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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 엘리베이터'는 인류의 미래일까, 헛된 망상일까

우주여행 비용 낮출 획기적 방안이지만 걸림돌 많아…엘리베이터 아닌 다른 수단 등장할 수도

2021.08.30(Mon) 10:57:07

[비즈한국]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 토레 다비드(Torre David, Tower of David, 건물 최초 설계자의 이름을 딴 ‘데이비드의 타워’라는 뜻)는 베네수엘라의 붕괴된 경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슬픈 건축물로 유명하다.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파탄에 이르기 직전 1990년 건설이 시작되었던 이 건물은 1993년 건물 설계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그리고 연이어 찾아온 국가의 금융 위기로 인해 건물이 90%까지만 지어진 채로 방치됐다. 

 

짓다 만 채로 방치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45층 빌딩 토레 다비드. 사진=Iwan Bann

 

이후 거리의 노숙자들이 45층짜리 빈 건물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도시 빈민들이 모여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형 빈민촌이 형성되었다. 바깥의 거리보다 짓다 만 콘크리트 구조물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그 안에서 규칙을 만들고, 식료품점, 미용실, 헬스장 같은 여러 편의 공간을 함께 운영하는 등 나름 마을의 구색을 갖췄다.

 

그런데 이들을 괴롭힌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전기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1층부터 10층까지 주차장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고, 그 위로는 힘들게 걸어다녀야 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대신 물건을 운반해주는 새로운 직업도 등장했다.  

 

토레 다비드의 상황은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평범한 엘리베이터가 인류의 삶에 얼마나 큰 편리함을 제공하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승객용 엘리베이터의 대중화는 인류의 현대화에 아주 지대한 공헌을 했다. 

 

도르래로 물건을 잡아당겨서 위로 올린다는 엘리베이터의 기본 개념은 이미 기원전 236년경 고대 로마 때부터 아르키메데스의 설계를 바탕으로 고안되었다. 하지만 거의 2000년 가까이 엘리베이터는 주로 짐을 나르는 산업용으로만 쓰였을 뿐 사람을 태우지는 않았다. 갑자기 줄이 끊어져 추락할 수도 있다는, 안전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루이 15세와 그가 썼던 엘리베이터. 1743년 루이 15세는 베르사유에 있던 궁전에 전용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당시 이 장치는 ‘날아다니는 의자(Flying Chair)’라고 불렀다. 이처럼 아주 소수의 왕족과 귀족의 편의를 위해서만 잠깐씩 이용했을 뿐, 지금처럼 엘리베이터가 일반적인 건물에서 사용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미지=Wikimedia commons


19세기 들어 엘리베이터의 대중화에 큰 변화가 생겼다. 1852년 미국의 발명가 엘리샤 오티스(Elisha Otis)는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져도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안전 브레이크를 만들었다. 이후 19세기 후반부터 증기가 아닌 전기로 돌아가는 현대적 엘리베이터가 나오고 안전 장치가 개량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을 태우고 위아래를 오고가는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는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하 깊은 곳에서 높은 꼭대기층까지 이동할 수 있게 해주면서, 높이에 따른 수직 이동권의 불평등을 해소했다. 덕분에 인류는 계단으로 직접 걸어올라갈 엄두도 낼 수 없는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좁은 면적에 높은 밀도로 사람이 모여서 일하고 거주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초고밀도 메트로폴리탄이 물리적으로 가능해졌다. 사실상 지금처럼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마천루로 가득한 현대 도시의 모습은 엘리베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겨울, 한파로 인해 아파트 1층 배관이 터지는 바람에 안전 문제로 하루 동안 엘리베이터를 쓸 수 없었다. 집이 있는 12층까지 꾸역꾸역 걸어 올라가면서 엘리베이터의 소중함을 몸소 느꼈던 사람으로서, 엘리베이터가 현대 도시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엔지니어들의 이러한 찬양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이제 인류는 828m의 부르즈 할리파는 귀여워지게 만들 수 있는 훨씬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꿈꾸고 있다. 단순히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빌딩이 아니라, 하늘을 정말로 ‘찌르고’ 우주로 나아가는 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다. 

 

최근 많은 SF 영화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지상에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단순히 버튼 하나만 누르고 빠르게 우주로 올라가는 것이다. 정말 이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한 번에 엄청난 추력을 내기 위해서 많은 양의 연료와 비용이 들어가는 기존의 로켓 발사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우주 비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과연 우주 엘리베이터가 실현될 수 있을까? 설사 새로운 공학 기술을 통해서 실현이 가능하다 해도 애초에 우리 인류가 정말 지향해야 하는 올바른 방향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

 

지상에서 우주까지 연결된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 상상도. 이미지=Glenn Clovis/NASA

 

인류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정말 인류에게 필요한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올라가겠다는 몽상의 시작

 

연료를 태우는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현대적 로켓의 원리, 로켓 방정식을 처음 만들어낸 주인공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Konstantin Tsiolkovsky). 그는 역사 속에 오랫동안 숨어 있던 진정한 우주 개발의 아버지, 혁명가로 평가된다. 

 

치올콥스키는 1895년 추진 로켓이 아닌 또다른 재미있는 우주 여행 방식을 제안했다. 파리의 에펠탑에서 영감을 얻어 거대한 첨탑을 세워서 우주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인공위성의 공전주기가 지구의 자전과 일치해서 항상 같은 하늘에 인공위성이 정지한 듯 떠있는 고도, 약 3만 5786km의 지구정지궤도(GEO, Geostationary Orbit) 높이까지 첨탑을 올린다면 안정적으로 그 탑을 따라 우주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이후 이 아이디어는 여러 SF 작가들의 상상력과 엔지니어들의 계산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아주 간단하게 우주 엘리베이터에 버튼이 단 두 개뿐이라고 생각해보자. 지상 1층과 우주층. 얼핏 생각하면 지구정지궤도에 우주층 스테이션만 띄워서 케이블을 지표면까지 내리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아주 긴 케이블의 질량 자체도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실제로는 케이블과 스테이션을 모두 포함한 기다란 구조물의 질량 중심은 스테이션보다 더 아래로, 지표면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이러한 질량 중심의 치우침을 고려하지 않으면 우주 엘리베이터 구조물 전체가 조금씩 질량 중심을 중심으로 쓰러지면서 끔찍한 구조물 붕괴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우주 엘리베이터 구조물 전체의 질량 중심이 정확하게 지구정지궤도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지구정지궤도 너머 더 높은 곳까지 추가 질량을 연결해주어야 한다. 일종의 균형 잡기용 무게추가 필요하다. 게다가 엘리베이터가 케이블을 따라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동안 실시간으로 우주 엘리베이터 구조물의 전체 질량 중심도 계속 위치가 바뀐다. 따라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동안 스테이션 바깥에 떠 있는 무게추도 미세하게 함께 이동시키면서 전체 구조물의 질량 중심점이 계속 지구정지궤도 위치에 유지되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즉 우주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매번 지구와 스테이션 사이에 있는 엘리베이터와 스테이션 바깥에 있는 무게추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작동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주 튼튼한 케이블이 있어야 한다. 특히 우주 엘리베이터에서는 고도에 따라서 케이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달라진다. 지구정지궤도에 떠 있는 스테이션 부근의 케이블에 가장 강한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지구정지궤도는 지구에 의한 중력과 빠른 공전 속도에 의한 원심력이 딱 균형을 유지하는 지점이다. 그 안팎으로 살짝만 벗어나면, 더 안쪽에서는 지구의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려고 하고, 반대로 더 바깥쪽에서는 원심력으로 더 밖으로 날아가려고 하는 힘을 받게 된다. 결국 스테이션 부근의 케이블은 위아래 양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기는 듯한 엄청난 부하를 받게 될 것이다. 

 

우주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고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케이블의 두께를 조금씩 다르게 해줄 필요가 있다.

 

케이블이 얼마나 강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지는 간단하게 추산할 수 있다. 특히 이 스트레스 정도는 케이블 재료의 밀도에 크게 비례한다. 건축물에서 많이 사용하는 강철 케이블의 경우 그 밀도는 대략 7900kg/m^3이다. 이를 사용한다면 우주 엘리베이터 스테이션의 케이블이 견뎌야 하는 최대 인장 응력은 약 382Gpa이다. 이는 일반적인 강철이 버틸 수 있는 최대 인장 스트레스의 240배를 넘는 말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단번에 엘리베이터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케이블이 지구 위로 떨어지는 끔찍한 인류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아니 애초에 짓지도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지상에서부터 우주층 스테이션까지 고도에 따라 변화하는 케이블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도에 따라 케이블의 두께를 다르게 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상층 플랫폼의 케이블은 가장 스트레스가 적게 걸린다. 따라서 아주 얇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지구정지궤도에 올라가 있는 스테이션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케이블이 두꺼워져야 한다. 우주 스테이션의 케이블 면적이 지상 플랫폼의 케이블 면적에 비해 얼마나 더 넓어야 끊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그 비율은 케이블의 소재가 얼마나 튼튼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즉 어떤 소재의 케이블이 가장 현실적일지를 지상층과 우주층 케이블의 면적 비율, 테이퍼 비율(Taper Ratio)로 따져볼 수 있다. 

 

강철로 케이블을 만들 경우 케이블의 테이퍼 비율은 약 5×10^113이다. 즉 지상층 플랫폼의 케이블의 두께를 지름 약 5mm로 만든다고 하면, 강철의 경우 우주층 스테이션에서는 케이블의 두께가 1.8×10^54m는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의 지름이 약 8.8×10^26m다. 즉 강철로 끊어지지 않는 우주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을 만들려면 관측 가능한 우주보다 10^25배는 더 두꺼운 케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우주보다 더 큰 크기로 케이블을 만든다니,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시도다. 인류가 이런 수준의 케이블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이미 우주 엘리베이터는 필요도 없고 누구나 손쉽게 순식간에 은하계를 넘나드는 초고도 문명이 된 상태가 아닐까. 

 

영화 ‘애드 아스트라’에서 주인공은 우주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는 일을 한다.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위한 최고의 재료, 탄소나노튜브? 

 

강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소재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듀폰사에서 개발한 케블라(Kevlar) 섬유는 어떨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에서도 배트맨이 슈트 소재로 선택할 만큼 아주 튼튼한 섬유로 유명하다. 케블라를 쓸 경우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의 테이퍼 비율이 3×10^8 정도다. 이 정도면 우주층 스테이션의 케이블의 두께는 최소 80m 정도가 되어야 한다. 관측 가능한 우주보다 더 두꺼운 케이블이 필요했던 강철의 경우에 비해서는 훨씬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80m 두께도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러한 케이블 문제를 가장 현실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마법의 소재로 바로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가 각광을 받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오직 탄소 원자들이 모여서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계속 이어진 고분자다. 최근의 실험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는 최대 130Gpa의 인장 강도를 견딜 수 있으면서도 강철에 비해 훨씬 작은 1300kg/m^3 정도의 밀도를 갖고 있는, 가벼운 동시에 튼튼한 꿈의 소재다. 만약 이 탄소나노튜브 소재로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든다면 지상층과 우주층의 케이블 면적 비율, 테이퍼 비율은 고작 1.6이면 충분하다! 즉 우주층 스테이션의 케이블 두께가 겨우 6mm면 된다! 훨씬 현실적인 수준에서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다. 거시적인 스케일의 우주 여행을 실현하는 데에 아주 미세한 스케일의 나노 테크놀로지 소재가 가장 적합하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롭다.

 

지난 2018년 9월 일본은 우주 엘리베이터의 작동이 가능할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초소형 우주 엘리베이터 모형을 우주에서 실험했다. 일본의 STARS-Me(Space Tethered Autonomous Robotic Satellite – Mini elevator)은 10cm 크기의 작은 두 큐브샛 사이에 연결된 10m 길이의 테더를 따라서 6cm 크기의 작은 로봇이 움직이는 실험이었다. 실제로 일본 건설회사 오바야시구미는 2050년까지 길이 9만 6000km의 탄소나노튜브 케이블을 타고 자국 바다 위 해상 플랫폼에서 우주로 오르내릴 수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계획을 밝힌 적이 있다. 여전히 많은 엔지니어들은 비현실적인 계획이라고 비판하지만, 일본은 인접한 태평양이 우주 엘리베이터 지상층 플랫폼을 건설하기 유리하다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우주 엘리베이터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발사한 초소형 우주 엘리베이터 모형 STARS-Me. 사진=JAXA

 

#지구를 위한 우주 엘리베이터는 없다? 

 

천문학자들은 차라리 지구보다 중력이 더 약한 달 기반의 우주 엘리베이터(Lunar Space Elevator)를 제안한다.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1/6 정도로 약하다. 그래서 훨씬 적은 에너지로도 엘리베이터를 띄울 수 있다. 또 케이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도 훨씬 약하다. 그래서 굳이 만들기 까다로운 탄소나노튜브가 아니라 기존에 많이 쓰는 케블라 섬유로도 충분히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다시 NASA의 관심을 받으며 가까운 미래 달 유인 기지 건설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아르테미스 미션과 맞물리면서, 달 기지에서 달 궤도에 우주선을 띄우는 것이 경제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

 

더 나아가서 아예 지구와 달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더 거대한 스케일의 지구-달 우주 엘리베이터를 제안하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이 아이디어에 따르면 지구와 달 사이에 두 천체의 중력이 딱 균형을 유지하는 지점, 라그랑주1 포인트에 우주 엘리베이터 중앙 스테이션을 짓는다. 그리고 중앙 스테이션에서 지구와 달 두 곳을 향해 양쪽으로 케이블을 연장한다. 마침 달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일치하는 동주기 자전을 하고 있어서, 지구에서 봤을 때 같은 면만 보여준다. 따라서 달에서 지구로 뻗어나가는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이 꼬이지 않고 계속 지구와 달 사이를 직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게임 ‘Deliver Us To The Moon’에 등장하는 달 우주 엘리베이터의 모습.

 

이론적으로 우주 엘리베이터는 우주로 화물을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아주 큰 매력을 갖고 있다. 현재 평균적으로 1kg의 짐을 우주로 올리는 데만 2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사람 한 명 올리는 데 평균 15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최근에는 Space X와 같은 곳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추진체를 개발하면서 그 비용을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일반 시민에게는 문턱이 높다. 하지만 우주 엘리베이터가 실현된다면 이 비용을 최대 100분의 1까지 더 줄일 수 있다. 훨씬 저렴하게 우주로 화물을 올리고 우주 궤도에서 공업과 경제 활동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엔지니어들이 우주 엘리베이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 지상에서 출발해 우주 궤도까지 수직으로 올라가는 동안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은 지구 대기권과 우주 공간이라는 전혀 다른 두 환경에 노출된다. 지구 대기권에 있는 케이블은 비바람에 의한 부식과 파손에 버텨야 한다. 우주 공간에 있는 케이블은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 파편과 우주 방사선을 버텨야 한다. 즉 우주 엘리베이터가 개통된다 하더라도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 보수하는 데 더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다. 또 우주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이 갑자기 끊어지더라도 우주급 대형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이나 안전 장치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오티스가 안전 브레이크를 발명한 뒤 엘리베이터가 널리 쓰이게 됐듯,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 누구나 두려움 없이 우주 엘리베이터가 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학적인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을 따져보는 동시에 애초에 우주 엘리베이터가 정말 인류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인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짧게 소개했듯, 우주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꽤 오래전인 19세기 후반부터 이미 몽상가들에 의해 고안된 개념이다. 당시에는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이동 방식이 엘리베이터가 거의 유일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주로 바로 올라가는 도구로 엘리베이터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엘리베이터 말고도 더 효율적인 수직 이동 방식이 많다. 예를 들면 드론이 있다. 만약 적당한 궤도까지 화물을 수직으로 올리고자 한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우주까지 올라갈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실제로 최근 지구에 비해서 대기가 100분의 1 수준으로 희박한 화성에서도 드론을 띄우는 데 성공한 사례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화성 착륙선 퍼시비어런스에서 분리되어 나온 뒤 화성 하늘을 비행하는 데 성공한 화성 헬리콥터 인제뉴어티. 사진=NASA/JPL-Caltech/ASU

 

옛날 사람들이 생각한 비행기, 잠수함의 모습을 보면 참 우습다. 당시 사람들은 거위떼에 의자를 매달아서 하늘을 날거나, 고래의 힘을 빌려서 바닷속을 움직이는 방식을 떠올렸다. 그때는 거리에서 자동차보다 말이나 소가 끌고다니는 수레, 마차를 보기가 더 쉬웠기에 자연스럽게 이동을 위해서는 힘이 센 동물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동물의 도움도 없이 무거운 쇳덩어리가 혼자 하늘을 날고 바닷속을 헤엄치게 될 거라 이야기했다면 그 당시에는 헛소리 취급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미래를 맞이했다. 결국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과거 사람들이 생각한 거위 비행선과 고래 잠수함은 끝까지 동물의 힘을 활용해서 움직여야만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상한 ‘애니멀-펑크’의 미래 모습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638년 도밍고 곤잘레스가 출판한 SF 소설 ‘달나라 인간’에 등장하는 달나라 거위 비행선(왼쪽)과 1908년 발행된 우표에 찍힌 ‘고래 잠수함 2000’의 상상도. 이미지=Wikimedia commons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나는 우주 엘리베이터도 결국 실현되지 못한 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주까지 수직으로 왕래하는 시대가 찾아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싶다. 어쩌면 먼 미래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가 만들었던 우주 엘리베이터의 설계도와 상상도를 보면서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 ‘수직이동’하면 엘리베이터밖에 몰랐던 20세기, 21세기 사람들이 상상한 ‘엘리베이터-펑크’ 스타일의 미래 모습이었다고 말이다.  

 

여전히 현실주의자들과 몽상가들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의 그 긴장감은 우주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에 가해지는 텐션 못지 않게 아주 팽팽하다. 과연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때의 망상으로 남게 될까? 아니면 실제로 찾아올 우리의 미래가 될까? 

 

그 답은 지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인류가 우주 엘리베이터를 선택하는지 선택하지 않는지에 따라서 미래 인류의 역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게 될 거란 점이다. 마치 가상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중요한 선택지를 어떻게 고르는지에 따라 문명의 발전 방향이 완전히 다르게 뻗어나가는 것처럼. 당신이 인류 역사의 발전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플레이어라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참고 

http://images.spaceref.com/docs/spaceelevator/elevator.pdf

https://www.semanticscholar.org/paper/The-physics-of-the-space-elevator-Aravind/d402ba5f97884b7398ae2a1ff79136f9c1a03993?p2df

https://www.colorado.edu/faculty/kantha/sites/default/files/attached-files/25753-58722_-_tyson_sparks_-_may_3_2014_1128_am_-_sparks_final_paper.pdf

https://arxiv.org/abs/1908.09339

https://ui.adsabs.harvard.edu/abs/1979JAnSc..27...39P/abstract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265964616300637?via%3Dihub

https://blogs.scientificamerican.com/cocktail-party-physics/putting-a-new-spin-on-space-elevators/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e35af40fb280744e1b16f7b/t/5e90a6e29b595c7273f3742e/1586538232769/SpaceElevatorsHistory2017.pdf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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