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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전성기'라는데 왜 업체들은 '울상'일까

편의점 수제맥주 전년 대비 227% 매출 신장…대다수 영세 업체들은 입점 어려워 생존 위기

2021.07.29(Thu) 15:27:21

[비즈한국] 올여름 맥주 업계는 ‘편맥(편의점 맥주)’의 압승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홈술 시장이 커지며 편의점 맥주 판매량이 급증했다. 특히 편의점표 수제맥주의 인기가 뜨겁다. ‘수제맥주의 전성기’라는 평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정작 업계 분위기는 침울하다. 코로나19로 수제맥주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홈술 시장이 커지며 편의점 맥주 판매량이 급증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홈술 시장 커지며 편의점 수제맥주 ‘대세’로 떠올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술집, 음식점 등은 올림픽 특수, 여름 성수기 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홈술’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편의점 맥주는 하루가 다르게 판매량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7월 기준 CU 맥주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맥주 판매량이 2019년 대비 15%가량 증가한 수치였는데, 올해는 성장세가 더욱 커졌다”며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돼 외부 음주가 더 힘들어지다 보니 맥주 판매량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맥주 중에서도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세븐일레븐 측에 따르면 7월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33.7% 증가했으며, 그중 수제맥주는 227.3% 매출신장률을 보였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올해 국산 맥주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5.4%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2.5%에서 12.9%p 상승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다양한 맥주 맛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수제맥주에 다양한 재미 요소가 있다 보니 소비자들이 수제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CU 판매 맥주 중 매출 1위로 꼽힌​ 곰표 밀맥주. 지난해 5월부터 올 6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약 600만 개에 달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최근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곰표 밀맥주’, ‘제주맥주’ 등도 수제맥주다. 지난해 5월 CU에서 대한제분,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초도물량 10만 개가 완판됐다. 지난 6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600만 개가량이며 현재 국산, 수입 맥주를 통틀어 CU 판매 맥주 중 매출 1위로 꼽힌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MZ세대가 기존 제품에 식상함을 느껴 새로운 제품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입소문이 나고 위탁생산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판매량도 크게 늘어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는 지난 5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3월 5대 편의점(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 24) 입점을 완료했고, 올해 6월 코스트코에 입점하며 유통망을 확대했다. 제주맥주 측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35억 원으로 전년(151억 원) 대비 121% 성장한 수치다. 최근 3년간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148%로 집계됐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라거 시장 위주였던 한국 맥주 시장에서 에일 맥주로 승부를 보고 있다. 맥주를 경험하게 하는 독특한 마케팅과 브랜딩 등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인기에 업계에서는 앞다퉈 새로운 제품을 출시 중이다. 신세계는 야구단 SSG랜더스를 모티브로 한 수제맥주를 출시했다. 이마트24에서 판매하는 ‘SSG랜더스 라거’, ‘슈퍼스타즈페일에일’은 초도물량 12만 캔이 출시 이틀 만에 모두 판매됐다. 세븐일레븐은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캬소리나는 맥주’를 출시했다. 라거 타입의 수제맥주로 패키지는 배달의민족 서체로 디자인했다.

 

제주맥주 양조장 내부 모습. 자본력, 설비 등을 갖춘 일부 수제맥주 업체들은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제주맥주 제공

 

#수제맥주 시장 호황? “자본력·설비 갖춘 소수 업체 얘기, 대다수는 생존 위기”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약 118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34%가량 성장했다. 최근 들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된 데는 편의점, 마트 등으로의 유통구조 확대가 한몫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2019년 일본 불매 운동이 퍼지며 일본 맥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급감했다. 그 시기를 틈타 수제맥주 업계에서 유통망을 확대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홈술이 인기를 끌며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수제맥주의 전성기라는 평이 자자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침울하다. 코로나19의 수혜를 본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며, 상당수는 오히려 생존 위기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다수의 수제맥주 업체는 맥주를 펍(Pub)에 생맥주 형태로 공급해 운영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외부 음주가 급격히 줄면서 펍 매출에 의존해서는 생존이 어려워졌다. 이에 많은 업체가 유통망 확대에 사활을 걸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편의점, 마트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캔입 장비, 포장 설비 등의 마련이 우선”이라며 “지난해 많은 업체가 이러한 설비 등을 준비하던 중에 코로나19가 확대돼 유통망 확대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편의점 납품을 위한 포장 설비 등의 마련에 드는 비용은 최소 5억 원에서 10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판매를 위한 마케팅 비용까지 고려하면 필요한 자금은 더욱 커진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비용이 상당하다 보니 투자를 받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투자 받기가 어려워져 상당수 업체가 편의점 납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주목받는 업체들은 자본력을 갖추고 있거나 코로나19 이전에 포장 설비 등을 갖춰 놓았다. 이러한 일부 업체를 제외한 상당수의 수제맥주 업체는 점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제맥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을 촉구한다. 현행 주세법에서는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금지된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편의점 납품을 위해서는 대량 포장 설비가 필요하지만, 온라인 판매의 경우 주문받은 양만 생산하면 되기 때문에 몇십만 원대의 수동 장비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며 “유통망 확보가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라도 허용된다면 어려운 수제맥주 업계의 숨통이 트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 허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통주 보호‧육성을 위한 지원책의 일환으로 전통주의 통신 판매가 허용됐다”며 “주류의 통신 판매를 확대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와 관계부처 및 시장 참여자의 합의 등 여러 가지 측면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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