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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국내 출시까지 4년? 뇌전증 환자들 한숨

미국·독일·영국 진출 활발, 국내는 임상3상 초기…SK "접근성 높일 전략 세울 것"

2021.09.02(Thu) 14:35:26

[비즈한국]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사이, 국내 환자들은 ‘구경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발작 증세가 더 나타나지 않는 ‘완전발작소실’ 비율을 높인 약이 나왔지만, 해외보다 국내에서 판매가 늦어지는 상황을 비판하는 것. 더구나 ​국내 임상 완료 및 출시까지 최소 4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환자들의 불만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매출 99% 견인하는 신약으로 해외 시장 공략 속속

 

사진=세노바메이트 미국 제품 사이트 캡처


엑스코프리는 SK(주)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2020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된 약이다.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해 내놓은 신약이라는 데서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성인 부분발작 증세의 완치에 무게를 실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FDA 허가 근거가 된 두 개의 임상2상 연구에서 세노바메이트를 먹고 발작 증세가 완전히 사라진 환자 비율은 각각 28.3%(200mg군), 21.3%(400mg군)였다.

 

엑스코프리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끈 SK바이오팜의 주요 무대는 해외 시장이다. 지난해 3월에는 세노바메이트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European Commission)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올해 6월에는 ‘온투즈리’라는 이름으로 독일 판매가 시작됐고 영국 의약품규제청에서 시판 허가도 획득했다. 당초 SK바이오팜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2019년 스위스 제약사 아벨 테라퓨틱스와 세노바메이트 유럽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아벨 테라퓨틱스가 1월 이탈리아 대표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에 인수되면서, 매각 수익을 확보하고 마케팅 경쟁력을 높이는 호재도 얻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의 매출을 견인한다. 지난 27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매출(1639억 원)에서 세노바메이트 매출이 99%다. 세노바메이트 외에 별다른 파이프라인이 없는 탓도 크다. 세노바메이트 매출은 2019년 1171억 원, 지난해 205억 원, 올해 6월 1622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아벨 테라퓨틱스와의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계약금이 반영됐고, 지난해부터 미국 직접 출시 매출이 나왔다. 올해는 유럽 승인이 이뤄지면서 승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계상됐다. 

 

엑스코프리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후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SK바이오팜 홈페이지


증권가에서는 세노바메이트의 타 국가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 내다본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판권 기술 이전을 통한 중국 지역 진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5월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신약 마케팅이 백신 접종 확대로 하반기부터는 영업 환경 개선이 전망된다”고 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0일 IR 자료를 통해 “(엑스코프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군을 우선 확보”한다며 미국 사업 가속화 계획을 밝혔다.

 

#“한국 제약사가 만들었는데 국내에서는 약을 못 쓴다니…”

 

그러나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상황을 아쉽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내 환자들이다. 국내 뇌전증 환자들은 올해 초 국내 시판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리는가 하면, 외국에서 출시된 약을 구할 방법을 논의하기도 한다. 30년 가까이 뇌전증을 앓고 있다는 A 씨는 “하루하루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일하다가 잘못 고꾸라질 수도 있다. 생과 사를 오간다. 개발 소식을 10년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약을 못 쓴다니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23년 전부터 뇌전증 증상을 겪은 다른 환자는 세노바메이트가 국내에 조금이라도 빨리 출시되면 수술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다. B 씨는 “현재 매일 5가지 약 12알을 복용하고 있지만, 잘 때나 기상 시에 발작하고 부분발작도 매일 일어난다. 결국 뇌를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족들의 걱정이 크다. 난치성이라 수술을 한다고 해서 완치를 장담할 수도 없다고 들었다. 현재 먹는 약과 세노바메이트의 기전이 비슷하지만 수술을 안 해도 되는,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상황을 원한다”고 했다.

 

SK바이오팜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개국 5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뇌전증 치료제는 출시 시기에 따라 1, 2, 3세대로 구분되는데, 세노바메이트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3세대 의약품이다. 시장에 3세대 약물이 없진 않다. 2008년 FDA 허가를 받은 벨기에 UCB사의 ‘빔팻(라코사미드)’, 2013년 승인을 획득한 일본 제약사의 ‘압티옴(에슬리카르바제핀)’ 등이 있다. 국내에서 빔팻은 철수했으나, UCB사의 ‘브리비액트(브리바라세탐)’가 2019년 허가됐고 에슬리카르바제핀은 ‘제비닉스정’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전 세계적으로는 세노바메이트 외에 7개 약물이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세노바메이트의 임상 결과 완전발작 소실률이 높았다는 점에 희망을 건다. 약을 갑자기 바꾸거나 복용량을 조금이라도 높이면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그만큼 일상으로의 복귀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 약은 임상2상 결과만으로 허가됐는데, 그만큼 효과가 좋았다는 것이다. 보통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발작을 상당히 많이 하는 환자들인데 이 환자들에 대한 발작 소실룰이 20%대였다. 다른 의약품은 5% 정도였기에 환자들의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국내 임상은 시행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개국 5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이 임상시험은 지난해 9월 승인됐고 현재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된 국내 병원 14곳에서 임상 대상자를 모집 중이다. 국내 임상 대상자는 18세 이상 110명이다.

 

결국 환자들의 불만은 국내 기업이 수익성만 따지느라 정작 국내 소비자들은 뒷전이라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출시까지는 최소 4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여 환자들의 볼멘소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는 약가를 두고 정부와 협상이 길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당초 미국 시장을 노린 배경에는) 시장 크기를 고려한 면도 있었겠지만 1990년대부터 미국 뉴저지에 R&D 센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FDA 승인으로 인해 국내 임상3상에 직행할 수 있었지만, 통상 출시까지는 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급여 등재 등에 있어서) 전략을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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