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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 바이 프로젝트] 5인의 기획자·디자이너가 '굿즈'에 담은 메시지

'친환경'부터 '용기'까지 팬데믹 시대를 이겨낼 5가지 키워드…26일부터 서울 성수동에서 11일간 전시·판매

2021.08.09(Mon) 15:56:58

[비즈한국] 5인의 작가와 25개 기업이 함께하는 ‘오브젝트 바이 프로젝트’가 8월 26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성수동 복합전시공간 ‘데어바타테’에서 막을 올린다. 이른바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주목 받는 기업들의 인기 굿즈를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유일무이한 이번 행사에는 브랜딩 현업 분야에서 유명한 5인의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작가로 참여해 더욱 의미를 더한다. 각자 이름을 걸고 내놓은 오리지널 굿즈에 담긴 의미를 살펴봤다.

 

#‘친환경’이라는 단어 뒤에 감춰진 욕망 - 길트프리(GUILT-FREE) / 김지선 라운드 작가

 

김지선 라운드 작가. 사진=임준선 기자

 

왜 우리는 친환경에 그토록 집착할까. 이제 환경과 친구가 되지 못하면 사람들에게 따돌림이라도 당하는 걸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 앞에 쉽게 물음표를 붙일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사람들은 그들의 선택이 자신뿐만 아니라 미래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바란다. 많은 기업은 이러한 사람들의 욕망을 간파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고 환경 보호를 추구한다. 모두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이야기하는 이면에는 어떤 욕망이 감춰져 있을까. 바로 ‘죄책감’이다.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 수 있는 면죄부를 줄 방법으로 ‘GUILT-FREE’ 프로젝트를 디자인했다.

 

비닐과 플라스틱은 친환경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소재다. 물론 부정의 의미다. 자연분해가 어려운 화학 소재의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자원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 역시 환경과 친구가 되는 방법의 하나다.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트레이’로 만들어진 이번 프로젝트는 이케아와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이케아는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수년 전 완전히 비닐로만 된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러한 제품을 그냥 버리지 않고 생명을 연장하여 더 의미 있게 사용하는 자원순환을 실천하고자 이번 협업을 흔쾌히 결정했다.​ 

 

#디자인은 따뜻해야 한다 - 허그러그(HUG RUG) / 박영하 스타벅스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영하 스타벅스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임준선 기자

 

전쟁처럼 찾아온 팬데믹 시대는 과연 언제 끝나게 될까. 언제쯤 서로 마주 보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까. 인간과 인간의 접촉이 극도로 차단된 암울한 시대에, 이제 우리는 악수 대신 주먹을 내민다.

 

디자인으로 전염병을 물리치거나 세계 평화를 지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이 교감하게 할 수는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진심 어린 응원을 담은 ‘허그’가 필요한 시점이다.

 

‘허그러그’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위로와 격려를 건넬 수 있는 따뜻한 교감의 매개체인 허그(HUG) 글자와 운율이 맞는 러그(RUG) 글자가 하트 형태로 어우러진다. 4개의 하트가 서로 마주 보며 끌어안고 있는 형상은 사적모임 허용 인원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4명, 그리고 나아가 클로버 형태로 행운을 상징한다.

 

생산은 핸드메이드 러그로 유명한 인도에서 100%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국가 중 하나. 사회 시스템 전반이 마비되고 경제도 피폐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들을 응원하는 방법의 하나로 생산을 부탁했다. 예상대로 일정 차질은 불가피했지만, 우리는 기다리기로 했다. 이것 역시 그들과 교감하는 방법이다.

 

#풀 위에 보슬비 같이 마주하고, 호랑이 눈빛으로 일하기 - 외유·내강 / 박윤정 박윤정&타이포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윤정 박윤정&타이포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임준선 기자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경청하는 자세로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저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고 그것을 조율하는 것 역시 디자인의 과정이라고 본다. 그렇게 조율이 끝나면 자신만의 단단한 원칙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외유내강’의 덕목이다.

 

서체는 곡선과 직선으로 표현되는 조형의 영역이다. 특히 한글은 곡선의 정점인 원과, 직선을 상징하는 네모와 세모가 어우러진 세상에서 가장 미학적인 글자다. 이러한 곡선과 직선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 스카프에 각각 새기고 ‘외유’와 ‘내강’이라 이름 붙였다.

 

서체는 디자인의 확장 영역에서 봤을 때 보통 도구로 취급된다. 어떤 색상도 개입되지 않고 보통 흰색과 검정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스카프 디자인은 원하는 색깔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시종일관 즐거운 기분으로 작업했다. 또 한글을 패턴화하거나 캘리그라피로 만들지 않고 한글이 가진 본연의 조형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의미와 의도를 스카프에 담기로 한 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나에게 스카프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모든 순간을 바지런하게 만드는 상징과도 같다.​​ 

 

#이것은 종이컵이 아니다 - 워시(WASH) / 백종환 WGNB 대표

 

백종환 WGNB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종이컵은 직장 생활이 제공하는 유일한 사치다. 물 한 잔 마시는 데 사용하고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내던져진다.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는 두 개를 겹쳐 쓰는 플렉스까지. 팍팍한 월급에 복지라고 할 만한 것도 없는 회사에서 싸구려 종이컵에 괜한 화풀이다.

 

자리마다 머그컵이나 텀블러 하나쯤은 다 있다. 씻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안 그래도 바쁜데 설거지할 시간이 어디 있냐는 그럴듯한 핑계도 있다. 우리 조금 더 솔직해져 볼까. 컵 씻는 데 1분도 안 걸린다. 친환경은 유행이 아니라 습관이다.

 

어느날 문득, 한 번 쓰고 버리기 아까워 책상위에 무심코 올려둔 종이컵이 켜켜이 쌓여가는 걸 보았다. 묘한 죄책감에 다시는 종이컵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건 그 다짐의 표시다.

 

‘워시(WASH)’는 종이컵 세 개를 겹쳐놓은 듯한 모양으로 완성한 세라믹 소재 컵이다. 주로 물을 마시는 데 사용하는 ‘막컵’의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달콤한 커피 믹스나 녹차 티백을 마실 때도 적당한 크기. 손잡이가 없고 컵의 깊이가 낮아 세척이 간편하다.

 

최대한 종이컵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사용성을 해치지 않도록 무광과 유광의 중간 형태인 반광 마감 처리를 했다. 누가 보면 회사 비품을 낭비한다고 질책할 수도 있다. 이것은 종이컵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반박하는 재미가 있을지도. 물 한 잔 마시자고 종이컵 한 개를 버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다.

 

​#용기 있는 공동체는 진보를 멈추지 않는다 - 볼드웍스 / 최장순 LMNT 대표

 

최장순 LMNT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정류장에 화살표 스티커를 붙여 시민들의 불편을 줄여준 청년, 폐지 줍는 어르신의 손수레에 광고를 유치해 경제적 도움을 준 사람들, 돈 한 푼 받지 않고 교통을 정리해주는 어른들, 힘센 권력 앞에 용감하게 질문을 던지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 우리의 자유는 이런 용기를 통해 완성돼 간다.

 

진정한 용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그리고 용기가 가득한 공동체는 진보를 멈추지 않는다.

 

‘볼드웍스’​는 쉽게 낼 수 없는 대담한 기획과 일상의 실천을 보여준 사람들을 응원한다. 볼드웍스의 궁극적 지향은 ‘자유’다. 정치적 자유, 경제적 자유, 문화적 자유, 소통의 자유, 사상의 자유, 이동의 자유…. 공동체가 누려야 할 모든 유형의 자유를 위해 우리 대신 용기를 내어준 그 많은 이들의 신념을 기억한다.

 

볼드웍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용감한 자의 전투복​ ‘볼드수트(Bold Suit)’​다. 자유를 향한 모든 실천가와 기획자들에게, 어떠한 활동에도 거침이 없고 방해되지 않을 볼드수트를 선사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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