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상부동산 ‘어스2(earth 2)’ 거래에 한국인 투자액이 100억을 돌파했다. 서비스 초기 단계인 데다 솟구치는 타일 가격으로 인해 ‘제2의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적게는 10%대부터 300% 이상을 기록하는 가격 상승률과는 달리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거래가 지지부진한데도 꾸준히 타일 가격이 오르거나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점에서 안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 ‘어스2(earth 2)’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는 가운데 거래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어스2 홈페이지 캡처](/upload/bk/article/202111/thumb/22851-54513-sampleM.png)
11월 12일 기준 한국 국적 투자자들의 가상부동산 자산 규모는 E$987만 6846.73(987만 6846.73달러)로 집계됐다. 한화로 약 116억 5665만 원에 달한다. 어스2에서 사용하는 금전 단위는 E$로 달러 가치와 동일하다. 국적을 밝히지 않은 투자자들(International territory) 외에 국가 단위로는 자산 규모 1위다. 국적 불명 투자자들의 총 자산은 127억 4550만 원 규모다. 지난 4월 기준 한국 이용자들의 자산 가치는 745만 달러(약 83억 원) 수준. 7개월 만에 33억 원이 불어난 것이다. 증가율로 따지면 25% 이상 늘었다.
맵박스(Mapbox)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 어스2는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실제 구글 위성 지도와 동일한 맵에서 지구 상의 모든 토지를 100㎥ 크기의 타일로 쪼개 사고파는 형태다.
어스2는 올해 초부터 메타버스계 대표 ‘프롭테크(Proptech·정보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경쟁적인 투자를 이끌어냈다. 가상자산 투자와 부동산 인기가 맞물리면서 현실과 가상을 접목한 세계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손쉽게 타일을 구매하고, 되판 뒤 페이팔 계좌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내 정식 서비스 없이도 한국인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서비스 초기 세계 땅값은 100m²당 0.1달러로 모두 같았지만 이후 수요에 따라 일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토지 가치가 급상승한 지역이 생겨났다. 11월 12일 기준 한국 토지는 1타일당 E$38.455(4만 5346원)로 책정됐다.
![타일 값은 치솟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A 씨의 투자 현황. 사진=A 씨 제공](/upload/bk/article/202111/thumb/22851-54515-sampleM.png)
#‘가격 후려치기’에도 팔리지 않는 땅…숫자로는 꾸준히 가치 상승
하지만 투자 유입이 늘어난 이후 소유자들이 값이 오른 타일을 판매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하면서 잡음이 커졌다. 현금화 과정이 까다롭다는 것 외에도, 가치는 폭등하는데 실제로는 ‘가격 후려치기’를 해도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의 부지를 구매했다. 투자금액은 170달러였지만 땅의 가치는 현재 769달러(약 90만 원)에 달한다. 가상자산 투자에 밝은 직장 동료의 권유로 어스2를 알게 돼 가벼운 마음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8월 31일 A 씨는 타일을 거래하는 ‘마켓 플레이스’에 소유 지역을 내놨다. A 씨의 투자금과 어스2에서 평가한 현재 자산 가치를 단순 비교하면 수익률 4.5배다. 하지만 땅을 시장에 내놓은 지 2개월이 넘도록 거래되지 않고 있다.
A 씨는 “어스2는 가상부동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질은 게임이다.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 게임 과금이라 생각하고 소액으로 진입했다. 20만 원으로 반년 만에 70만 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에 시장에 매물을 올렸지만 두 달이 넘도록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 씨는 어스2 내 부동산 가치 변동의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A 씨는 “어스2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나중에 건물을 짓거나 도로로 활용할 수 있는 넒은 부지 혹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땅을 넓은 면적으로 구매하라는 팁이 있다. ‘나홀로 땅’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개발자 측에서 사업 안정화 이후 어스2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켓플레이스에 나와 있는 매물을 살펴보면 큰 범위로 묶여 나온 주요 지역의 매물도 20% 이상 가격을 후려친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15% 이상 가격을 내려도 두 달간 팔리지 않는 땅이 같은 기간 자산 가치로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도 이상하다. 현재는 기대감을 버리고 투자금을 날린 셈 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일을 거래하는 시장인 ‘마켓플레이스’에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매물들이 다수다. 사진=어스2 홈페이지 캡처](/upload/bk/article/202111/thumb/22851-54514-sampleM.png)
#메타버스 플랫폼 구상?…까다로운 현금화 절차·안정성 우려
현금화까지 절차가 까다롭고 소액의 경우 현금화가 불가하다는 점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매물이 거래가 된 경우 현금화 하기 위해서는 어스2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야 하는 등 비교적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불을 요청했지만 6개월째 환불을 받지 못했다거나 운영자 측에 수차례의 메일을 보내 현금화에 성공했다는 후기가 올라 있다. 또 50달러 미만의 금액은 현금화할 수 없다.
어스2 운영사는 어스2가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단순 토지 거래만 가능한 초기 단계(Phase 1)이지만 앞으로 어스2의 토지를 기반으로 현실 사회의 경제 및 사회생활을 메타버스 세계에서 풀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어스2는 사업 소개에 “미래 지향적인 지구의 메타버스 안에서 디지털 자산과 부동산의 소유권을 결정할 수 있는 글로벌 기관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유저들이 가상 토지의 소유권을 타일 형태로 주장할 수 있도록 지구 전체에 걸쳐 지리적으로 연결된 디지털 그리드를 만들었다. 가상 토지가 수요와 위치, 수익 잠재력에 따라 가치를 높일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어스2가 3단계에 거쳐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토지 분양 및 매매 단계인 Phase1 △구입한 토지에 건물을 올리고 자원 등을 채취해서 이익을 얻는 Phase2 △플레이어들이 건설한 도시에서 경제 및 사회생활이 가능한 고도의 메타버스 단계 Phase3 순이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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