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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맥북 프로가 그 시절 '파워북'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

확장포트 늘리고 터치바 삭제…자체 설계 M1 프로세서로 확실한 성능 향상

2021.10.20(Wed) 14:40:24

[비즈한국] 애플이 19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맥북 프로 14인치, 16인치 두 가지 모델을 공개했다. 요즘의 맥 디자인, 특히 직선 위주의 아이맥을 비롯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디자인과 달리 바깥쪽을 더 둥글게 굴려서 만든 디자인이 2000년대의 맥북, 그리고 파워북을 떠올리게 한다.

 

디자인의 변화, 그리고 더 빠른 성능의 신제품을 내는 것은 컴퓨터 회사로서, 또 맥OS라는 운영체제와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제품들은 단편적인 변화보다 애플이 맥을 바라보는 시선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롭다.

 

애플이 M1 프로 및 맥스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북 프로 신제품을 19일 발표했다. 사진=애플 제공

 

#디자인

 

맥북 프로에는 3개의 USB-C 타입 썬더볼트 포트가 달려 있다. 이전 제품이 4개 있던 것에 비하면 한 개가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HDMI 포트와 SD카드 리더기가 붙었다. 자석으로 충전 커넥터가 붙는 맥세이프 충전도 돌아왔다. 맥북 프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요소들이 돌아온 것이다.

 

이 포트의 확장은 당연한 일이다. 새 맥북 프로는 M1 프로, M1 맥스 등의 프로세서로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는데 그 성능은 대부분 동영상 편집, 그래픽, 인공지능, 게임 등 GPU와 빠른 메모리를 중심으로 하는 병렬 컴퓨팅에 맞춰져 있다. 특히 영상 작업에서 RAW 파일처럼 쓰이는 ProRes 코덱을 칩에서 직접 처리하는 등 영상 편집의 수요를 신경 쓴 흔적들이 보인다.

 

고도의 영상 작업을 하는 PC들은 영상 소스를 빠르게 옮겨 담아야 하고, 작업용 고화질 디스플레이나 촬영 모니터용 디스플레이 등에 연결해야 한다. USB-C와 썬더볼트 포트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상황에서 젠더가 필요했다. 애플로서는 디자인을 더 깔끔하게 하고, 포트가 차지하는 공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이용자로서는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 셈이다. 맥 프로가 디자인보다도 확장성과 실용성에 대한 수요로 과거의 데스크톱 디자인으로 돌아선 것과 비슷하다.

 

키보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나오던 여느 맥과 마찬가지로 매직 키보드를 쓴다. 대신 기본형과 고급형을 가리지 않고 모두 물리 펑션키가 들어간다. 키보드 맨 윗줄을 차지하던 터치바는 터치ID를 빼고 사라졌다. 이 역시 과거로 돌아간 셈이다.

 

애플이 드디어 터치바가 전문적인 사용자들에게 외면받는 기술이라는 점을 깨닫고 다시 펑션키를 도입했다. 사진=애플 제공

 

이 부분은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컸다. 애플이 처음 펑션키를 터치바로 바꾼 이유는 ‘사람들이 잘 쓰지 않아서’였다. 실제로 기능키를 누르는 이유는 화면 밝기나 스피커 음량을 조정하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았다. 애플은 이를 더 직관적이고 현대적인 인터페이스로 바꾸고, 모습을 바꾸는 터치 디스플레이로 키보드가 하지 못하는 경험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일반 맥북이 아니라 맥북 프로를 많이 쓰는 이용자층인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 키보드는 골칫거리였다. 외부로 매직 키보드를 뽑아서 쓰는 일도 많았다. 애플도 지난해 맥북 프로의 키보드 배열을 바꾸면서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물리 기능키 중 하나인 ESC는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터치바를 아예 걷어냈을 뿐 아니라 그 크기도 더 키웠다. 이 부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다.

 

맥은 애플의 뿌리이고, 애플 생태계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맥이 더 많이 팔리는 것도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맥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까지 이어지는 애플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개발자, 창작자, 예술가 등 이 맥과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이들은 단순 소비자, 이용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함께 이끌어가는 플레이어라는 것이 애플의 생각이고, 새 디자인이 보여주는 단순한 몇 가지는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애플의 자존심과 별개로 당장 필요한 컴퓨터의 요소들을 돌아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능

 

맥북 프로의 전신은 파워북이었다. 아이맥과 파워맥으로 데스크톱을 나누는 것처럼 애초 일반 PC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맥북과 전문가용 파워북은 아예 다른 라인업에 놓여 있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애플이 인텔로 프로세서를 이전하면서 브랜드를 ‘맥북’으로 통합했고, 프로세서의 차이와 GPU의 구성으로 ‘맥북’과 ‘맥북 프로’가 나뉘었다.

 

그런데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가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의 구조적인 이유로 시리즈 간 큰 성능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일반 이용자용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사이의 간극은 전문가들의 기대보다 점차 줄어갔다. 2019년 출시된 맥북 프로 16인치 모델이 코어 i9 프로세서를 쓰면서 일반 이용자들을 위한 맥북과 성능을 벌리기는 했지만 이미 이때 애플은 실리콘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출시된 M1은 지금까지 우리가 봐 왔던 것처럼 충분히 좋은 프로세서고, 이를 통해서 성능과 전력 소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전문가용 프로세서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 기본이 되는 M1 프로세서가 이전까지 가장 높은 성능을 내는 맥북 프로 16인치 코어 i9 모델과 맞먹는 성능을 내면서 기대는 묘한 방향으로 흘렀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M1 프로 및 맥스는 통합 메모리 설계를 통해 기존 CPU보다 더욱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애플 제공

 

그리고 애플은 M1 프로, 그리고 M1 맥스라는 칩을 내놓으면서 프로 시장에 명확한 선을 그었다. 이 칩들은 더 나은 CPU 성능도 있지만 근래의 컴퓨팅 환경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GPU와 메모리를 바탕으로 컴퓨터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썼다.

 

GPU는 작은 처리를 반복하기 때문에 코어의 수를 늘리면 성능이 어느 정도까지는 비례해서 올라간다. 그래서 M1의 8개를 기본으로 M1 프로는 16개, M1 맥스는 다시 이 두 배인 32개로 GPU 코어를 늘려서 각각 2배, 4배의 성능을 끌어낸다.

 

GPU 수가 늘어나는 데에 발목을 잡는 것은 병렬 처리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메모리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통합 메모리 구조를 쓰면서 데이터를 옮길 필요 없이 한 메모리 위에서 CPU와 GPU가 동시에 일을 처리한다. 심지어 메모리는 용량이 늘어나면 채널이 늘어나면서 시스템 전체의 메모리 전송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그래서 M1 프로의 32GB 메모리는 초당 200GB를 읽고 쓸 수 있고, M1 맥스의 64GB 메모리는 초당 400GB를 전송한다.

 

이를 통해 애플은 프로 라인에 확실히 ‘성능’이라는 선을 그었고, 전문가용 컴퓨터를 따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기본 모델이 무엇인가를 빼먹은 제품도 아니다. M1을 바탕으로 트랜지스터 구성을 모듈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애플은 프로 라인의 제품을 내놓을 때 ‘프로를 위한 프로’라는 말을 즐겨 쓰곤 한다. 새 맥북 프로의 파워맥을 닮은 디자인은 바로 그 프로 라인업의 선을 다시 돌아보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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