴대폰 홈 화면 사용을 최적화하는 앱을 제공하는 베를린의 스타트업 블록(Blloc),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계약서의 법률관계를 검토해주는 런던의 법률기술 스타트업 로빈 AI(Robin AI), 환자와 의사가 협력해 천식, 편두통, 우울증 등 복잡한 만성 질환을 관리하는 AI 기반 앱을 개발한 스위스 스타트업 쥴리(Juli), 의사와 제약회사가 암의 진행 경과를 모니터링하는 영국의 컴퓨터 비전 스타트업 피어 바이오(Pear Bio), 여성 창업가들의 비즈니스 커뮤니티인 런던의 더 스택 월드(The Stack World)이 이머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여성 창업가들의 비즈니스 커뮤니티인 런던의 더 스택 월드(The Stack World) 앱. 사진=thestack.world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창업자들의 도전은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떠한 혁신을 가져다줄까? 이머지 액셀러레이터는 공정하지 않은 출발에 균형을 가져다준다는 측면에서 한쪽에 치우친 사회에 꽤 혁신적인 움직임이다. 특히 다양한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적어도 이들의 다양한 배경이 사용자 경험에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스타트업은 역시 사회를 점점 더 낫게 만들고 있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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